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경쟁 불공정" 트럼프, 애플 돕기 시작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9.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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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생산 컴퓨터 부품 10개 품목 관세 면제…
연말 추가관세 앞두고 아이폰 면제 가능성도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팀 쿡 애플 CEO. /AFPBBNews=뉴스1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팀 쿡 애플 CEO. /AFPBBNews=뉴스1


"관세를 안내는 삼성과의 경쟁이 힘들다"며 애플을 도와주겠다고 말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애플에 일부 관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당장은 컴퓨터 부품들이 대상이지만, 스마트폰으로 대상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더힐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애플이 요청한 15개 품목 중 중국산 부품 10개에 대한 관세 부과를 취소키로 했다. 이번에 면제된 부품들은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어치에 10% 추가관세를 부과하면서 포함된 것들이다. 올해 이 관세는 25%로 올랐고, 다음달 15일부터는 30%로 상향될 예정이었다.



애플은 이번조치로 맥프로(Mac Pro) 컴퓨터 부품들을 비롯해 매직마우스2, 매직트랙패드2에 대한 관세를 면제받는다. 면제 기간은 지난해 9월부터 내년 8월까지로, 이미 관세를 낸 품목들은 환불조치할 예정이다. 아이폰이나 애플워치 등 다른 제품들은 이번 조치에 포함되지 않는다.

USTR은 애플이 요청한 나머지 전력, 데이터 케이블, 회로판 등 5개 컴퓨터 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USTR은 애플 부품 외에도 400여개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도 일시적으로 면제키로 했다.



애플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때문에 라이벌인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힘들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도움을 호소해왔다.

지난달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와 저녁식사를 가진 후 "쿡이 주장한 것 중 하나는 애플의 넘버원 경쟁자인 삼성이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어 관세를 내지 않는 다는 것"이라면서 "애플이 관세를 내지 않는 아주 좋은 회사와 경쟁하면서 관세를 내는 것은 아주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쿡이 아주 설득력 있는 주장을 했다"며 애플을 도와줄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5일 후인 21일에도 "삼성이 (관세)타격을 받지 않고 애플이 타격을 입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면서 "나는 단기간 쿡 CEO를 도와줄 것"이라고 재차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스마트폰 물량 대부분을 베트남과 인도 등에서 생산하는데,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에 따라 무관세를 적용받는다. 컴퓨터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반해 애플은 아이폰 생산물량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조립, 생산하고 있다. 이번에 관세가 면제된 맥프로 등 컴퓨터 제품들도 최종 제품은 미국 텍사스에서 생산하지만 상당수 부품들이 중국산이어서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7월만 해도 애플의 컴퓨터 부품 관세 면제 요청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은 중국에서 만든 맥프로 부품들에 대해 관세 면제를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에서 만들면 관세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한 달도 안돼 기존 입장을 바꿀 것을 시사한 데 이어 두 달 만에 애플의 요청을 승락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지원 타깃은 아이폰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미국은 당초 지난 1일부터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매기기로 했지만, 스마트폰 등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를 오는 12월15일로 미룬 바 있다. 시한이 남아 있는 만큼 애플의 컴퓨터 제품을 우선적으로 면제해주고 다음으로 아이폰, 애플워치 등 추가 품목 등을 놓고도 검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향해 수출 문턱 강화 등의 조치로 추가 대미투자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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