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BBNews=뉴스1
올해 초 위워크 기업가치는 470억달러(56조원)로 평가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650억달러(78조원)까지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8월 IPO(기업공개) 서류 공개 후 사업의 수익성과 기업가치의 적정성 등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최근 위워크와 주간사들은 기업가치를 100억~150억달러(12조~18조원)까지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미 IT매체 더 인포메이션은 위워크의 입주 회원당 목표 수익률(멤버십 수입-임대료 포함 운영비)은 30%지만 현재 10% 수준에 불과하며, 오피스 하나를 연 뒤 초기비용을 상쇄하고 흑자 전환하려면 평균 6년이 소요된다고 분석했다.
미국에는 위워크 같은 ‘적자 유니콘’이 적지 않다. 관건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느냐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위워크의 경우 부동산임대에 가까운 사업 모델로는 어렵다는 우려다. 위워크는 건물을 한 층 또는 통째 10~20년 장기 임대한 뒤 공간을 리모델링해 단기로 임대하는 모델이다. 하지만 공간임대는 경기를 탈 수밖에 없다. 경기가 위축되고 벤처자금이 줄면 공실이 많아진다. 월 단위 계약은 장점도 있지만 회원들이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단점도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위워크의 비용은 고정돼 있는 반면 수요에 따라 매출은 출렁인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며 “본질적으로 위워크는 차익거래를 하고 있는 (부동산) 회사”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530여개 오피스 중 안정기에 접어든 곳은 30%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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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위워크 오피스. /사진=Bloomberg
미국 IT매체 리코드는 “부동산 회사로 간주되는 IWG보다 위워크가 몇 배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기술회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위워크의 사업 분야는 오피스 임대고 이는 기술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위워크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후발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공유오피스 빅5로 꼽히는 ‘인더스트리어스’. 오피스 임대 후 재임대가 아니라 건물주와 파트너십을 맺는 방식이다. 건물주가 공유오피스로 리모델링하는 비용의 90~95% 부담하면 인더스트리어스가 운영하는 것이다.
미국 뉴욕 맨하탄 위워크 본사 내부에 위치한 위그로우 1호점 /사진=WeGrow
위워크는 자신의 목표가 위월드라는 ‘도시제국 건설’이라고 강조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모든 것을 팔겠다’(Everything store)는 커머스 제국인 것처럼 일하고, 운동하고, 아이 키우는 데 필요한 ‘도시의 모든 것을 제공하겠다’(Everything in city)는 것이다. 그래서 애덤 노이만 공동창업자는 위워크를 ‘공간 솔루션’, ‘도심의 운영체제(OS)’, ‘협업의 기회를 상품화한 회사’ 등으로 소개하며 “위워크에게 사무공간은 초창기 아마존에 책의 역할일 뿐”이라고 말한다. 아마존이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해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사무실 임대로 시작해 모든 도심 공간을 아우르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부모는 위워크에서 일할 동안 아이는 ‘위그로우’(WeGrow)에 맡기면 된다. 위그로우는 2~11세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교육시설이다. 대부분 위워크 건물 안에 있는데 여의치 않을 경우 가장 가까운 건물을 임대해 구름다리 등으로 연결한다. 학생들이 언제든지 위워크를 방문해 창업자들이 일하고 회의하는 모습을 보게 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디자인에 관심 있는 어린이를 티셔츠 디자인을 하는 스타트업에 소개해 실제 제품까지 출시해보도록 한다. 위워크에서 일이 끝나면 ‘위리브’(WeLive)에 쉬러 가면 된다. 위워크의 주거 버전이다. 입주자들은 세탁실, 오락실, 부엌, 카페 등의 공간을 공유한다. 운동은 ‘라이즈 바이 위’(Rise by We)에서 하면 된다. 피트니스, 트레이닝, 명상, 식단 관리 등 웰빙과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서도 강조하는 건 공유를 통한 네트워킹이다. 축구, 농구, 배구 등 수강생들이 어울려 운동하는 프로그램이 많고 수업이 끝나면 주스 바, 사우나 등에서 친목을 다진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위리브. /사진=WeLive
손 회장은 이런 점들을 들어 위워크가 도시의 운영체제를 장악하는 기술회사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전에도 불구하고 위워크의 핵심은 돈만 까먹는 부동산 임대회사라는 평가가 많다. 이번에 IPO를 연기한 것도 이런 우려에 따른 가치 하락 때문이다. 기술회사라는 장밋빛 전망만 가득했던 위워크 모델의 한계가 이번에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