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그룹, 조국펀드 인수한 WFM에 100억 투입…왜?(종합)

뉴스1 제공 2019.09.2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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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인수심사 시기 5촌조카 통한 영향력 행사 의심
상상인 "당시 조씨 배경 몰라…담보·업체 평가 후 대출"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전민 기자,박응진 기자 = 상상인그룹이 지난해 더블유에프엠(WFM)의 전환사채(CB)를 담보로 한 업체에 100억원을 빌려준 배경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WFM은 조국 법무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36·구속)가 총괄대표를 지냈던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수한 업체이다.

지난해 상상인은 골든브릿지증권(현 상상인증권) 인수를 위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았다. 당시 상상인 계열의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코링크PE가 대주주로 있던 WFM에 대출을 통해 100억원을 투입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와 야권 등 일각에서는 '상상인이 5촌조카 조씨를 통해 심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다만 상상인 측은 해당 대출이 정당한 심사를 통해 이뤄졌으며, 당시에는 조씨의 배경에 대해서는 몰랐다는 입장이다.

◇ 대주주 적격성 심사 두 차례 중지됐던 상상인…5촌 조카에 줄 대려?



26일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상상인 그룹의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인수 관련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지난해 5월9일부터 진행됐다.

올해 2월27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최종적으로 대주주 변경 승인안을 의결할 때까지 심사는 총 두 차례 중지됐다. 지난해 8월2일에는 금감원이 유준원 상상인 회장의 불공정거래 혐의를 조사하면서 심사가 중단됐다.

이후 11월28일 증선위는 유 회장의 혐의를 검찰에 '참고사항'으로 통보했고, 증선위는 "참고사항 제공은 검찰의 수사 가능성이 낮다"며 심사 재개를 결정했다.


그러나 올해 초 1월15일 심사는 다시 중단된다. 계열사인 상상인저축은행과 대주주 중 1명의 주식 대량보고의무 위반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에 상상인은 심사 신청을 취소한 후 이 둘을 출자구조에서 제외하고, 재신청했으며 다음 달인 2월27일 증선위에서 대주주 변경이 승인된다.

상상인에서 WFM 관련 대출이 이뤄진 것은 첫 번째 심사가 진행 중이던 7월이다. 앳온파트너스는 지난해 7월26일 WFM이 발행한 CB 100억원을 인수했는데,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이 CB를 담보로 앳온파트너스에 100억원을 빌려줬다.

앳온파트너스는 조씨의 자금줄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포스링크 부회장 민모씨(크라제버거 전 대표이사)가 감사를 맡은 이력이 있다. 민씨는 아큐픽스의 부회장을 맡았던 지난 2015년 상상인과 거래를 해왔으며, 유 회장과도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씨와 관련된 업체에서 WFM에 200억원 이상 자금이 투입됐는데, 검찰은 최근 민씨를 소환해 경위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가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진 코링크PE가 WFM의 대주주였고, 당시 골든브릿지증권 인수와 관련해 심사가 난항을 겪고 있었던 만큼, 상상인의 조씨에 대한 '줄대기 의혹'이 법조계와 야권 일각에서 나온다.

한 금융전문 변호사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통과하기도 결코 쉽지 않다"면서 "만일 상상인 측이 조씨와 조 장관의 관계를 인지하고 있었다면, 조씨의 배경을 보고 대출해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상상인 측은 당시 조씨와 조 장관의 관계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으며, 대출도 적법한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역시 의혹을 부인했다.

상상인 관계자는 "해당 대출은 여신심사위원회에서 진행한 공정한 업체·담보 평가를 거쳐 이뤄졌다"면서 "또한 대출 당시에는 조씨를 몰랐던 만큼, 금융당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관련 문제가 종료되고, 두번째 심사 중지 사유도 해소가 돼 (증선위에서)통과된 것"이라면서 "(관련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이 모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 조사를 위해 출석,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2019.9.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이 모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 조사를 위해 출석,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2019.9.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 상상인 주식담보대출도 도마위…"코링크 이슈 한창인데 대환"

상상인과 WFM의 자금거래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WFM은 지난달 20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서 주식 110만주를 담보로 20억원을 연리 17%의 고금리에 빌렸다. 이 돈은 두 달 전 다른 계열사인 상상인저축은행에서 받은 대출 대환 대출한 것이다.

이 대출과 관련해 여신심의위원회가 열린 시기는 지난달 20일이다. 당시는 이미 코링크PE와 관련한 이슈가 공론화한 시점으로, 리스크 관리가 전혀 없이 대환을 실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후 지난달 28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담보였던 WFM 주식 63만5000주(담보의 58%)를 장내 매매했다. 조씨와 WFM·코링크PE의 대표이사였던 이모씨가 해외로 도피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폭락하고, 반대매매로 인한 매물까지 더해지면서 하루만에 주가가 27.5% 떨어졌다.

상상인 측은 담보계약에 따라 최소담부유지비율인 160%(주당 2909원) 밑으로 떨어져 반대매매에 나선 것이며, 해당 대출 역시 회사 간 대환대출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태규 의원은 "조 장관 관련 이슈가 한창 공론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사 차원의 주가하락 예상 가능성 등 리스크 관리가 전혀 없이 대환을 실행했다"면서 "이후 일주일 만에 담보의 반대매매가 이뤄졌는데, 이로 인한 개인투자자 피해 여부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의원은 상상인의 주식담보대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이 의원은 이들의 주식담보대출이 무자본 인수·합병(M&A)의 자금조달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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