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수수색만 3차례…한투증권 수난의 해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19.09.2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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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경영·성공적인 사업 다각화로 실적↑…리스크 관리에도 심혈 기울여야

한국투자증권 본사 / 사진=류승희 기자 grsh15@한국투자증권 본사 / 사진=류승희 기자 grsh15@


한국투자증권이 수난을 겪고 있다. 자본시장 관련 사건 사고에 잇따라 이름을 올리면서 올해 검찰 압수수색만 3차례 받았다. 증권사 최초 연간 영업이익 1조 달성 청신호를 켰지만, 자칫 빛바랜 명예가 될까 업계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24일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 (65,500원 ▲900 +1.39%)는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53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대비 62% 증가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100%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 덕분이다.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한국투자저축은행, 한국투자파트너스, 카카오뱅크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데 이중 한국투자증권 실적 기여도가 가장 크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 5186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대비 37%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자기자본 기준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4039억원)을 뛰어넘은 것은 물론,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6445억원)의 80%를 반기만에 달성했다. 이에 올해 정일문 대표가 내건 영업이익 1조원 돌파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만 따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발행어음 징계부터 '조국펀드' 사건까지 휘말리면서 바람 잘 날이 없다. 올 들어 검찰 압수수색만 벌써 3차례다.



전날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790,000원 ▼1,000 -0.13%)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대표 주관사를 맡았던 한국투자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상장 과정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내용이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검토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에 앞서 지난 7월 코오롱티슈진 (11,220원 ▼110 -0.97%) 관련해서도 한국투자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상장폐지가 결정된 코오롱티슈진 역시 한투증권이 상장 공동 주관사를 맡았다. 코오롱티슈진 주주들은 부적절한 기업을 상장시킨 한투증권의 책임을 물어 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조국 펀드' 관련 영등포 PB센터도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 지점에 근무하는 김 모 PB가 조국 법무부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교체 시도를 하는 등 증거인멸을 도운 정황이 드러난 탓이다.


금융당국의 징계도 받았다. 한투증권은 지난 6월 발행어음 부당대출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과태료 5000만원을 부과받았다.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 1670억원을 특수목적법인(SPC)에 대출했는데 이 자금이 최태원 SK (162,000원 ▲1,300 +0.81%)회장 개인 대출로 활용되면서 문제가 됐다.

최근 문제가 된 DLS(파생결합증권) 사태도 걸려있다. 한투증권은 2015년부터 고용보험기금 위탁운용을 맡고 있는데 지난해 7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형 DLS에 584억원을 투자한 것이 문제가 됐다. 독일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원금의 80%에 달하는 476억원을 날려 위탁운용사로서의 자질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전산시스템 미비로 실제 존재하지 않는 '유령 채권'이 거래될 뻔한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거래가 체결되진 않았지만,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할 뻔 했다는 점에서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IB 명가로 불리는 한투증권의 수난사 원인을 공격적인 경영방식에서 찾는다. 새로운 비즈니스 진출이나 사업 다각화에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감독 당국 관계자는 "산업자본으로 출발해서인지 증권업 환경 변화에 민첩할 뿐 아니라 성공적인 사업 다각화에 따라 실적이 좋다"면서도 "이에 반해 컴플라이언스 부문은 상대적으로 약한 것 같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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