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륜의 문제"라는 조국, "피눈물 난다"는 정경심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2019.09.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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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이슈+]'가족' 얘기하며 심경 토로하는 두 사람…"힘내세요" vs "여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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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 당시 담당 검사와 직접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인륜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앞서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도 자녀들에 대한 검찰 조사를 놓고 "가슴에 피눈물이 난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장관과 정 교수가 가족을 언급하며 연이어 심경을 내비치자, 그에 대한 반응은 첨예하게 갈린다. 조 장관 지지자들은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결집하는 반면 반대세력은 "여론전 하지 말라"며 비판했다.



조국, 압수수색 당일 통화…"아내 건강 배려 부탁드린 것"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조 장관은 2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장관으로 압수수색에 개입하거나 관여한 게 아니라 남편으로서 아내의 건강을 배려해 달라고 부탁드린 것"이라며 "이것은 인륜의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조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3일 검찰이 자택 압수수색을 시작할 무렵 압수수색을 하는 검사 팀장과 통화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네, 인정한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압수수색을 당한 제 처가 놀라서 연락이 왔다"며 "처의 상태가 좀 안 좋으니 차분히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 관련 어떤 절차도 지시하거나 방해하지 않았다"며 "사건 지휘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주 의원이 검찰과 '내통'하고 있다는 의혹과 동시에 조 장관과 검사 간의 전화통화가 '외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야권은 장관과 검사 간 통화가 검찰청법 위반이라며 조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검토에 돌입했다.

조 장관이 이틀째 '인륜의 문제' 취지라고 해명한 것도 논란이 됐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와이프 힘들다고 (압수수색) 살살해 달라고 전화? 같은 논리라면 수사받다가 힘들다고 문자 넣으면 수사팀장에게 전화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관으로서' 가족에 대한 수사에 개입한 것이 아니라 '남편으로서' 아내의 건강을 배려해달라고 한 것이며, 이건 '인륜의 문제'란다"며 조 장관의 해명을 꼬집었다. 이어 "정작 장관 자리에 한 번 앉아보겠노라 가족을 인질로 잡고 그 가족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린 당사자가 바로 그 조국씨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정경심, 자녀 소환에…"피눈물, 나쁜놈, 쥐새끼"
검찰 관계자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검찰 관계자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앞서 정 교수도 자녀들에 대한 연이은 검찰 소환 조사를 놓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통해 가족들을 언급하며 심경을 토로했다. 이전까지 각종 의혹에 대해 묵묵히 해명했던 모습과는 달랐다. 검찰에서 고강도 조사를 받은 아들의 '자존감'이 무너졌고, 딸은 '모욕감'을 느꼈다며 자신의 처지를 "덫에 걸린 쥐새끼"라고 비유했다.

정 교수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들이 어제 아침 10시부터 새벽 2시 넘어까지 근 16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오늘 새벽 3시쯤 귀가했다"라고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정 교수는 "오늘 처음 느낀 게 제가 참 '나쁜' 놈으로 살았다는 거예요. 조서를 읽어 보면 저는 그런 놈이 되어 있네요"라는 조씨의 말을 인용하며 "아이의 자존감이 여지없이 무너졌나보다. 가슴에 피눈물이 난다"고 했다. 이어 올린 다른 글에서는 "어제가 딸아이의 생일이었는데 아들이 소환되는 바람에 전 가족이 둘러앉아 밥 한끼를 못 먹었다"고 썼다. 정 교수는 "새벽에 아들과 귀가하여 뻗었다 일어나니 딸애가 이미 집을 떠났다"며 "연속적으로 뒷모습, 고개 숙인 모습 사진이 언론에 뜨고 더이상 버티기가 힘들었나 보다"라고 말했다.

글이 확산되자, 정 교수가 감정에 호소하며 여론전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 교수의 글을 공유하며 "지금 자존감이 무너진 사람은 당신의 아이들이 아니라 이 나라 수많은 청년들과 학생들"이라며 "지금 가슴에 피눈물이 나는 사람은 당신 일가처럼 자식들 위해 구름같이 높은 자리에서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자식 챙기지 못한 이 나라 수많은 부모들"이라고 비판했다.

엇갈린 반응…"무리한 수사, 인권 침해" vs "감정에 호소한 여론전"
 조국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방문해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를 예방한 뒤 발언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조국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방문해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를 예방한 뒤 발언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조 장관과 정 교수가 연이어 가족을 언급하며 감정적 반응을 보이자, 누리꾼들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조 장관 지지자들은 이같은 소식이 들릴 때마다, 결집하며 두 사람을 응원했다. 이들은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가족을 포함한 주변인에게 인권 침해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1만여개의 좋아요가 달렸고 삽시간에 공유됐다. "힘내자", "응원한다", "건강 챙기세요" 등 응원하는 댓글도 수천개 달렸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정 교수의 글에 "정경심을 응원한다. 모든 걸 절차대로 어깨 펴고 무소의 뿔처럼"이란 글을 남기기도 했다.

조 장관이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자, 정 교수 건강 상태를 알리는 글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된 후 변호인은 압수영장을 확인중에 있었고 정 교수는 옆에 있다가 충격으로 쓰러져 119까지 부르려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반면 다른 누리꾼들은 "감정에 호소하며 여론전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장관 일가에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구체적 해명 대신 가족을 언급하는 것은 마치 변명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검찰은 일각에서 수사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통상의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의 그분들의 개인적 감정에 대해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면서 "다만 조사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팀이 최대한 노력했다"고 말했다. 장시간 조사에 관해서도 "시간엔 조사, 중간중간 휴식, 식사, 조서 열람, 수정 등이 다 포함됐다"며 "수사검사와 변호인, 조사받는 분이 협의해 적정한 (휴식)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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