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Eat]인도서 '카레' 팔겠다는 일본, 현지인 반응은?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9.2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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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먹는(Eat)' 이야기]
'코코이찌방야' 내년초 인도 1호점 오픈
인도인 평가 "펀치력 부족" VS "강한 인상" 엇갈려

/사진=코코이찌방야 SNS/사진=코코이찌방야 SNS


[인싸Eat]인도서 '카레' 팔겠다는 일본, 현지인 반응은?
일본이 인도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그것도 '커리 원조'로 불리는 인도에서 '일본식 카레('커리'의 일본식 발음)'를 팔겠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출사표를 낸 곳은 우리나라에도 40여개 매장을 보유하며 순항 중인 일본 최대 카레전문점 '코코이찌방야'입니다.



'여기가 최고의 집'이라는 뜻의 코코이찌방야는 일본에만 12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전세계에도 12개국 18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업력도 41년에 달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사업이 성공적이고 안정적이라고 해도 인도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것은 큰 모험처럼 보입니다. 마치 한국에서 일본 업체가 김치를 팔겠다고 선언한 느낌이랄까요? 그렇다면 이 회사는 어떻게 인도 진출을 계획하게 됐을까요?

지난 2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코코이찌방야의 도전은 인도 뉴델리 토박이 출신인 로빈 스리바스타바씨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는 2015년 일본의 무역회사 미쓰이앤코에 2년간 파견근무를 오게 됩니다. 도쿄에서 코코이찌방야를 알게된 것은 단지 영어로 된 메뉴가 있는 식당을 찾다가 였습니다. 고향에서 먹는 커리보다 한참 맛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먹어보니 바삭한 튀김에 부드러운 커리, 일본 특유의 끈적한 식감의 쌀이 서로 잘 어울려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그는 일주일 2번은 코코이찌방야를 방문하는 단골손님이 됐습니다.



/사진=코코이찌방야 SNS/사진=코코이찌방야 SNS
파견근무가 끝난 뒤 인도로 돌아간 그는 파견근무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인도에서 커리 체인 사업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도 미쓰이사에 했습니다. 그는 "먹기 쉽고, 편하고, 인도 음식과도 비슷하기 때문에 '일본식 카레'가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결국 지난 7월 미쓰이와 코코이찌방야는 합작사를 설립해 인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고, 내년초 인도 뉴델리에 첫번째 매장을 열 예정입니다. 미쓰이와 코코이찌방야는 5년 내로는 매장수를 10개로, 10년 내엔 30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입니다. 참, 스리바스타바씨는 여기에 아무런 지분을 투자하지도, 받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정말 일본 카레를 사랑했던 것입니다.

이 같은 도전에 일본인들은 우려의 반응을 내놨습니다. 소셜미디어(SNS)에선 응원의 메시지도 있었지만, 의심과 조롱이 더 많았습니다. 마치 "이탈리아에서 도미노피자를 팔겠다는 것 같다"는 반응들이 나왔습니다.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일본에 사는 인도인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은 뒤 "일본식 카레에 향신료 향이 너무 적어 펀치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왔다"면서 "쇠고기를 안먹는 힌두교도, 돼지고기를 안먹는 이슬람교도들을 대상으로, 돈카츠 카레 등 주력메뉴의 판매전략을 어떻게 취할 것인지도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사진=코코이찌방야 SNS/사진=코코이찌방야 SNS
하지만 코코이찌방야의 마모루 쿠즈하라 회장은 자신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블룸버그통신에 "(인도 진출은) 41년 역사의 회사가 다음단계로 나아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우리는 늘 커리의 본고장인 인도에 우리 식당이 없는 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쿠즈하라 회장은 커리 역사가 깊은 태국에서도 코코이찌방야의 매장이 29개까지 증가하며 성공적이라는 점을 예시로 들며 인도 시장의 성공도 자신했습니다.

현재 코코이찌방야의 전세계 매장은 중국이 49개로 가장 많고 한국이 39개로 2위입니다. 이어 태국(29개), 대만(25개)이 뒤를 잇는 등 아시아권에 주로 매장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밖에 미국에도 8개, 영국에도 1개 매장을 보유 중입니다.

코코이찌방야의 자신감은 주가에서도 나타납니다. 이 회사는 2012년 초 이래 현재까지 주가가 4배가량 상승했습니다. 이 회사가 인도 진출을 공식 선언한 지난 7월 이후에도 주가는 큰 흔들림 없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커리의 원조가 인도이고 일본이 후발주자긴 하지만, 사실 일본의 '카레' 역사도 매우 깊은 편입니다. 영어식으로 '커리(curry)'라고 부른다면, 이를 일본식으로 발음하면 카레가 됩니다. 몇가지 설이 있지만, 커리는 인도 남부의 타밀어 '카리(Kari)'가 어원으로 '소스'를 뜻하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이 커리를 세상에 알린건 인도를 식민 통치했던 영국이었습니다. 영국은 1770년대들어 커리를 자국에 퍼뜨렸고, 이후 커리는 미국을 거쳐 일본에는 메이지유신시대(1868~1912년)때 들어왔습니다. 그 후 수십년간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을 거치면서 일본만의 '카레'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일본은 1900년대 들어선 건조 형태의 즉석 카레를 개발하고, 1920년대엔 카레가루를, 이후엔 블록 형태의 고체카레를 개발하는 등 '카레 붐'을 일으키는데 앞장서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일본식 카레가 전파돼 똑같이 '카레'라고 부르고, 일본의 것과 똑같은 맛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반면 코코이찌방야의 이번 도전이 일본 기업들이 처한 현실을 드러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교도통신은 우동부터 스시까지 인도에 일본 외식업체들이 줄줄이 진출하고 있다면서 인구감소로 시장이 줄어드는 일본 입장에서는 세계 최대 소비국으로 부상하는 인도에 도전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교도통신은 인도 인구가 13억명에 달하는 데다가 앞으로 전세계에서 중산층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될 것이라면서 성장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이미 미국의 월마트와 아마존이 인도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등 전세계 주요 기업들이 인도를 미래의 캐시카우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도 진출 물결 속에서 일본식 카레도 인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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