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 꼬인 토스, 은행 재도전 여부가 증권업 판가름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김진형 기자 2019.09.25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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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 자본의 98% 상환우선주 문제 해결 안되면 은행업도 증권업도 힘들듯

'스텝' 꼬인 토스, 은행 재도전 여부가 증권업 판가름


토스의 증권업 진출 여부는 다음달 인터넷전문은행에 재도전할지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을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춰야 증권업 인가도 가능할 것이란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는 당초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다음 증권업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었으나 금융당국이 ‘자본의 질’을 문제 삼으면서 스텝이 꼬였다. 토스는 토스뱅크 컨소시엄을 꾸려 올해 3월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했지만 지난 5월 26일 인가 심사에서 탈락했다. 금융당국은 1차 예비인가에서 고배를 마신 토스뱅크와 키움뱅크에 10월 재심사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다.

토스는 인터넷은행 탈락한 직후 증권업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증권업 신규 인가는 2008년 이후 11년 만의 일이어서 주목받았다. 토스는 당시 “인터넷은행과 무관하게 작년말부터 증권업 진출을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토스는 결국 인터넷은행 탈락의 결정적인 사유였던 ‘자본의 질’ 문제로 증권업 인가도 ‘벽’을 만난 셈이다. 예비인가 심사 결과는 원칙적으로 2개월 안에 나와야 하지만 서류 보완 기간이 길어지면서 벌써 넉 달이 지났다.



금융투자업 감독규정상의 인가 요건 중에는 ‘자본이 차입금으로 구성돼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토스가 조달한 자금의 대부분이 상환우선주로 구성된 만큼 안정적인 자본으로 볼 수 없다”며 “토스가 자체적으로 상환우선주에 대해 ‘상환권’을 떼는 작업을 진행해 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토스 자본금 128억원 중 75%가 상환우선주다. 잉여금을 포함하면 상환우선주 비중은 98%로 올라가는데 발행 후 3년이 지나면 투자자가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만큼 ‘차입금’으로 볼 여지가 크다. 이 같은 문제는 인터넷은행 인가에도 걸림돌이었다. 국제기준인 ‘바젤’ 규제에선 상환우선주는 자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결국 토스가 상환우선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인터넷은행 뿐 아니라 증권업 인가도 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반대로 인터넷은행에 재도전한다면 해법을 찾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결국 금융권에서는 다음달 10일~15일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기간에 토스가 어떤 카드를 들고 ‘재도전’하느냐에 따라 증권업 진출의 성패도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3일부터 인터넷은행 신청을 준비중인 기업들 중 컨설팅을 희망기업의 신청을 받고 있다. 종합컨설팅을 받지 않더라도 예비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종합컨설팅은 인가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라는 점에서 토스도 컨설팅을 통해 상환우선주 문제를 해결 방안을 금융당국과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업과 은행업 인가 심사는 별도로 진행되지만 결국 외부평가위원회로 구성된 인터넷은행 1차 심사에서 확인된 토스의 결격 사유가 해결되지 않으면 증권업 인가 심사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토스 관계자는 “증권사 예비인가 추진은 계속할 것”이라면서 “인터넷은행 재도전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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