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조정? 추세하락? 주가 급락한 돼지열병 수혜株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09.1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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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조기 진화 조짐…장기화 하더라도 옥석 가려 투자 필요

경기 파주에서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17일 경기 파주시 한 양돈농장 및 주변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경기 파주에서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17일 경기 파주시 한 양돈농장 및 주변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정될 기미를 보이면서 관련 수혜주로 거론된 종목들의 주가도 급격하게 하향 조정받았다. 바이러스 잠복기를 고려하면 향후 1~2주 정도는 지켜봐야 하지만 질병이 추가 확산 하더라도 관련 종목들 간 옥석을 가려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ASF 수혜주로 분류되는 종목 대부분이 10%대 이상 급락했다. 동물용 의약품을 생산하는 우진비앤지 (1,099원 ▲7 +0.64%)는 이날 전일 대비 700원(17.11%) 하락한 33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이후 급격한 하향 조정이다.



기능성 사료와 동물의약품을 생산하는 진바이오텍 (3,900원 ▲20 +0.52%)도 이날 16.02% 하락했고 제일바이오 (2,080원 ▼230 -9.96%) 역시 15.98% 떨어졌다. 대성미생물 (10,540원 ▼100 -0.94%), 이글벳 (5,160원 0.00%), 씨티씨바이오 (7,870원 ▼130 -1.63%), 이지바이오 (3,235원 ▲30 +0.94%) 등 다른 동물의약품 업체들도 10% 안팎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육가공·유통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이날 하림 (3,045원 ▲35 +1.16%)은 전일 대비 750원(17.05%) 떨어진 3650원에 마감했고, 마니커 (1,120원 ▲19 +1.73%), 우리손에프앤지 (1,479원 ▼4 -0.27%), 체리부로 (1,071원 ▲11 +1.04%), 정다운 (3,300원 ▲210 +6.80%) 등은 10%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지난 17일 국내에서 ASF가 첫 발병하고 이틀 연속 확진 농장이 발생하면서 이 기간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이후 추가 확진 농장이 나타나지 않자 관련주들의 인기도 급격히 식었다.

ASF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돼지 전염병으로 사람에게 옮기지는 않지만 돼지 개체 간에는 전염성이 높고 치사율이 100%에 달해 한 번 확산하면 양돈 업계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질병이 발생하면 전량 살처분 하는 것이 유일한 방역 조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7일 오전 6시30분 경기 파주시의 한 양돈농가에서 ASF를 확진한 즉시 전국을 대상으로 '가축 등에 대한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발동했다. 그 다음날 경기 연천군의 한 양돈농가에서도 추가 발병이 확인됐지만 이후 추가 발병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동중지 명령은 이날 오후 6시30분 해제될 예정이다.


이틀 간 돼지고기 가격은 급등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농림부에 따르면 국내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지난 17일 1kg당 5838원, 18일 6201원으로 평년(4710원) 대비 각각 23.9%, 31.7% 급등했다. 이동중지 명령에 따른 일시적 물량 부족과 대량 살처분 우려 등의 영향이었다.

하지만 현재 ASF로 인한 살처분 대상은 농장 7곳 총 1만5659두로 국내 전체 사육두수 1227만 마리(8월말 기준)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해 질병이 추가 확산하지 않는 이상 살처분으로 인한 공급 부족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현재 국내 돼지 사육두수는 평년 대비 13% 많고 재고물량도 6월말 기준 18만5000톤으로 평년 대비 105.5% 증가해 공급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ASF의 잠복기를 고려하면 아직 1~2주 정도는 안심할 수 없는 단계다. 추가 발병이 확인되고 전염이 장기화할 경우 2010년 구제역 사태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ASF가 장기화하더라도 어떤 종목이 수혜주인지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현재는 △돈육 상승을 기대한 돈육가공업체 △대체제로 거론되는 육계업체 △동물백신업체 △사료업체 등이 주목받고 있는데, 모든 업종이 ASF의 수혜를 입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돈육업체들은 돼지고기가격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 효과를 얻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SF로 인해 돈육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다"며 "설령 돈육가격이 상승하지 않더라도 돼지 살처분으로 영세 농가의 폐업이 늘어나면 대형 업체들은 영업권을 저가에 매집해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대체재인 닭고기는 단기적으로 상승 가능성이 있지만 사육 기간이 짧고 공급량이 많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SF 발병 초반에는 대체재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지만 닭은 공급을 빠르게 늘릴 수 있어 시세 상승은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료업체도 큰 수혜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ASF를 계기로 돼지 사료로 사용되는 잔반(음식물 쓰레기)이 줄어들고 대신 사료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되지만 실제 잔반으로 돼지를 키우는 농가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이 연구원은 "한국에서 잔반으로 돼지를 키우는 비율은 10% 미만으로 매우 적다"며 "돼지 살처분도 사료 소비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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