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열린 국회의원 만찬에서 나경원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 전 대표는 이달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그만 그간의 과오를 인정하고 내려오는 것이 책임정치를 실현하고 야당을 살리는 길"이라며 나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정국 등에서 연이어 대여투쟁에 실패했다는 점을 들었다.
홍 전 대표는 한국당을 향해 쓴소리를 적잖게 던졌지만 화살은 유독 나 원내대표에 집중됐다.
그러나 2011년 무상급식 논란으로 물러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선거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변곡점을 맞는다. 당시 이미 스타급 정치인이었던 나 원내대표는 재선의원이었지만 의원직을 버리고 시장 선거에 나섰다. 결과는 패배였다. 선거 도중 터진 '1억원 피부과 논란'의 영향이 컸다.
시장 선거 패배에 이른바 선관위 디도스 공격 파문까지 겹치며 홍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기까지 한다. 홍 전 대표 쪽에선 "후보로 세워줬는데 개인적 이유 때문에 져놓고선 고마워하거나 미안해할 줄 모른다"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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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나 원내대표 쪽은 "당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으로 나섰는데 당 지도부가 제대로 도와주지 않았다"고 섭섭해 했다.
이후 당내 공천과 경선 등 정치적 길목마다 날 선 모습을 보였다. 2017년 11월 당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는 당시 홍 대표가 친박계를 겨냥해 "잘못된 것은 도려내고 암덩어리는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지 우리가 살 수 있다"고 말하자 출마를 고심하던 나 원내대표가 맞받아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거 초반부터 겁박과 막말로 줄세우기에 여념 없다"며 "보수의 혁신,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홍 대표의 막말"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공천에서도 나 원내대표는 홍 전 대표 측근 인사의 전략공천 움직임에 다른 중진 의원들과 함께 반기를 들었다.
지난해 나 원내대표가 모친상을 당했을 때도 두 사람의 인연이 또 한번 도마에 올랐다. 원내대표 취임 전이었지만 한국당 내 여성의원 중 최다선(4선)인 나 원내대표에게 여야 주요 의원들이 일제히 문상을 했지만 당 대표였던 홍 전 대표가 조문을 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다만 홍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의 비판이 개인적 인연 때문이라는 시각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는다. 홍 전 대표는 일부 언론의 관련 보도에 "내가 개인적인 감정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냐"라며 "나는 대한민국을 보고 정치하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연이은 홍 전 대표의 비판에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신 원정출산과 아들의 이중국적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나 원내대표는 23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원정출산·이중국적, 둘 다 아니다. 떳떳하면 제가 제안한 특검을 하자"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자신과 조국 법무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자녀들을 둘러싼 각종 특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 수사를 제안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자신의 제안을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관련해 "겁을 집어먹은 여당이 길길이 물타기라고 하는데 원정출산을 운운하면서 제1야당 원내대표를 흠집내던 패기는 어디가고 쥐구멍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날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홍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중국적이 아니라고 선언한 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환영한다"며 "늦었지만 진실을 밝혔으니 다행이다. 이제 원정출산 의혹을 말끔히 씻었으니 지금부터라도 머뭇거리지 말고 자신있게 밀어붙여라"고 밝혔다. 사퇴를 촉구하던 것에서 한발 물러서 격려하는 모양을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