'유후와 친구들'·'신비아파트'로 연 1500억 벌어들이는 회사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09.30 10:59
글자크기

[종목 대해부] 오로라월드

오로라월드 본사에 전시돼 있는 '유후와 친구들' 인형 / 사진=김사무엘 기자오로라월드 본사에 전시돼 있는 '유후와 친구들' 인형 / 사진=김사무엘 기자


잘 만든 캐릭터 하나가 웬만한 대기업 못지 않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월트디즈니의 '미키 마우스'는 매년 6조원 이상을 벌고, 일본의 대표 캐릭터 '헬로키티'도 상품 판매와 저작권 등으로 연간 1조~2조원 이상 수입을 거둔다.



토종 캐릭터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뽀로로'의 브랜드 가치는 8000억원, 경제적 효과는 5조원 이상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해외에선 뽀로로 못지 않게 유명한 토종 캐릭터가 있다. 오로라월드가 만든 '유후와 친구들'이다.

멸종위기 동물을 소재로 한 이 캐릭터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해외 주요 국가들의 완구 매장 상당수를 점유했고 미국에서는 브랜드 인지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유명하다.



38년 봉제인형 외길을 걸어온 오로라월드는 현재 연매출 1500억원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인기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의 캐릭터 완구를 생산·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실적 성장이 본격화하는 중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키즈·캐릭터산업의 확대와 함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오로라월드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해외 '유후'+국내 '신비아파트' 캐릭터 매출 쌍끌이

1981년 오로라무역상사로 설립된 오로라월드는 봉제인형을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생산하는 조그만 수출회사였다. OEM 사업으로만 1987년 '500만불 수출탑' 1988년 '1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선도적 기업이었다.


1990년대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로 인해 국내 봉제인형 산업은 큰 위기를 맞았다. 경제 성장에 따른 인건비 상승으로 우리나라에서 봉제인형을 포함한 대부분 섬유산업은 사양길을 걸었다.

단순 주문생산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오로라월드는 1990년대 초반부터 자체 캐릭터를 개발,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미키마우스 같은 '대박' 캐릭터 IP(지적재산권)가 갖는 위력을 일찍 깨달은 것이다.

1999년에는 자체 캐릭터를 개발하기 위해 전 세계 완구업계 최초로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했다. 인형·완구회사는 단순 주문제작만 해 왔던 업계 관행을 탈피한 혁신이었다.

디자인연구소에서 그동안 수많은 캐릭터를 만들어 왔는데 그 중 해외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2007년 탄생한 '유후와 친구들'이다. 유후(갈라고 원숭이) 패미(사막여우) 츄우(붉은 다람쥐) 레미(알락꼬리 여우원숭이) 등 다양한 캐릭터로 구성된 유후와 친구들은 대부분 멸종위기 동물들을 소재로 했다.

얼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빅아이' 디자인이 특징인데 이는 당시 봉제인형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였다. 귀엽고 사랑스런 이미지와 자연보호 메시지까지 더해져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2011년 미국 선물용품 전문 월간지 '기프트비트'가 선정한 브랜드 인지도 2위에 오른데 이어 2013년에는 국내 캐릭터 최초로 유럽 40여 개 국가 6000여 맥도날드 매장에서 해피밀 프로모션에 선정되기도 했다. 유후와 친구들은 현재까지 해외에서 8000만개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유후 IP의 글로벌 인지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2009년부터 KBS를 통해 방영된 애니메이션 '유후와 친구들'은 그동안 전 세계 70여 개국에 수출되며 인지도를 높여 왔다. 지난 3월부터는 애니메이션 '출동! 유후 구조대'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개 국가에 20여개 언어로 방영 중이고, 곧 시즌2도 제작될 예정이다.콘텐츠 제작을 통한 IP 수입뿐 아니라 인지도 상승으로 상품 매출도 증대시키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오로라월드의 새로운 효자 상품으로 떠오른 것은 '신비아파트'다. CJ ENM과 공동투자해 제작한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는 어린이 대상 콘텐츠로는 드문 공포·호러 장르였다. 2016년 투니버스에서 첫 방송된 이후 점차 인기가 높아지더니 지난 1월 종영한 시즌2는 타깃 시청률(만4~13세) 최고 7.269%로 개국이래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오로라월드는 신비아파트 관련 완구제품을 독점 생산하면서 최근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 신비아파트 관련 매출은 2017년과 2018년을 합쳐서 약 130억원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1분기 57억원, 2분기 약 70억원으로 상반기에만 최근 2년간 합친 것보다 많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김용연 오로라월드 상무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터닝메카드, 요괴워치 등이 인기였으나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신비아파트 상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큰 인기였다"며 "올해도 공급이 달릴 정도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키즈산업 성장…실적 외형 성장 본격화 기대

오로라월드는 수출로 시작한 기업인 만큼 해외 매출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해외에서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국내 영업에도 적극 나서며 외형 성장이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지만 부모가 자녀 한 명에 쏟는 정성은 더 커지면서 관련 산업 규모도 증가하는 추세다.

박지혜 산업연구원 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국내 키즈콘텐츠시장의 현황과 시사점' 논문에 따르면 국내 유아 용품 시장 규모는 2009년 1조2000억원에서 2015년 약 2조4000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신생아 1명당 유아 용품 구매 비용은 2009년 270만원에서 2015년 548만원으로 연평균 12.5%씩 늘고 있다.

유후와 친구들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해외 매출과 신비아파트가 이끄는 국내 매출의 급성장으로 올해 오로라월드의 실적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78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7.7% 늘었고 영업이익은 95억원으로 42.7% 증가했다. DS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매출액은 1734억원, 영업이익은 20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8.1%, 56.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재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신비아파트 흥행으로 인한 완구 매출 증가와 자체 IP 확보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며 "다양한 성장 모멘텀에도 불구하고 올해 예상 PER(주가수익비율)은 8.4배에 불과해 현재 주가는 매수관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