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플러스, 디즈니 생태계의 +1

윤지만 (칼럼니스트) ize 기자 2019.09.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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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플러스, 디즈니 생태계의 +1


디즈니의 CEO 밥 아이거가 애플의 이사회에서 사임했다.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가 애플의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TV 플러스와 경쟁 관계에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미디어 업계의 거인인 디즈니와 기술 업계의 거인인 애플이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될 정도로 요즘 스트리밍 시장은 전쟁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넷플릭스가 선두주자라고는 하지만, 올해 디즈니와 애플이 가세하고, 내년엔 AT&T의 워너미디어,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도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한다. 현재 시장에 넷플릭스 외에도 아마존, CBS, 훌루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미국의 스트리밍 시장은 ‘블룸버그’의 표현대로 현실판 ‘헝거 게임’이 되고 있다. 이 피 터지는 전쟁 속에서 디즈니 플러스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디즈니에서 나왔기 때문이라는 것도 물론 이유지만, 그보다는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와 차별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볼 수 있는 가격부터 살펴보자. 넷플릭스의 경우 여러 가지 요금제가 있지만, 그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요금제는 12.99달러다. 디즈니의 경우 디즈니 플러스 단독으로 구독할 경우에는 7.99달러로 넷플릭스보다 저렴하고, 디즈니 플러스와 훌루, ESPN을 함께 번들로 구독하면 12.99달러로 넷플릭스와 가격이 같다. ‘복스’는 이런 디즈니의 가격 정책이 넷플릭스에 위협이 될 것이라 말한다. 넷플릭스와 상반되는 것으로는 쇼를 시즌 단위로 업데이트하지 않고, 에피소드 단위로 1주일에 한 번씩 업데이트한다는 점도 있다. 넷플릭스는 시즌 단위 공개로 빈지 워칭을 유행시켰지만, 디즈니는 과거의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면서 빈지 워칭으로 인해 쇼를 빨리 본 사람들이 스포일러를 하는 것을 막고 구독자들이 한 시즌을 보기 위해 몇 달 이상 구독을 유지할 수 있게 유인할 계획이다. ‘콜라이더’는 에피소드 단위 공개가 쇼에 관해 인터넷이나 오프라인의 친구들과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평했다.



넷플릭스는 가능한 많은 콘텐츠를 모아서 구독자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하고, 구독료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이 모델에서 넷플릭스는 구독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거나, 다른 곳에서 제공받아야 한다. 그렇게 콘텐츠가 많아지면 넷플릭스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구독자를 더 많이 모으거나, 구독료를 조금씩 올린다. 분석가 벤 톰슨은 디즈니 플러스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지만, 넷플릭스와는 다른 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더 많은 구독자와 더 비싼 구독료로 수익을 올리는 것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동일하지만, 디즈니 플러스는 디즈니라는 생태계 속에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디즈니가 만든 마블의 영화가 단순히 영화 한 편의 박스오피스 수익에서 그치지 않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해서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낸다든가, 더 나아가서는 디즈니 월드라는 오프라인에서의 경험까지 더해줄 수 있다는 것을 떠올려보자. 디즈니가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디즈니라는 생태계를 풍부하게 하는 재료가 된다. “디즈니 플러스는 인기 있는 서비스가 되겠지만, 디즈니의 목표는 콘텐츠를 모으는 넷플릭스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디즈니 머신을 강화하고 확장하는 데에 있다”라는 톰슨의 평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디즈니 플러스가 구독료를 저렴하게 책정한 것은 초기에 구독자를 모아야 한다는 목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디즈니 플러스가 디즈니 생태계의 번들 중 하나라는 계산도 깔려있다. 넷플릭스는 구독료를 올려야 돈을 벌 수 있지만, 디즈니의 경우, 구독료를 낮게 유지해도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생태계에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디즈니 플러스의 앱 인터페이스를 보면 디즈니가 가진 브랜드로 카테고리가 나누어져 있는데, 이는 디즈니의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디즈니는 단순히 넷플릭스처럼 여러 가지 콘텐츠를 최대한 많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카테고리를 나눠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 지오그래픽으로 구분짓는다. 바꿔 말해, 1957년 월트 디즈니가 다양한 디즈니 사업들의 시너지 효과를 그린 사업 전략 차트는 현재도 유효하다. 1957년에는 없던 디즈니 플러스가 하나 추가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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