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자식 걱정' 안하는 정치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19.09.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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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법안 얘기만 나오면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의 낯빛은 급격히 어두워진다. 지난 2월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늘리는 안을 천신만고끝에 도출했지만, 아직 국회에서는 이렇다할 접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민주당은 6개월로, 자유한국당은 1년으로 연장하자고 주장한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여기에 선택적 시간근로제 확대 등을 추가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탄력근로는 업무가 많을 땐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대신 적을 땐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단위기간이 길수록 기업은 일이 몰릴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주 52시간의 부작용을 보완할 대책으로 단위기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50~299인 기업까지 주 52시간 근로 제도를 도입하는데, 탄력근로제는 시한폭탄과 같다. 연내 불발될 경우 50~299인 기업은 주 52시간 대응수단을 잃게 된다. 가뜩이나 대외 여건이 불안한데, 노동시장 불확실성이라는 악재까지 가중되는 셈이다.



마침 19일 발표된 고용부의 '주 52시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50~299인 기업 10곳 중 4곳은 아직 주 52시간 대응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탄력근로제 등 '유연근로 요건 완화'가 가장 필요한 제도 개선방안이라고 밝혔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도 "내년 경제상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이 주 52시간제를 준비해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불확실성 해소가 시급하다"며 연일 국회에 법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는 탄력근로제 통과에 마지막 기회다. 올해를 넘기면 국회가 총선 모드에 들어가 법안 논의가 쉽지 않아진다. 탄력근로제 통과가 내년 하반기까지 늘어진다면 주 52시간을 위반하는 기업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8일 "경제는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인 듯 하다. 경제 이슈를 제대로 논의해본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며 국회를 비판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검증의 일환인 '남의 딸 걱정'도 좋지만 정치가 '제 자식 걱정'도 이제 좀 했으면 한다.


사진=박경담 기자사진=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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