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이런 지정학적 위험 처음… 단순히 안끝날것 같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안정준 기자 2019.09.20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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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서 'SK의 밤' 행사 주관..."美서 24억달러 사회적가치 창출"

최태원 회장이 19일 저녁(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SK Night(SK의 밤)' 행사에서 사회적 가치를 통한 파트너십의 확장을 주제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제공=SK최태원 회장이 19일 저녁(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SK Night(SK의 밤)' 행사에서 사회적 가치를 통한 파트너십의 확장을 주제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제공=SK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것이라면, 여기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동사태 등 지정학적 위험에 대해 "30년은 더 갈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단순하게 끝날 것 같지 않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변수의 변화에 따라 경영전략 보완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지정학적 위험 비즈니스 흔드는 초유의 상황"=최 회장이 20일 미국 워싱턴DC SK사무소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속내를 밝혔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한일 갈등과 사우디 드론 폭격 등 각종 지정학적 변수가 심화되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정유, 통신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SK는 특히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은 "SK회장으로 일한 지난 20년 간 요즘처럼 지정학적 위험이 비즈니스를 흔드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내년 계획을 생각할 정도로 지금 한가하지 않다. 올해 문제를 어떻게든 처리하는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복잡다단한 경영 변수들에 대응하는데 우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벌이고 있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기술 유출 송사에 대해서는 즉답 없이 “잘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LG화학이 미 특허당국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하며 함께 진행한 경찰 고소로 이날까지 두 차례에 걸쳐 경찰 압수수색까지 진행된 상황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이와 관련해 “선의의 경쟁은 좋지만 한국 기업끼리 싸우는 것은 3년이나 5년 있다 해도 될 텐데 (지금 싸우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美에 향후 3년간 100억달러 추가 투자"=이날 'SK 의 밤'행사에는 캐런 켈리 상무부 차관과 프랭크 루카스 오클라호마주 하원의원, 해롤드 햄 콘티넨탈리소스 회장, 데이비드 스미스 싱클레어그룹 회장 등 고위급 인사 250여명이 참석했다.


SK에서는 최 회장 외에도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유정준 SK E&S 사장,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 등이 미국 측 참석 인사들을 상대로 사업 현황과 글로벌 경쟁력을 설명하고 지속적인 투자 및 사업 확대를 강조하면서 SK 세일즈에 나섰다.

이 행사는 자본, 기술, 인재가 한데 모인 북미 시장에서 미국 주요 인사들에게 SK의 글로벌 경쟁력을 소개하고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다. 지난해부터 워싱턴 DC에서 개최되고 있다.

최 회장은 환영 인사를 통해 지난해 행사에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 행복을 확산하겠다고 한 약속을 환기시켰다. 최 회장은 이어 "SK는 최근 3년간 미국에 50억 달러를 투자했고 향후 3년간 100억 달러 추가 투자를 통해 절반의 약속을 이행 중"이라고 언급한 뒤 다른 절반의 약속인 사회적 가치도 적극적으로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는 일자리 창출, 세금납부, 교육제공, 친환경 재료 사용 등을 통해 다양하게 창출할 수 있다"면서 "SK는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24억 달러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SK의 '행복 날개'는 우리 모두의 더 큰 행복을 위한 헌신∙약속(Commitment)을 상징한다"면서 "앞으로 미국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미 정부∙기업 등과 함께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파트너십을 확장하고 더 큰 행복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SK의 밤 행사 참석 외에도 윌버 로스 상무장관,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회장 등과 별도 미팅을 갖고 글로벌 정치 및 경제 동향 등에 관해 폭넓게 의견을 나눴다.

워싱턴 일정을 마친 최 회장은 오는 22~23일 뉴욕에서 개최되는 세계시민상 시상식과 만찬에 참석, 역대 수상자인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 등을 만나 글로벌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2010년 국제학 분야 저명 싱크탱크인 대서양협의회가 제정한 세계시민상은 범국가적 성과를 이루거나 민주주의에 기여한 인사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최 회장은 후원 기업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다.

최 회장과 동행한 SK 경영진들도 방미기간 중 재계 인사들과 연쇄 면담을 갖고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현재 미국에서 진행중인 다양한 사업을 점검했다. 이들 SK 경영진은 지난 수년간 미국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왔다.

SK㈜는 최근 자회사 SK실트론을 통해 미 듀폰의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했다. 또 지난 해에는 제약분야 위탁개발 생산업체인 앰팩을 인수하고, 미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의약품 위탁생산회사(CMO) 통합법인 'SK팜테코'를 설립하는 등 제약?바이오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2년 생산을 목표로 미 조지아주에 17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SK종합화학은 지난 2017년 미 다우케미칼로부터 에틸렌아크릴산(EAA)과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을 인수, 고부가 화학사업을 추가했다.

SK그룹은 최근 3년간 에너지∙화학과 ICT는 물론 배터리, 제약, 바이오, 소재 분야의 대미 투자액이 50억 달러에 달할 만큼 북미지역을 글로벌 거점으로 삼고 있다.

이항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PR팀장은 "이번 방문에서 얻은 시사점을 경영전략에 반영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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