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아니라 조랑말" 위워크의 굴욕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김지현 기자 2019.09.20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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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즈 BTS(Biz & Tech Story)]
거품논란에 IPO 일정 연기
기업가치 56조원에서 몇개월새 3분의1토막
기술회사 포장하지만 임대업자 지적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미국 오피스공유업체 위워크(WeWork)의 모회사인 ‘위컴퍼니’(We Company)가 이달 예정됐던 나스닥 상장을 연말로 연기하기로 했다. 현재로서는 연내 상장이 가능할지조차 미지수다. 우버에 이어 공유경제 고평가 논란의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이 아니라 ‘조랑말’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위워크 기업가치는 470억달러(56조원)로 평가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650억달러(78조원)까지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8월 IPO(기업공개) 서류 공개 후 사업의 수익성과 기업가치의 적정성 등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최근 위워크와 주간사들은 기업가치를 100억~150억달러(12조~18조원)까지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위워크를 둘러싼 거품 논란은 지난해 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중동 투자자들의 대립 때부터 예견됐다. 손 회장은 “나의 차세대 알리바바”라며 위워크를 인수하고 싶어 했지만 사우디 국부펀드 등 비전펀드 자금줄인 중동 투자자들이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결국 160억달러(19조원)를 투자하려던 계획은 20억달러(2조4000억원)로 축소됐다. 그마저도 비전펀드가 아니라 소프트뱅크가 직접 투자하기로 했다. 중동 투자자들이 비전펀드의 위워크 인수에 반대한 결정적인 이유는 위워크 스스로는 기술회사라고 강조하지만 사실 경기에 따라 부침이 많은 부동산임대업체에 불과하다는 평가 때문이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부동산임대는 기술의 영역이 아니다”

위워크는 매년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은 15억4000만달러(1조8000억원)지만 13억7000만달러(1조600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공간임대를 해서 리모델링하기까지 4~6개월 걸리는데 이 기간 지불하는 임대료는 고스란히 손실이다. 또 공유오피스에 사무용품을 채우는데 비용이 들고 공간 관리를 위한 직원도 대거 채용해야 한다.

미 IT매체 더 인포메이션은 위워크의 입주 회원당 목표 수익률(멤버십 수입-임대료 포함 운영비)은 30%지만 현재 10% 수준에 불과하며, 오피스 하나를 연 뒤 초기비용을 상쇄하고 흑자 전환하려면 평균 6년이 소요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에는 위워크 같은 ‘적자 유니콘’이 적지 않다. 관건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느냐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위워크의 경우 부동산임대에 가까운 사업 모델로는 어렵다는 우려다. 위워크는 건물을 한 층 또는 통째 10~20년 장기 임대한 뒤 공간을 리모델링해 단기로 임대하는 모델이다. 하지만 공간임대는 경기를 탈 수밖에 없다. 경기가 위축되고 벤처자금이 줄면 공실이 많아진다. 월 단위 계약은 장점도 있지만 회원들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단점도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위워크의 비용은 고정돼 있는 반면 수요에 따라 매출은 출렁인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며 “본질적으로 위워크는 차익거래를 하고 있는 (부동산) 회사”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530여개 오피스 중 안정기에 접어든 곳은 30%에 불과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위워크 오피스. /사진=Bloomberg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위워크 오피스. /사진=Bloomberg
사업 문턱이 낮다보니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갤럽에 따르면 2017년 미국에서 운영되는 공유사무실만 1만4000곳이며 2022년에는 3만곳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부동산 거물들과 자산운용사까지 공유오피스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부동산금융업계 글로벌 1, 2위인 블랙스톤과 브룩필드가 각각 사무실 임대회사 ‘오피스그룹’(Office Group)과 ‘IWG’를 인수했다. IWG가 보유한 오피스 수는 위워크의 528개보다 많은 3000여개다. IWG는 지난해 매출 34억달러(4조원), 영업흑자 5억달러(6000억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업가치는 37억달러로 위워크의 15% 수준이다.

미국 IT매체 리코드는 “부동산 회사로 간주되는 IWG보다 위워크가 몇 배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기술회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위워크의 사업 분야는 오피스 임대고 이는 기술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위워크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후발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공유오피스 빅5로 꼽히는 ‘인더스트리어스’. 오피스 임대 후 재임대가 아니라 건물주와 파트너십을 맺는 방식이다. 건물주가 공유오피스로 리모델링하는 비용의 90~95% 부담하면 인더스트리어스가 운영하는 것이다.

미국 뉴욕 맨하탄 위워크 본사 내부에 위치한 위그로우 1호점 /사진=WeGrow미국 뉴욕 맨하탄 위워크 본사 내부에 위치한 위그로우 1호점 /사진=WeGrow
◇“도시의 OS가 되겠다”는 비전은 포장일 뿐?

위워크는 자신의 목표가 위월드라는 ‘도시제국 건설’이라고 강조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모든 것을 팔겠다’(Everything store)는 커머스 제국인 것처럼 일하고, 운동하고, 아이 키우는 데 필요한 ‘도시의 모든 것을 제공하겠다’(Everything in city)는 것이다. 그래서 애덤 노이만 공동창업자는 위워크를 ‘공간 솔루션’, ‘도심의 운영체제(OS)’, ‘협업의 기회를 상품화한 회사’ 등으로 소개하며 “위워크에게 사무공간은 초창기 아마존에 책의 역할일 뿐”이라고 말한다. 아마존이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해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사무실 임대로 시작해 모든 도심 공간을 아우르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부모는 위워크에서 일할 동안 아이는 ‘위그로우’(WeGrow)에 맡기면 된다. 위그로우는 2~11세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교육시설이다. 대부분 위워크 건물 안에 있는데 여의치 않을 경우 가장 가까운 건물을 임대해 구름다리 등으로 연결한다. 학생들이 언제든지 위워크를 방문해 창업자들이 일하고 회의하는 모습을 보게 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디자인에 관심 있는 어린이를 티셔츠 디자인을 하는 스타트업에 소개해 실제 제품까지 출시해보도록 한다. 위워크에서 일이 끝나면 ‘위리브’(WeLive)에 쉬러 가면 된다. 위워크의 주거 버전이다. 입주자들은 세탁실, 오락실, 부엌, 카페 등의 공간을 공유한다. 운동은 ‘라이즈 바이 위’(Rise by We)에서 하면 된다. 피트니스, 트레이닝, 명상, 식단 관리 등 웰빙과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서도 강조하는 건 공유를 통한 네트워킹이다. 축구, 농구, 배구 등 수강생들이 어울려 운동하는 프로그램이 많고 수업이 끝나면 주스 바, 사우나 등에서 친목을 다진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위리브. /사진=WeLive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위리브. /사진=WeLive
특히 위워크가 기술회사라며 내세우는 모델은 ‘파워드 바이 위’(Powered by We). 최근 위워크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다. 위워크의 공간관리 노하우가 담긴 소프트웨어로 다른 기업 사무실을 관리해주고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하는 서비스다. 인테리어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하고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이 목표다. 직원들의 동선과 각 공간별 밀집 정도를 분석해 최적의 공간 활용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위워크가 2018년 리모델링 등을 해준 회사는 220여곳.

손 회장은 이런 점들을 들어 위워크가 도시의 운영체제를 장악하는 기술회사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전에도 불구하고 위워크의 핵심은 돈만 까먹는 부동산 임대회사라는 평가가 많다. 이번에 IPO를 연기한 것도 이런 우려에 따른 가치 하락 때문이다. 기술회사라는 장밋빛 전망만 가득했던 위워크 모델의 한계가 이번에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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