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갤폴드 성공 혁신의 조건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19.09.2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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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DOA(Dead On Arrival)"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2010년 삼성전자가 내놓은 첫 7인치 태블릿PC '갤럭시탭'을 겨냥해 이같이 비아냥 댔다. 카테고리가 모호해 7인치 태블릿은 시장에 나오자마자 쓰지도 못하고 사라질 것이란 단언이었다. 당시 애플의 주력 태블릿은 9.7인치 아이패드. 하지만 애플은 2012년 7.9인치 '아이패드미니'를 출시하며 '팔로어(follower)'가 됐다. 팀 쿡 애플 CEO는 당시 제품을 공개하며 "믿기지 않는 혁신"이라고 자찬했다.

2014년 애플은 4.7인치와 5.5인치 아이폰으로 대화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잡스는 생전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3.5인치를 고수했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애플은 대세를 거스를 수 없었다. 대화면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2011년 '갤럭시노트'로 처음 개척한 시장이다.



애플보다 3년이나 뒤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가 진출 10년 만에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를 넘어 시장을 이끄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애플이 무시했던 대화면, 잡스가 "가장 좋은 펜은 손가락"이라며 평가절하했던 갤럭시노트 'S펜'은 결국 무모함이 아닌 또다른 차원의 혁신이었던 셈이다.

삼성의 퍼스트 무버 도전기는 최근 첫 폴더블폰 '갤럭시폴드(이하 갤폴드)'로 이어지고 있다. 갤폴드는 지난 6일 국내 출시 뒤 완판 행진이다. 물량 공급이 적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폰테크' 풍경도 벌어진다. 제품 사용기 기사나 영상은 연일 높은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당장의 구매 의사를 떠나 새로운 폼팩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뜨겁다는 얘기다.



삼성측도 고무돼 있다. 제품 개발 초기 "폰을 왜 접고 펴야 하나"라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품질 논란까지 겪었지만 출시 후 긍정적인 반응들이 더 많다. '대화면'을 대세로 끌고 간 '갤럭시노트' 출시 당시가 떠오른다는 얘기도 있다.

이제 남은 건 제품 안정화와 대중화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접는 특성상 내구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향후 소비자 반응과 평가에 따라 블록버스터가 되거나 최악의 경우 반짝 '한정판'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갤폴드 시연 동영상에 환호하면서도 "아직은…"이라며 2세대 제품이 나오면 사겠다는 소비자들이 많다. 그들을 잡으려면 삼성은 비싼 가격, 대량 양산, 내구성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끊임없이 사용성을 검증하고 고민하고 투자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에서 써내려간 드라마틱한 반전과 성공 스토리가 갤폴드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우보세]갤폴드 성공 혁신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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