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쌀농사 안 지어도 '직불금'…그런데 얼마나?

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 기자, 김민우 기자 2019.09.27 04:30
글자크기

[공익형직불제 농심잡을까](종합)

편집자주 농심(農心)이 요동친다. 농가 소득을 보전해주는 ‘기준’인 쌀 목표가격이 6년째 제자리에 머물면서다. 그러나 농가소득을 보전해주던 기존 직접직불제는 수명을 다했다. 쌀농사 편중, 부익부 빈익빈 등 각종 부작용을 낳았다. 제도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WTO(세계무역기구) 개발도상국 지위 배제 가능성도 제도개편의 필요성을 부추기고 있다. ‘공익형 직불제’ 논의가 급물살을 탄다.

농심(農心)이냐? 재정이냐?…공익형직불제 '쩐의 전쟁'
WTO 개도국 지위 상실 이슈와 맞물려 확대개편 필요성↑…문제는 '돈'



전국농민회총연맹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서 주요농산물공공수급제, 채소가격안정예산 확대, 직불제개혁과 쌀값 보장 근본대책 등을 촉구하며 상여를 태우고 있다. /뉴스1 전국농민회총연맹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서 주요농산물공공수급제, 채소가격안정예산 확대, 직불제개혁과 쌀값 보장 근본대책 등을 촉구하며 상여를 태우고 있다. /뉴스1


‘공익형 직불제’ 개편안 논의가 26일 또 불발됐다. 문제는 ‘돈’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예산이 수반돼야 하는 만큼 추후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할 때 함께 논의키로 했다.

농해수위는 이날 농림축산식품소위원회를 열고 ‘공익형 직불제’ 개편을 골자로 한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9건의 관련법안을 심의했다. 공익형 직불제는 쌀에 편중된 현행 직불제를 품목·지목 구분없이 지급하고 종·소규모 농업인의 소득을 높여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현행 직접지불제는 시장개방에 따른 농가피해보전을 위해 2005년 도입된 이래 농가소득 안정에 기여해왔다. 그러나 쌀이라는 특정 품목에 집중되다보니 쌀의 공급과잉을 초래했다. 쌀값이 떨어지더라도 목표가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 보전을 받다보니 농가들이 다양한 작물을 키우기보다는 쌀 농사에만 매달리는 폐단이 생겼다.

또 면적을 기준으로 지급되다 보니 3㏊ 이상 경작하는 상위 7% 농가가 전체 직불금의 38.4%를 받아가는 등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WTO(세계무역기구) 개발도상국 지위 배제’ 발언으로 공익형 직불제는 다시 주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개도국 지위를 잃을 경우 한국은 농업분야에 매기던 높은 관세를 낮추고 보조금 규모도를 줄여야 한다.


공익형 직불제는 직접 지불제와 달리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향후 농업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WTO 개도국 지위 포기가능성을 시사하면 보조금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는 농민단체 등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정책이기도 하다.

문제는 재정규모다. 농해수위 여야간사단은 지난 1월 2조4000억원에서 3조원 사이 규모로 공익형 직불제 예산을 책정하자고 합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2조2000억원 규모로 ‘공익형 직불제’ 예산을 편성했다.

총선을 앞둔 상황이라 농촌을 지역구로 둔 농해수위 의원들은 ‘농심’(農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소위에서도 야당의원들은 3조원 규모로 편성하자고 주장했다. 지역유권자도 고려하면서 국가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없는 여당의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양상이다.

결국 여야는 내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법안을 함께 논의하는 쪽으로 정리하고 이날 소위를 마무리 지었다.

공익형 직불제 도입 이슈로 인해 쌀 목표가격 협상도 무산됐다. 쌀 목표가격은 지난 2005년 쌀 수매제도를 폐지하면서 도입한 농가 소득 보전장치다.

쌀값이 목표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차액의 85%를 직불금 형태로 보전해 주는 제도다. 5년 단위로 조정되는 쌀 목표가는 2005년 80㎏당 17만83원으로 처음 설정됐다. 이후 2008년 동결을 거쳐 2013년 18만8000원으로 인상됐다.

지난해 10월 쌀값이 목표가격을 넘어선 19만3188원까지 오른 상황이라 쌀 목표가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높지만 여야는 이날 소위에서 쌀 목표가 합의에 실패했다.

농해수위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오늘 소위에서 쌀 목표가로 21만원 이상을 제시했는데 야당 의원들 간 의견이 갈리면서 당론을 정해 다시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김민우 기자

"이대론 안된다" 쌀 직불제 손보는 이유?
2005년 도입땐 쌀 생산농가 소득보전 취지였지만 해마다 쌀 과잉생산·농민간 소득 양극화 주범 전락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전국 농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농민들은 정부와 국회에 채소값 폭락 대책 수립, 직불제 개혁 등을 촉구 했다./사진=뉴스1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전국 농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농민들은 정부와 국회에 채소값 폭락 대책 수립, 직불제 개혁 등을 촉구 했다./사진=뉴스1
정부가 마련중인 공익형직불제의 핵심은 '쌀직불제(쌀소득보전직불제)' 개편이다. 1997년 경영이양직불을 시작으로 도입된 9개 직불제 전체예산 2조4390억원(2018년)중 쌀직불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80%를 넘는다.

쌀직불제는 2004년 쌀 재협상 등 시장개방 압력이 커짐에 따라 이에 따른 쌀값 하락시 국내 농가의 피해보전을 위해 2005년 도입됐다.

쌀값은 수급여건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고, 쌀값 하락으로 인한 목표가격 대비 농가소득 감소분을 직불금을 통해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목

표가격과 산지쌀값 차이의 85%를 고정직불금(ha당 논 100만원+밭 45만원)과 변동직불금으로 보전했다.

해마다 1조1611억원에 달하는 쌀직불금이 농가에 지원됐고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에도 농가 수취액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목표가격 대비 95%수준을 기록했다.

쌀직불제는 이같은 긍정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최근 손봐야 할 문제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국내외 농업여건이 빠르게 변하면서 기존 직불제의 역할과 한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다.

2016년 쌀 과잉생산으로 쌀값이 폭락하자 변동직불금 소요 규모는 1조5000억원에 달했다. 정부가 부담해야 할 재정부담도 컸지만 세계무역기구(WTO)의 국내보조금한도(AMS)를 초과해 지원할 수도 없다. AMS는 UR협정에 따라 정부가 가격정책의 일환으로 농가를 지원할 수 있는 규모를 말하며, 1조4900억원으로 설정됐다. 이 때문에 보상을 받지 못하는 농가도 불가피하게 발생했다.

직불금이 쌀에 집중되다 보니 쌀의 공급과잉 문제가 해마다 반복됐다. 쌀 농가 수취가격의 안정적 유지 및 쌀 생산을 조건으로 직불금이 지급되고 있어 쌀 생산을 유발하고, 수급불균형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쌀은 평년작만 생산돼도 매년 추가 재고가 30만~40만톤 발생하는 구조적 공급과잉 상태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쌀이 과잉생산되면서 2008년 이후에만 150만톤을 주정용과 사료용 등으로 특별 처분해 수 천억원의 재정부담을 초래했다.

전체 농가의 55%에 불과한 쌀 농가에 전체 직불금의 80.7%가 지급되는 것도 타 작목 생산농가들의 불만을 불러왔다.

쌀 농가는 면적을 기준으로 할 때 전체 농가의 53%를 차지한다. 하지만 반대로 전체 농가 대비 쌀 농가 비중은 점차 줄고 있는 형국이다. 2005년 73.7%를 기록했지만 2015년 58.3%, 2017년 55.6%로 크게 하락했다.

정부의 농가소득보전 수단인 직불금이 면적기준으로 지급되다 보니 전체 상위 7%인 대농(3ha 이상)이 전체 직불금의 38.4%를 수령하는 실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이 과잉생산으로 쌀 가격이 하락하면 정부가 시장격리를 통해 가격을 지지하는 가격정책까지 동원하면서 과잉생산을 더 자극하는 악순환이 반복된 측면이 있다"며 "공익형직불제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혁수 기자

말많은 농업 직불제…'하박상후' 고친다
농식품부, 농업소득보전법 개정 2020년 공익형직불제 추진…재배작물 상관없이 동일한 직불금 지급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가 소득안정과 농업 공익증진을 위한 공익형직불제 도입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가 소득안정과 농업 공익증진을 위한 공익형직불제 도입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공익형직불제'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쌀 과잉생산과 중·소규모 농업인의 낮은 소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다. 전체 농가의 55%에 불과한 쌀 농가에 쌀직불금 80.7%를 지급해온 비정상적 상황을 개선하고 농지와 관련된 다수의 직불금을 통합해 농업 지원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997년부터 9개 직불제를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쌀직불제, 밭농업직불, 조건불리직불, 친환경직불, 경관보전직불 등 6개를 내년부터 '공익형직불제(농업·농촌공익증진직불제)'로 개편한다. 구조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경영이양직불, FTA(자유무역협정) 폐업지원직불, FTA피해보전직불 등 기존 3개 직불제는 공익형직불제에 포함하지 않고 별도 운영한다.

정부가 마련한 공익형직불제 개편안은 일정 수준의 소규모 농업인에게는 누구나 지급하는 '소농 직불금'에, 면적따라 역진적으로 지급하는 '면적 직불금'을 더해, 각종 의무 이행에 따라 지급하는 '선택형 공익직불'로 구성될 전망이다.

소농 직불금의 경우, 중·소농업인이 경영 규모에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지원받음으로써 소득안정을 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영 규모가 작을수록 높은 단가를 적용하는 역진적 면적직불금이 주어진다. 경영규모가 작을수록 높은 단가를 적용하고, 대규모 농가(3ha이상)도 현재 지급수준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설계할 계획이다. 현재 논의 경우, 진흥지역은 ha당 185만원, 비진흥지역은 ha당 160만원이 주어진다.

또 쌀 과잉 생산문제 해소와 논과 밭의 형평성 제고라는 직불제 개편 취지를 감안, 논과 밭의 지급단가를 동일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이밖에 우량 농지 보전을 위해 △농업진흥지역 내 논·밭 △농업진흥지역 밖의 논 △농업진흥지역 밖의 밭 등 지역에 따라 지급단가를 3단계로 차등화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국회에 직불금 예산(안)으로 2조2000억원 규모를 제출했다. 이는 올해 1조4000억원보다 8000억원 증액된 액수다. 이와 관련 여당인 민주당은 농업분야의 다른 예산소요를 감안할 때 지나친 확대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며 야당은 3조원 이상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농민단체는 최근 '공익형직불제 관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본격적인 정치권 압박에 나섰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경영규모에 관계없이 농가에 일정금액을 지급하고 모든 작물을 대상으로 동일한 금액을 지원하는 공익형직불제는 농업·농촌의 기능과 역할을 제고하는 중요한 과제"라며 "공익형직불제 예산은 최소 '2조4000억원+α'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마련한 공익형직불제 개편안은 각계 논의를 거쳐 오는 12월 국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업인이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과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공익형직불제 개편과 쌀에 편중된 직불체계를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혁수 기자

'공익형직불제' 법안 보니...작물차등 없고, 소농 중심

역진적 면적·선택형 공익...박완주 민주당 의원 '전부개정안' 발의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가 소득안정과 농업 공익증진을 위한 공익형직불제 도입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가 소득안정과 농업 공익증진을 위한 공익형직불제 도입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추진하는 공익형직불제는 농작 규모와 상관없이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소농 직불금이 기본 토대를 이룰 전망이다.

농작 규모가 작을수록 높은 단가를 적용하되 대규모 농가라도 현재 지급 수준보다 직불금이 감소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따르면 국회에 발의된 '공익형직불제' 관련 법안의 주요 토대는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농업소득보전법 '전부개정안'이다.

사실상 정부안이라 이 안을 토대로 다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개정안은 쌀 고정, 쌀 변동, 밭, 조건불리, 친환경, 경관보전 직불금 등 6개로 나누어진 직불금을 공익형직불제로 통합했다.

논·밭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한 금액을 지원하는 기본 공익직불제를 만들어 직불제 예산이 쌀에 편중하는 현상을 방지했다.

기본형공익직불금을 '소농직불금'과 '면적직불금'으로 나눴다. 기본형은 작물과 관계없이 '농지'를 기준으로 지급된다. 현행 쌀, 밭, 조건불리 직불제가 '기본형'으로 통합되는 것이다.

일정 수준 이하의 소규모 농가는 재배 작물이나 소득에 상관없이 같은 직불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담겼다.

'기본형'에 친환경 농경 등 특정 목적을 달성한 농가는 '선택형' 직불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쌀 목표가격을 설정하고 이에 미치지 못하면 차후 보전해주던 현행 '변동직불금'은 없앴다. 대신 쌀 공급과잉이 우려되면 미리 시장격리할 수 있는 내용을 법에 명시했다. 사후 보전이 아닌 사전 수급관리를 한다는 얘기다.

WTO 개도국 지위를 박탈할 경우에 대비한 조치지만 쌀 목표가격을 없애는 것은 '농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재배면적에 따른 직불금 차등은 그대로 뒀다. 농가 규모를 일정 구간으로 나누고 경영규모가 작을수록 높은 단가를 적용해 소득안정에 기여하도록 했다.

농민들은 추가적 지원을 받는 만큼 농약사용기준, 농지기능주지 등에 대한 교육을 받는 등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박 의원안은 지난 9일 발의됐다. 농해수위에서는 이 법안을 기본 토대로 다른 의원들이 이전에 발의한 일부 개정안 등의 내용을 병합해 심사해나갈 전망이다.

김민우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