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美 대선후보가 일으킨 '꼴찌 돌풍'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9.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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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유일의 아시안계 대선후보 앤드류 양
"조건 없이 월 1000$ 지급" 공약에 인기몰이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사업가 출신에 틀을 깨는 선거전략을 취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소속, 유색인종이라는 점까지. 마치 두 전현직 대통령의 특징을 두루 섞어놓은 듯한 아시아계 대선후보가 미 정치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만계 기업인 출신 앤드류 양(44)이 그 주인공이다.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20명의 후보 중 유일한 아시안 출신인 그는 지지율 1%의 꼴찌에서 몇달 새 지지율 3%로 뛰어오르며 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양 후보는 지난달 "내 위에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롯해 3명의 빅네임인 엘리자베스 워런, 버니 샌더스, 카말라 해리스 의원밖에 없다"며 당당한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그의 인기는 선거자금 모금에서도 나타난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양을 후원하는 사람이 20만명을 넘어섰다"면서 "2분기 후원금은 1분기보다 2배 늘어났다"고 전했다.



양의 최대 공약은 '보편적 기본소득(UBI)'이다. 그는 18세 이상의 모든 미국 시민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월 1000달러의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한다.

그는 이같은 상승세 덕에 지난 13일 지지율 2% 이상만이 참석할 수 있는 민주당 대선후보 3차 TV토론회에 나갈 수 있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주요 공약인 UBI를 홍보해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그가 시범적으로 10명의 신청자를 선정해 1년간 월 1000달러를 주겠다고 약속하자, 그의 선거 홈페이지에는 순식간에 45만명이 지원하기도 했다. 이미 올해 초부터 선거 캠페인 자금을 이용해 몇몇 가족들에게 1000달러씩을 지급하고 있기도 하다.



천문학적 금액이 들어갈 법한 공약에 대해 양 후보는 이에 필요한 재원을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IT(정보기술) 대기업들로부터 끌어오겠다고 말한다. 이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등 거물들이 주장했던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AI(인공지능)와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생산성이 높아짐에 따라 여기서 나오는 이익을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으로 분배해 사회·경제적 성장을 도모한다는 방법이다. 이 덕에 양 후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의 공개 지지를 받기도 했다.

양은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AI를 전면에, 그것도 제대로 내세운 후보라고 평가받는다. 여기에 전국민 의료보험 정책인 무상의료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과 전과없이 미국에서 오래 거주한 불법 이주자들이 시민권을 딸 수 있는 '18년의 길'을 지지한다. 덕분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평가도 받는다.

뉴욕주 출신인 양은 미 명문 브라운대학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컬럼비아 로스쿨을 졸업했다. 변호사, 헬스케어 스타트업 창업을 비롯해 벤처 창업 지원기관 설립 등 다양한 경력을 지녔다. 민주당 대선후보 중엔 유일한 아시아계이자 정치인으로서는 첫 도전이기도 하다.


폴리티코는 "양은 IT 대기업 수장부터 트럼프 지지자까지 다양한 이들의 지지를 받으며,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민주당 후보를 뽑으면 누구를 뽑겠냐는 질문을 하면 유일하게 버니 샌더스 의원과 함께 거론된다"고 설명했다. 포브스는 "양이 선거캠페인부터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 선거 자금을 모으는 방식가지 정통을 모두 깨고 있는데, 현재까지 모두 먹히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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