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파주 생산라인. 건널목 신호등에 적색등이 켜져 있다. /사진=심재현 기자
◇ LCD 생산할수록 적자…구조조정 패닉에 빠진 협력업체 = 2017년까지만 해도 파주 산업단지는 지역 내 복덩이로 불렸다. 2003년 LG디스플레이 (10,050원 ▲230 +2.34%)가 경북 구미에서 이곳으로 이전해오면서 삼성디스플레이 생산단지가 있는 충남 아산·탕정과 함께 단박에 디스플레이 산업의 메카로 떠올랐다. 공장 외벽에 붙은 '파주는 경제다'라는 문구가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애정을 대변했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10월에 이어 이달 또 한 번 대규모 생산직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구조조정 여파가 고스란히 협력업계로 옮겨가고 있다. LG디스플레이 파주산단 내 협력업체 A사는 최근 진행하던 채용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근무형태가 협력업체에서 원청 공장으로 직원을 파견하는 방식이라 인력운용이 원청 사정에 절대적으로 좌우되기 때문이다. 보통 디스플레이 원청 공장 하나에 100~200개 협력업체가 상주한다. LG디스플레이 파주 8.5세대 LCD 공장 가동률은 최근 6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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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 관계자는 "납품이나 공정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LCD 사업재편 때문이라 막막하다"며 "조금만 버티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하니 기다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OLED 전환 서두르는 업계…추적자 中 따돌릴 수 있을까 = 업황 침체는 예견된 일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 LCD 업체였던 LG디스플레이가 2017년 중국 BOE에 1위 자리를 내주면서부터 실적악화는 시간문제였다"며 "미중 무역분쟁으로 TV 수요까지 얼어붙어 LCD 가격이 급락해 충격이 배가 됐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43인치 LCD 패널 평균판매가격은 지난달 75달러로 지난해 1월(106달러)보다 29.2% 하락했다. 매출의 70% 이상을 LCD에 의존하는 LG디스플레이 올 상반기 영업적자는 5000억원을 넘어섰다. 삼성디스플레이도 2분기 애플로부터 받은 일회성 보상금을 제외하면 적자를 냈다.
양사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의 사업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향후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자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주력하는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시장에서 국내업계의 독점적인 점유율이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세계 OLED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95%에서 올 1분기 88%로 하락했다.
이 기간 중국 BOE는 점유율을 0.1%에서 5.4%로 끌어올렸다. BOE는 가동 중인 중소형 OLED 1개 공장 외에 2개 공장을 추가 건설 중이다. IHS마킷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1년 중국의 플렉서블 OLED 생산능력이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산능력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디스플레이업체가 공장을 지을 때 50% 이상의 자금을 지원한다. 올 초 미중 무역분쟁으로 반도체 굴기가 타격을 입으면서 디스플레이 경쟁력 강화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디스플레이 협력업계 인사는 "올해는 어떻게 버틴다고 해도 내년, 내후년이 걱정"이라며 "정부가 디스플레이 산업을 포기할 게 아니라면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파주 생산라인. /사진=심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