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터데이’, 내가 비틀즈의 노래를 만들었다면

임현경, 김리은, 권나연 ize 기자 2019.09.1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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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터데이’, 내가 비틀즈의 노래를 만들었다면


‘뷰티풀 보이’ 보세

스티브 카렐, 티모시 샬라메, 마우라 티어니, 에이미 라이언
임현경
: 데이비드(스티브 카렐)는 공부, 운동, 예술 중 무엇 하나 놓치는 법이 없었던 모범생 아들 닉(티모시 샬라메)이 남몰래 각종 약물을 오남용해온 중독자란 사실을 알게 된다. 닉은 데이비드의 지지를 받으며 재활원에 들어가고, 중독자모임과 강연에 참여하고, 일상으로 돌아가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도돌이표처럼 마약에 손을 뻗는 일을 되풀이한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미국 50세 미만 사망원인 1위, 1년에 약 7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약물 중독 문제를 다룬다. 중독에 어떠한 계기나 당위를 부여하지 않고, 약에 취한 쾌감보다 의식 밖 초라한 실태를 드러냄으로써 미화나 환상을 최대한 배제한다. 2시간 동안 이어지는 지난한 악순환과 그로 인해 점차 피폐해지는 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고통스럽다. 이러한 상황 자체가 약물 중독자의 곁에 선 사람들의 상황에 몰입하게 만들고, 약물 중독이 단순히 강한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치료와 지원이 필요한 사회 문제임을 보여준다.



‘예스터데이’ 글쎄
히메쉬 파텔, 릴리 제임스, 케이트 맥키넌, 에드 시런
김리은
: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잭 말릭(히메쉬 파텔)은 오랜 친구이자 매니저인 엘리 애플턴(릴리 제임스)의 지지 속에서 힘겹게 뮤지션의 꿈을 이어나간다. 꿈을 포기하려던 잭은 전 세계적인 정전으로 자동차 사고를 당하고, 그로 인해 세상에서 유일하게 비틀즈를 기억하는 사람이 된다. 현대 대중음악사의 전설, 비틀즈에 헌정하는 영화다. 비틀즈의 음악을 줄거리 속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한 편이며, 영국의 각종 문화적 장치들을 위트있게 활용해 웃음을 준다. 그러나 음악 영화로서는 퍼포먼스가 전반적으로 짧아 몰입할 수 있는 순간이 드물고, 잭과 엘리의 로맨스 역시 평면적인 캐릭터와 비현실적인 현실 묘사로 인해 의아함을 남긴다. 특히 외모를 통한 유머 유도나 영국인과 미국인의 전형적인 선악 구도, 이민자 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는 2019년의 감각으로서는 낡았다는 인상을 준다. 참신한 설정과 비틀즈의 음악이라는 분명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용두사미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디스트로이어’ 보세
니콜 키드먼, 세바스찬 스탠
권나연
: 50대 강력계 형사 에린(니콜 키드먼)은 과거 함께 범죄조직 잠복수사를 하던 도중 목숨을 잃은 연인 크리스(세바스찬 스탠)의 복수를 위해 17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보라색 잉크 지폐에 얽힌 비밀을 추적한다. 특수분장으로 덧입힌 늙고 지친 얼굴과 단벌 가죽재킷 차림의 에린은 전형적인 필름 누아르의 주인공으로, 남성 지배적인 장르에서 여자이기도 하고 엄마이기도 한 에린의 지위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범인을 쫓는 현재 시간대에 과거 회상을 나란히 교차 삽입하면서 에린은 아픈 과거를 다시 한번 살아야만 한다. 단서 수집을 위해 그 과거를 성실하게 뒤쫓아야만 하는 관객은 에린의 렌즈를 통해 크리스를 향한 그의 복잡한 감정들을 이해할 수 있다. 에린의 고통을 담담하게 비추면서도 에린이 해나가는 복수와 속죄의 여정을 정성스럽게 따라가는 과정이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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