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받고도 착공 못하는 건설사들... 분양실적 반토막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2019.09.30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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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분양 실적, 연초 계획 대비 39.1% 불과… "분양 속도 장기화되면서 수익성 저하 우려"

허가 받고도 착공 못하는 건설사들... 분양실적 반토막


잇따른 부동산 규제 강화로 건설사들이 주택 인허가 후 착공에 나서지 못한 채 사업을 관망하고 있다. 당초 계획했던 분양 실적도 절반을 채우지 못했다. 주택 사업 장기화에 따른 현금 흐름 둔화로 건설사의 재무구조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29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주요 10개 건설사의 올해 1~9월 분양 실적은 6만3430가구로 당초 계획 16만2397가구의 39.1%에 그쳤다.



분양 계획 대비 실적이 가장 저조한 곳은 현대건설 (34,650원 ▲50 +0.14%)로 분양 진도율이 17.2%에 그쳤다. 연초 1만6246가구를 분양할 계획이었으나 이달까지 분양물량은 2788가구에 불과하다.

송도 B2블록 주상복합(3076가구) 둔촌주공 재건축(953가구) 등 주요 단지의 분양이 일정이 하반기에 몰렸기 때문이라는 게 현대건설의 설명이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 여파로 둔촌주공 등이 아직 분양 계획 일정을 잡지 못했다. HDC현대산업개발 (17,980원 ▲310 +1.75%)(분양 진도율 21.9%) 삼성물산 (150,500원 ▲100 +0.07%)(27%) SK건설(28.5%) 현대엔지니어링(31%) 등도 분양 실적이 저조했다.



이에 반해 대림산업의 경우 이례적으로 진도율이 98.2%에 이르는데 성남 중원구 등 비규제지역 분양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아 사업 진행에 문제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가 통제 강화와 지방 주택가격 하락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경기가 불확실해진 것이 분양 진도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불확실한 시장 상황으로 건설사의 주택사업 기간은 장기화되는 추세다. 전국 '주택 인허가 대비 착공 실적 비중'은 2014년 82.7%에서 지난해 55.9%까지 떨어졌다. 인허가 이후 착공과 분양을 미루는 사업장이 늘어난 것이다. 인허가 대비 착공 실적 비중은 주택 경기 상승기에 오르고 둔화기에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로 HDC현대산업개발 사장인 김대철 한국주택협회장은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장 불확실성 증가로 내년 사업 계획을 잡기가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주택 사업 기간 증가에 따른 수익성 저하는 건설사의 신용 전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관측이다.

김가영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사업이 장기화되면서 늘어난 금융 비용이 건설사 부담으로 전이될 것"이라며 "더불어 기타 지역의 미분양 위험 확대와 이에 따른 현금 흐름 둔화가 건설회사 중장기 사업 위험에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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