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잔반금지 요청했는데…" ASF 발생하자 부랴부랴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19.09.24 05:00
글자크기
"북한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했을 때 전국농가 궐기대회까지 하면서 잔반(음식물쓰레기) 사육을 금지해야 한다고 했는데 잔반 처리 비용 늘어난다고 미뤘습니다. ASF가 발생하면 돼지고기 시장이 초토화 될텐데, 남 얘기하듯 하던 정부가 답답했죠."

돼지 사육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중국, 베트남에 이어 북한에도 ASF가 발생한 지난 6월 대한한돈협회는 전국한돈(국산돼지)농가 총궐기대회를 세종시 환경부 앞에서 개최했다. 가장 우선 요구한 것은 잔반 사육을 전면 금지해달라는 내용이었다. ASF 감염 원인 중 하나가 바이러스에 오염된 잔반을 먹은 돼지가 감염되는 경우다. 이에 따라 ASF가 발생한 유럽, 중국 등 주요 나라에서는 잔반 사육이 전면 금지됐다.



국내에서도 잔반 사육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6300여 한돈농가 가운데 300여 농가가 잔반을 이용해 돼지를 키우고 있다. 한돈협회 등에서는 ASF가 나타나기 이전에도 잔반으로 키우는 사육 방식이 품질이 낮은 등의 문제가 있어 줄이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음식물쓰레기 처리 관련 담당부처인 환경부는 잔반 처리 비용 때문에 난색을 표해오다 지난 7월에서야 자가 처리 잔반 급여를 금지했다. 즉 잔반을 자체적으로 수거해 사료로 이용하는 것만 금지시킨 것. 그러나 잔반 사료업체를 통한 공급은 유지하기로 했다. 업체를 통한 공급은 가열처리 등 잔반을 처리 후 공급하기 때문에 괜찮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지난 16일 경기 파주와 연천에서 잇따라 ASF가 발생했고 그제서야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는 잔반 사육을 전면 금지했다. 이번 ASF 발병원인이 잔반 사육 떄문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지만 안이했다는 비판을 면하긴 어렵다. ASF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ASF방지가 최대 과제였던 농가로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다.

한돈농가 관계자는 "ASF가 확산되면 8조원에 달하는 돼지고기 관련 산업이 무너질 수도 있다"며 "수차례 잔반 문제나 야생 멧돼지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요구했지만 정부의 무사안일한 인식만 확인했다"고 토로했다.

17일 이후 추가 발생 건이 나타나지 않으며 잠잠해지나 했던 ASF가 23일 경기도 김포에서 다시 발생했다. 파주에서도 추가로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더이상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응은 더는 없어야 할 것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