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담판' 앞둔 김정은에 文대통령, 회심의 'DMZ' 카드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9.09.25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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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실질적 체제보장 가능 …金에 '걱정말고 로드맵 결정' 의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월30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포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월30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포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조선중앙TV 캡쳐) [email protected]


문재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제74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비무장지대(DMZ)의 국제평화지대화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공식적으로 제안한 것에는 북측에 대한 확실한 체제보장 조치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제안이 북측의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상응조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DMZ) 국제평화지대 구축은 북한의 안전을 제도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의와 법으로 뒷받침되는 평화가 진짜 평화이며, 신뢰를 바탕으로 이룬 평화라야 항구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 차원에서 북한과 한국의 경계인 DMZ를 평화지대로 못박을 것이니, 망설이지 말고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자는 것이다. DMZ에 국제기구를 유치하겠다는 것 역시 같은 '안전보장'의 맥락이다.

북미 실무협상이 이달 중 개최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북측이 비핵화 로드맵과 시간표를 확정할지 여부가 최대 관건으로 떠오른 상황에서의 제안이기도 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로드맵 결정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돼온 것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여부다.



재선이 무산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약속했던 로드맵이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북측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이 'DMZ'를 매개로 북측의 안전을 유엔 등 국제사회 차원에서 보장해주겠다고 나선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가 있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호소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6·30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을 거론하며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그 행동 자체로 새로운 평화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선언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금 한반도는 총성 몇 발에 정세가 요동치던 과거와 분명하게 달라졌다"면서도 "적어도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두 정상(트럼프와 김정은)이 한 걸음 더 큰 걸음을 옮겨주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적 평화체제를 통해 북측의 체제를 보장해준다는 문 대통령의 지론이 담긴 구상이기도 하다. DMZ는 문 대통령이 구상해온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지역이다. 환서해-환동해 벨트를 DMZ로 연결해 '한반도 H라인'을 완성하는 구상이다. 북측에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체제보장 조치가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과 경제적인 상호의존 관계를 심화시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단지 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서로 포용성을 강화하고, 의존도를 높이고, 공동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 진정한 평화"라며 "남북이 함께하는 평화경제는 한반도 평화를 공고히 하고, 동아시아와 세계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의 허리인 DMZ가 평화지대로 바뀐다면,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며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교량국가로 발전할 것"이라며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의 비전도 현실이 될 수 있다"고 힘을 줬다.

DMZ 자체가 세계적인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계산 역시 깔렸다. 문 대통령은 "70년 군사적 대결이 낳은 비극적 공간이지만 역설적으로 자연생태계 보고로 변모했다"며 "JSA(공동경비구역), 철책선 등 분단의 비극과 평화의 염원이 함께 깃들어 있는 상징적인 역사 공간이다. 세계가 그 가치를 공유해야 할 인류의 공동유산"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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