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싸움 때문에 돼지열병이 번졌다"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9.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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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미국산 대신 들여온 러시아산 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이유일 가능성
美, 'ASF 바이러스'의 무기화 음모론도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중국에서 시작돼 한국 등 아시아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발생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화권 매체인 에포크타임스는 아직까지 정확히 중국에서 ASF가 발병한 원인이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도중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량을 러시아산으로 대체하다가 ASF가 옮겨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폭탄을 주고 받은 건 지난해 3월부터다. 중국은 보복관세로 지난해 4월 미국산 돼지고기에 관세를 25% 더 부과한 데다가, 7월에 또 2차관세(25%)를 매기면서 미국산 돼지고기에만 70%가량의 세금을 물렸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중국은 2017년 기준 연 122만톤의 돼지고기를 수입했는데, 이중 17만톤을 미국에서 들여왔다. 하지만 관세전쟁이 시작되자 중국이 지난해 4월부터 기존의 미국산을 러시아산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RFA는 중국이 러시아산 돼지고기를 kg당 12위안(약 2014원)에 구입했다고 전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중국이 2016년부터 러시아의 주요 돼지고기 수출국이 됐다고도 했다.

UN식량농업기구(FAO)의 완타니 칼프라비드 수의사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중국에서 확인된 ASF 바이러스를 유전자 진단한 결과 러시아에서 확인된 것과 유사했다고 밝혔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음모론도 있다. 미국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의 식량 공급망을 붕괴시키기 위해 ASF 바이러스를 고의적으로 살포했다는 추측이다. 물론 러시아와 쿠바가, 과거 ASF 파동을 겪었을 당시 미국이 ASF 바이러스를 사용했다고 주장한 것에서 미루어보는 막연한 추측이다.


미 금융매체 FX스트리트는 디퍼런스그룹 설립자이자 국제 문제 전문가인 댄 스타인복 박사를 인용해 미국이 냉전시대 당시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ASF 등 바이러스 3종을 생화학무기화했다고 전했다. 이 때가 1954년이다.

이 때문에 각국에서 ASF 발발시 미국 배후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쿠바는 1971년 ASF로 인해 50만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하게 되자 미국이 이를 퍼뜨렸다고 비난했다. 당시 쿠바 측은 증거를 내놓진 못했지만, 1977년 미 언론사 뉴스데이는 파나마 운하 인근에 위치한 미군 기지로 ASF 바이러스가 운반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ASF 바이러스는 미 중앙정보국(CIA)를 통해 쿠바 반(反)정부 인사들에게 ASF 발병 6주전 건네졌다고 한다.

지난해 10월에는 러시아 국방부가 2007년 발생한 러시아 인근 조지아의 ASF가 미국이 이곳에서 생화학무기 연구소를 비밀리에 운영하다가 유출한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측은 조지아 군 관계자로부터 입수한 문서를 통해 조지아에서 운영되는 리처드 루거 공공보건연구센터가 미국의 지원금을 받고 있으며, 여기서 ASF 등 바이러스를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했다고 했다.

ASF는 급성인 경우 치사율이 100%에 달한다. 이를 치료하는 백신도 없지만 사람에게 전염되지는 않는다. 중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발병한 ASF는 지난해 8월3일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 선양시 농가에서 처음 확인됐고, 현재 베트남, 필리핀을 비롯해 한국까지 확산하고 있다. 중국에선 여태껏 1억마리의 돼지를 살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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