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협상 '3가지 변수'…탄핵과 제재, 시간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9.09.2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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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트럼프 탄핵정국, 북미협상 여파 가능성...북미 '제재' 이견 여전, 연내 시한도 변수

(뉴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오찬서 건배를 제의하고 있다.   © AFP=뉴스1  (뉴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오찬서 건배를 제의하고 있다. © AFP=뉴스1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대형 변수가 등장했다. 미국 민주당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추진 얘기다. 워싱턴 정가가 ‘탄핵 소용돌이’에 휩쓸릴 경우 재개가 임박한 북미 실무협상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무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성패를 가늠하기 어렵게 하는 불확실성은 더 있다. ‘하노이 회담’에 이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대북제재 완화·해제 문제다. 시간도 핵심 변수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 타결 시한을 ‘연내’로 설정했다. 미국의 탄핵 정국과 내년 초 본격 대선 레이스 돌입 등과 맞물려 협상 타결 실패시 한반도 안보 상황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① 탄핵

민주당이 다수인 미국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공식적인 탄핵 조사에 착수한다고 24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아들인 헌터 바이든에 대한 비리 조사를 압박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내 상황이 탄핵 정국으로 수렴하면서 북미 협상 등 대외 현안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대응으로 이르면 이달말 재개하는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지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의 돌파구로 북미 협상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북미 실무협상의 조속한 재개와 성과로 3차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속도전’으로 외교적 치적을 부각하려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미 협상을 앞두고 불거진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사태를 부른 ‘코언 청문회’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옛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청문회 폭로 이슈를 희석하기 위해 ‘빅딜’(일괄타결) 카드로 협상을 무산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탄핵 정국이 이어질 경우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협상 카드를 국내 정치에 어떤 식으로든 활용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사태를 예의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서 한 시정연설을 했다며 1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2019.04.13.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서 한 시정연설을 했다며 1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2019.04.13.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② 제재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북한이 다시 꺼내든 ‘제재 완화·해제’도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의 결정적 이유는 영변 핵시설 폐기의 반대급부로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핵심 대북제재 5가지의 해제를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회담 결렬 후 북한은 “제재 해제 문제 따위에는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이라며 비핵화 보상 요구를 체제보장으로 사실상 전환했다. 하지만 북미 대화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은 지난 16일 “‘제도 안전’과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제거될 때 비핵화 논의를 할 수 있다”(권정근 외무성 미국국장)며 체제보장과 함께 제재 해제를 비핵화의 전제 조건으로 다시 내걸었다. 요구 조건을 더 늘린 셈이다.


지난 24일 유엔 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의 실질 진전 조치가 나올 때까지 핵심 지렛대인 제재 카드를 쥐고 있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미 정상이 양자회담과 유엔 총회 연설에서 김 위원장에게 발신한 메시지도 ‘안전 보장’ 쪽에 집중됐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대북 무력 불용 원칙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전쟁불용’과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의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 그 어떤 (군사적) ‘행동’(action)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제재 완화 여부는 북한의 핵동결과 ‘비핵화 로드맵’ 합의 등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내놓을지 여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③ 시간



시간이 넉넉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내년 11월 치러지는 대선 승리를 위해 최대한 빨리 북미 협상에서 성과를 내길 원한다. 문 대통령도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세계사적인 대전환, 업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남북미 정상 모두 조속히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의 진전 조치가 나오길 바라고 있다는 얘기다. 실무협상에서 성과를 내고 11월 초 평양 등지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11월 중순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의 참석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미 대화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상황을 가정한 최선의 시나리오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 착수 등 외생 변수와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북미간 뿌리깊은 이견이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연내 시한까지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재개 등 ‘새로운 길’에 나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선 국면에서 대북 군사행동 등 강경론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 언론 복스(VOX)와 인터뷰에서 북미 합의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도 “(연내 타결에 실패한다면 한반도가) 2017년 또는 더 나쁜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허드슨 야드에서 열린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 준비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9.24/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허드슨 야드에서 열린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 준비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9.9.2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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