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프렌즈 가와이~" 韓日갈등에도 역대급 매출

머니투데이 도쿄(일본)=김세관 기자 2019.09.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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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日 도쿄 라인, 카카오 캐릭터 매장 가보니···"흥행 이상무"

19일 오전 일본 도쿄 하라주쿠 라인프렌즈 매장 오픈을 기다리는 사람들 모습/사진=김세관 기자.19일 오전 일본 도쿄 하라주쿠 라인프렌즈 매장 오픈을 기다리는 사람들 모습/사진=김세관 기자.


"한국과의 경제전쟁이요? 그게 좋아하는 캐릭터와 무슨 상관이예요?"

일본 도쿄 최대 번화가이자 젊음의 거리 하라주쿠. 도쿄의 2호선이라고 불리는 야마노테선을 타고 하라주쿠역에 내리면 개성있는 현지 젊은이들로 가득찬 메인 스트리트, 다케시타 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86평(286㎡) 대지의 지상 3층 규모 라인프렌즈 하라주쿠 매장이 이 근방에 있다. 19일 오전 10시30분. 이 매장 앞엔 문을 열기 30여분 전부터 10여명의 사람들이 가게로 들어가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일본 현지인 뿐만 아니라 일본을 찾은 다른 나라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브라운'과 사진 찍으려 줄서고···'어피치'보고 연신 "가와이~"= 라인프렌즈 하라주쿠 매장은 지난 2015년 문을 열었다. 그리고 지난해 3월17일 현재의 자리로 매장 규모를 키워 리뉴얼 오픈했다. 재개장 당일, 라인프렌즈 하라주쿠 매장을 보기 위해 6000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700여m 가까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면서 현지인들조차 크게 놀랐다고 한다.
지난해 3월 일본 도쿄 라인프렌즈 하라주쿠 매장 리뉴얼 오픈일에 현지인들이 매장을 방문하기 위해 줄을 선 모습/사진제공=라인프렌즈지난해 3월 일본 도쿄 라인프렌즈 하라주쿠 매장 리뉴얼 오픈일에 현지인들이 매장을 방문하기 위해 줄을 선 모습/사진제공=라인프렌즈
라인프렌즈는 최근 세계적인 케이팝스타 방탄소년단과의 협업을 통해 제작한 'BT21' 캐릭터를 국내외 '굿즈' 매장에 전진 배치 중이다. 라인프렌즈 하라주쿠 매장도 3층 전체가 BT21 캐릭터 상품들로만 채워져 있다.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라인프렌즈 하라주쿠점을 찾는 이유도 BT21의 영향이 크다.
일본 도쿄 라인프렌즈 하라주쿠 매장 3층. B21 캐릭터 상품들이 진열된 모습/사진=김세관 기자.일본 도쿄 라인프렌즈 하라주쿠 매장 3층. B21 캐릭터 상품들이 진열된 모습/사진=김세관 기자.
매장 1층에서는 라인프렌즈 최고 인기 캐릭터 '브라운'을 사람보다 더 크게 만든 거대 인형을 볼 수 있다. 이 거대 브라운과 사진을 찍고자 방문객들이 쉴새 없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이후 극도로 악화된 한일 관계의 여파는 이곳에서만큼은 느끼기 어려웠다.



라인프렌즈 하라주쿠 매장과 200여미터 떨어진 오모테산도 골목에 위치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전용 매장도 마찬가지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아이엑스는 지난해 12월 캐릭터 상품 판매와 카페를 결합한 '어피치 오모테산도'를 오픈했다. '라이언', '무지' 등 국내에서 인기 있는 캐릭터보다, 복숭아를 선호하는 일본인들의 성향을 반영해 '어피치' 캐릭터 위주로 매장을 꾸몄다.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의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상품 매장 '어피치 오모테산도'에 진열된 어피치 캐릭터 모습/사진=김세관 기자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의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상품 매장 '어피치 오모테산도'에 진열된 어피치 캐릭터 모습/사진=김세관 기자
"카와이(귀여워)"를 연신 외치는 젊은 여성들 뿐 아니라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어피치 오모테산도 매장을 찾아 아이들보다 더 캐릭터에 관심을 보이는 젊은 부모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일본에서 카카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점유율은 미미하지만 어피치 캐릭터 인기에 힘입어 월 평균 5만여명이 이 곳을 방문할 정도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캐릭터 산업은 정치적 이슈 영향 적어···오히려 8월 매출 더 좋아= "한일관계가 지금 좋지 않다는 건 알지만 한국 관련 캐릭터나 상품, 문화를 선호하는 건 별개 문제 같아요."

어피치 오모테산도에서 만난 나카타 아리사(22)씨의 말이다. 나카타씨의 평가처럼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양국의 정치적 문제는 한류 캐릭터 소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현지 젊은이들의 대다수 의견이다.

이 같은 흐름은 캐릭터 뿐 아니라 일본에 진출한 '케이컬쳐(K-Culture)' 전반의 분위기이기도 했다. 실제로 하라주쿠와 오모테산도 거리에는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한국 화장품 업체의 현지 매장과 한국 음식으로 인식되는 '치즈핫도그'를 들고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본 도쿄 하라주쿠의 메인 거리 다케시타거리에 위치한 '스타일난다' 매장에서 일본 현지 젊은이들이 제품을 구매하는 모습/사진=김세관 기자.일본 도쿄 하라주쿠의 메인 거리 다케시타거리에 위치한 '스타일난다' 매장에서 일본 현지 젊은이들이 제품을 구매하는 모습/사진=김세관 기자.

"저 뿐만 아니라 또래 친구들 대부분 정치적인 이슈는 한국 가수나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있어 고려 대상이 아녜요." 방탄소년단 지민을 좋아해 두 명의 친구와 함께 라인프렌즈 하라주쿠 매장을 방문했다는 한 대학생의 전언이다.

라인프렌즈 하라주쿠 매장 관계자는 "매출에 영향을 주는 건 정치가 아니라 오히려 학교 방학"이라며 "지난해 8월 매출보다 올해 8월 매출이 더 높았다"고 말했다. 카카오프렌즈의 경우도 지난해 12월 어피치 오모테산도 매장 오픈 이후 학생들의 방학시즌이었던 올해 8월 역대 최고 매출을 찍었다.

일본에서 만난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케이팝, 케이뷰티, 케이푸드 등 케이컬쳐에 대한 일본 젊은이들의 관심은 정치적 이슈를 넘어선다"며 "물론 자신이 소비하는 문화가 한국 것인줄 모르는 일본 젊은이들도 있다. 그래서 더 편견 없이 케이컬쳐와 융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국내 제작 인기  방송프로그램의 일본 버전 대형 광고판이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거리에 걸려 있는 모습/사진=김세관 기자. 국내 제작 인기 방송프로그램의 일본 버전 대형 광고판이 도쿄 하라주쿠 다케시타거리에 걸려 있는 모습/사진=김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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