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민부론, 대전환 혹은 747의 추억?…"정책대결 계기돼야"

머니투데이 강주헌 박종진 조철희 기자 2019.09.2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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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한국당, 국가주도→민간자유 "경제방향 바꿔야" 정책 전면전

[런치리포트]민부론, 대전환 혹은 747의 추억?…"정책대결 계기돼야"


①민부론, 대전환 혹은 747의 추억?…"정책대결 계기돼야"
-한국당, 국가주도→민간자유 "경제방향 바꿔야" 정책 전면전



"이대로 경제가 무너지게 할 수는 없다"

자유한국당이 작심하고 내놓은 민부론(民富論) 서론의 첫 문장이다. 내년 총선을 겨냥해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를 구성하고 22일 165페이지짜리 정책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 전면 수정을 요구하는 이유다.



한국당은 소득주도성장을 바탕으로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이라는 양축으로 상징된 현 정권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국가 주도의 무리한 정책 추진이 개인과 기업의 자율성을 억누르고 시장의 흐름에 역행했다고 판단한다. 중산층은 무너지고 소득불균형은 심화 됐으며 주력산업은 흔들리고 국가재정 건전성마저 위태롭다고 비판한다.

따라서 민간의 경제적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자고 주장한다. 일자리도 정부가 아닌 기업이 만들 수 있도록 하고, 복지도 획일적 무상복지가 아닌 필요한 사람에게만 제공하는 맞춤형 복지를 말한다.

일각에서는 철 지난 신자유주의적 발상이라는 혹평도 내놓지만 전문가들은 정치권에서 경제정책에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문제의식에 공감하더라도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거나, 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부론이 말하는 우리나라의 현주소= 민부론은 문재인 정부 들어 우리나라 경제는 '파괴 열전'이었다고 평가한다. 경제성장률은 2017년 3.2%에서 지난해 2.7%로 하락한 후 올해는 1%대까지 전망된다는 것이다. 2018년 실업률은 2001년 이후 최악인 3.8%를 기록했고 올해 역시 기록이 갱신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기저효과로 그나마 일자리 증가폭이 상승했지만 대부분 65세 이상 노인 일자리, 즉 세금으로 만든 초단기 일자리라는 비판이다.

가계 소득도 파괴됐다고 분석했다. 가구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중 무직가구 비율이 2017년 4분기 43%에서 2019년 2분기 55%로 급증했고,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44만원인데 이전소득은 65만원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말 그대로 일하는 가계에서 배급받는 가계로 전락했다는 설명이다.

중산층(중위소득 50~150% 가구) 비율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하락한 점,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급증 전망도 문제로 꼽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국가채무(올해 36.6% 추정)가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국가부채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공공기관의 부채를 포함한 국가부채 개념으로 접근하면 이미 우리나라는 지난해 105% 수준까지 치솟아 재정위기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신설하는 현금성 복지 등으로 지방재정적자 증가, 원전폐기·인력 증가 등으로 공공기관 부채 증가도 위험요인으로 더해진다.

◇"경제에 자유를 허하라"= 문제의 원인은 친노조·반노동 정책, 반시장·반기업 정책, 국가만능개입주의에 있다고 파악했다. 그러면서 자유에 방점을 찍는다. "애국과 충성으로 무장된 어제의 국민은 없다. 오늘의 국민은 자신이 원하는 관심과 가치를 추구하는 ‘인생 독립국’이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살아가는 연결된 개인이자 완전히 새로운 인류로 진화된 세계시민의 시대다"라는 게 민부론의 분석이다.

목표는 2030년 국민소득 5만 달러(현재 약 3만 달러), 가구소득 1억원(2017년 약 5700만원), 중산층 70%(현재 약 60%)로 잡았다. 3만 달러를 달성하고도 위기를 겪은 남유럽 사례를 볼 때 4만 달러 수준으로는 진입해야 흔들리지 않는 국가가 될 수 있고 10년 뒤 그 수준이 5만 달러라는 의미다.

정책 방향은 경제활성화, 경쟁력 강화, 자유로운 노동, 지속가능한 복지 등 4개다. 정책과제는 20개를 제시했다. 먼저 경제 활성화 부문에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 △혁신적 규제개혁 △자본시장 글로벌화와 조세의 국제경쟁력 강화 △WTO(세계무역기구) 체제 약화에 대비한 양자 통상체제 강화 △탈원전 중단, 국가에너지정책 정상화 등이다.

또 경쟁력 강화 부문에서는 △기업의 경영권과 경영 안정성 보장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혁신기반 조성, 자유로운 노동시장 부문에서는 △국가중심 노동법에서 시장중심 노동법으로 전환 △노조의 사회적 책임 부과 등을 과제로 내놨다.

지속가능한 복지 부문에서는 △미래에 대비한 복지시스템 재설계 △복지 포퓰리즘 근본적 방지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상 진단과 정책 방향은 비교적 충실히 제시했지만 구체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4차산업혁명 부분에서 블록체인 산업의 암호화폐공개(ICO), 거래소공개(IEO) 허용이나 빅데이터 거래소 설립안처럼 기존에 논의되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들도 적잖다.

이와 관련 김광림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 위원장은 "앞으로 입법 추진 과정 등에서 더욱 구체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민부론은 요약본으로서 각 부문별로 구체적 논의를 담은 별개의 비공개 책자도 있다.

◇낡은 신자유주의 재방송?= 민부론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내년 총선 등을 앞두고 정책논쟁의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우리 사회는 미래세대에게 어떤 일자리를 줄지, 꿈을 줄지 논의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갈등만 하고 있었다"며 "본격적인 정책대결이 이뤄져 전환기 경제에서 대안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부론의 주장을 시장원리만을 최우선 하는 신자유주의의 재탕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방향성 자체가 신자유주의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지금 우리 경제가 기업들을 움직이고 그 움직임을 통해서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성 교수는 "민부론의 방향성은 공감할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민부론에서 강조하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의 경우 거센 사회적 저항과 갈등이 불가피하다. 노동분야 전문가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을 무조건 동결하자고도 안 되고, 근로시간 단축도 원래 상태로 돌리기도 어렵고, 비정규직도 물꼬가 터진 상태"라며 "안 된다고 억제할 수만 없는 노릇인데 이런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 문제의 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소득 5만 달러와 같은 '목표 달성'을 내세우기보다 한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2030년까지 5만 달러 얘기했는데 MB(이명박) 정부(소위 7·4·7 공약) 때 마지막으로 한 다음에 이런 것은 안 했다"며 "우리나라 경제가 한두 개를 건드려서 될 게 아니고 구조적 문제에 봉착한 게 벌써 20년이다. 한국당이나 민주당 모두 구조적 문제에 근본적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런치리포트]민부론, 대전환 혹은 747의 추억?…"정책대결 계기돼야"
②한국당표 경제성장론 '민부론', 누가 만들었나
-90명, 90일, 50여차례 토론…'실질적인 가계 소득 향상'과 '경쟁 촉진'에 중점

'90명, 90일, 50여차례의 토론'

자유한국당표 경제구상 '민부론'에 들어간 인력과 시간이다. 민부론을 발간한 한국당 2020경제대전환 위원회에는 교수 41인, 전문가 22인, 의원 27인이 참여했다.

민부론은 황교안 대표가 지난 2월 27일 대표에 선출된 뒤 야심차게 추진한 '경제대전환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황 대표는 3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 대안 정당이 되기 위한 과제로 '2020 경제 개선안 프로젝트'를 즉각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9일 문재인 정부 2주년을 맞아 '문정권 경제실정백서'인 '징비록'을 발간한 데 이어 4차산업혁명 등 경제 상황 변화를 반영에 내놓은 후속타다.

김광림 최고위원, 정용기 정책위의장,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 등 3명이 위원장을 맡았고, 당내 '경제통'으로 평가받는 경제학 교수 출신인 김종석 의원이 부위원장과 총괄간사를 맡았다. 오정근 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금융 ICT융합학회장)가 전문가 위원장으로 참여했다.

위원회 산하 4개 분과에는 의원 1명과 교수 1명씩 총 2명이 각 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활기찬 시장경제 분과에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 교수·송언석 의원 △경쟁력 강화 분과에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정태옥 의원 △자유로운 노동시장 분과에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임이자 의원 △지속가능한 복지 분과에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김상훈 의원 등이다.

제1야당의 경제대전환 프로젝트는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교수·전문가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프로젝트였지만 정부의 '경제 실정'을 수정하고 개선하는 데에 공감대를 모았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장,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

50여차례의 토론을 거치면서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 특히 '복지 정책'에 대한 스탠스를 어떻게 설정해야할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며 김광림 위원장은 밝혔다. 김 위원장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에서 "복지와 재원을 늘린다 하는 건 표가 되지만 그러나 지속가능한가 미래세대에 부담이 되는가 등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고민을 많이 했다"며 "복지의 방향은 우리 소득에 맞춰서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민부론에서 중점으로 다룬 내용으로는 '실질적인 가계 소득 향상'과 '경쟁 촉진'이다. 김종석 부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소득주도성장과 대비되는 가구별 최저소득 보장을 통해 실질적인 가처분 소득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③與 "한국당 민부론, 민생 빠진 가짜"…'저작권자' 김두관, 도용말라 분노
-"대외여건 변화 분석 없는 구체성·시대성 떨어진 내용"…포용적 성장정책 강조 맞불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자유한국당의 '민부론'(民富論)에 대해 구체적 경제비전이 아닌 허황된 정치선전이라고 맹폭했다. 현재 한국 경제가 당면한 △글로벌 경기둔화 △미중 무역갈등 및 보호무역주의 강화 △일본 수출규제 △영국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외여건 변화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이 자유경쟁 원칙만 내세운, 구체성이 떨어지고 시대적 평가와도 거리가 먼 내용들이라고 비판했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속세 인하 △일감몰아주기 규제 완화 △대중소기업 협력이익 공유제 철폐 등 민부론 주요 내용에 대해 "오랜 세월 이어진 저성장과 양극화의 문제가 그동안 지속됐던 재벌 위주의 성장정책에 기인한 것이라는 시대적 평가를 간과하고 다시 재벌 위주의 경제체제를 강화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민부론의 △근로기준법의 근로계약법 전환 △파업기간 대체근로 전면허용 △직장점거 금지 △부당노동행위 관련 형사처벌 규정 삭제 등에 대해서는 "자본주의체제에서 노동자가 가지는 특수한 지위를 배려해야 한다는 헌법적 이념에 반할뿐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근로3권'(단결권·단체행동권·단체교섭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국가채무 한도 GDP(국내총생산) 대비 40% 헌법 명시 △세입 초과 복지정책 신설 금지법 제정 등에 대해서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사회안전망 강화는 IMF(국제통화기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국제기구가 적극 권고하는 정책"이라며 "선진국들도 이런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 중인데 국제적 흐름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회의에서 "이미 폐기처분된 '747'(연평균 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이나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자)와 같은 이명박·박근혜정권 시절 실패한 경제에 대한 향수만 가득했다"며 "잘못이 확인된 처방을 다시 환자에게 내미는 것은 무능한 의사임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민생이 빠진 민부론은 명백히 가짜"라며 "국회가 할일은 '민부쇼'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민생, 경제 활력을 위한 입법과 예산처리"라고 말했다.

박광온 의원도 "소득주도성장 정책 비판은 할 수 있지만 이명박·박근혜 시절로 유턴하자는 주장은 있을 수 없다"며 "목표를 높이 잡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국민들에게 희망고문이 되지 않으려면 구체성과 진정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06년부터 민부론이라는 이름으로 정책 브랜드를 키워왔던 김두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한국당 민부론'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본 의원이 줄곧 주창해 온 민부론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온 민주당의 정신이 담긴 이론"이라며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통해 이 땅에서 힙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대다수 서민을 잘 살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 당시 개혁의 성과인 정치·제도적 민주주의 완성을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완성으로 이어가고자 했던 것"이라며 "당시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격하며 친기업, 자유경쟁, 낙수효과를 이야기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발표한 민부론에 대해 "특권경제 부활론에 감히 민부론이라는 이름을 붙여 새로운 경제이론처럼 포장하는 것에 분노한다"며 "특권을 누려 온 한국당이 도용해 쓸 민부론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민부론에 맞서 을지로위원회가 추진하는 정책과 같은 양극화 해소 대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양극화를 해소하고 경제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포용적 성장정책'을 더 다듬고 구체화해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 해소에 힘을 모아 나가겠다고 했다.
김 부위원장은 "(현 정부는) 개인 임금올려서 빈곤을 해소하자고 하는데 최저임금 근로자의 3분의 2가 중산층 가구원"이라며 "가구별 최저소득 보장제로 근로 의욕을 저하하지 않고 고용주에게도 (임금 관련) 부담을 주지 않는 게 한국당이 말하는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저소득층의 실질소득 향상을 위해 EITC(근로장려세제)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경쟁촉진'에 대해 민부론에서 "규제 일변도인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경쟁촉진법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태옥 경쟁력 강화 분과 위원장은 일본 무역규제와 관련 우리나라의 기초소재산업 발전이 안되는 이유를 언급하며 "공정거래법에 따라 투자를 하려고 해도 '일감 몰아주기'에 걸려 법이 큰 걸림돌로 작용해 경쟁촉진법으로 바꾸자는 토의가 집중적으로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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