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명' 원하는데…'나경원 삭발' 안하나 못하나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2019.09.19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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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이슈+]"투쟁 의미 극대화,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희화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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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조 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며 야권의 '삭발 릴레이'가 계속되고 있다. 최대 관심은 권유가 쏟아지고 있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삭발에 동참할지다.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정치인이라면 국민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절호의 기회다. 그런데도 나 원내대표는 주저하고 있다. 왜일까?

18일 오후 5시 현재 삭발투쟁에 나선 원내 인사로는 △이언주(무소속) △박인숙 △강효상 △이주영 △심재철 의원(이상 한국당)이 머리를 밀었고, 원외 인사는 △황교안 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 △송영선·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 △박시연 중랑갑 당협위원장 △김숙향 동작갑 당협위원장 △김순견 전 경북부지사 부부 등이 동참해 총 12명의 야권인사가 머리를 밀었다.



특히 황 대표가 지난 16일 청와대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한 후, 한국당 인사들이 삭발 릴레이에 적극 동참하기 시작했다.

제1야당 원내대표이자 여성…나경원 "투쟁이 갖고 있는 의미, 극대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조국 파면 촉구하며 삭발한 황교안 대표와 나란히 앉아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조국 파면 촉구하며 삭발한 황교안 대표와 나란히 앉아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당 안팎에서는 삭발 투쟁의 파급력을 키우기 위해 나 원내대표 동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기자들과 가진 티타임에서 관련 질문에 "(제가) 투쟁하는데 주저하는 의미가 아니라 투쟁이 갖고 있는 의미를 극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그런 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삭발이 강력한 '카드'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하며 삭발을 감행했을 때도 동참하지 않았다.



여성 의원이자 제1야당 원내대표의 삭발은 그만큼 의미가 크다. 또 나 원내대표의 삭발을 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현 시점에선 한국당 의원 중 가장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나 원내대표의 삭발을 요청하는 청원이 올라와, 하루 만에 6만여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황교안 삭발, 각종 패러디물 등장…"삭발까지 했는데 희화화"

황교안 전 대표의 삭발 사진에 수염을 합성한 사진./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황교안 전 대표의 삭발 사진에 수염을 합성한 사진./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
나 원대대표가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희화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자신에 대한 삭발 요구가 삭발을 희화화하기 측면도 있는 만큼 쉽사리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6일 삭발한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각종 패러디 사진이 확산됐다. 누리꾼들은 황 대표가 삭발 과정 중 우연히 연출된 머리에 수염을 합성해 "터프해 보인다", "야성미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영국 BBC도 황 대표의 삭발 소식을 보도하면서, "삭발한 황 대표의 모습이 영화배우 게리 올드만을 닮았다며 '김치 올드만'이라는 별명이 생겼다"고 전했다.

한국당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지만, 일부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대표가 비장한 결의를 하고 삭발까지 했는데 이를 희화화하고 게리 올드만, 율 브리너 운운하는 것은 천부당만부당"이라며 비판했다.

만약 나 원내대표가 삭발을 한다면, 그 의미가 큰 만큼 각종 합성 사진 및 패러디물이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 과정에서 나 원내대표의 삭발을 조롱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삭발'을 보는 엇갈리는 시선…"삭발 결기 보여라" vs "황교안으로 족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나경원의 삭발'에 대한 당 안팎의 시각이 엇갈려 섣불리 결정하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나 원대대표도 지난 17일 '삭발 압박'에 대해 "많은 분들이 물어보고, 반대도 하신다"고 밝힌 바 있다.

류여해 전 한국당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조국을 공격하고 있을 때 계속해서 검색어에 '나경원 딸' '나경원 사학'이 오르는 등 흠이 많았다"며 "그럴 경우 차라리 용감하게 사퇴하거나, '내가 있어 조국을 못 막았다. 죄송하다'라며 본인이 삭발하는 결기를 보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이언주 의원이 삭발한 날, 한 한국당 지지자가 나 원내대표를 향해 "대표님, 우리 머리 다 삭발합시다. 국민이 지금 잠을 못 자고 있다"고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하지만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은 지난 17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나 원내대표가 삭발투쟁에 참여할 가능성에 대해 "그런 것은 없어야겠다. 황교안 대표 한 분으로 족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삭발은 일반적으로 20세기 구정치"라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법무특보를 지낸 강연재 변호사도 지난 17일 SNS를 통해 "(나 원내대표는) 사상 유례가 없는 정권의 탄생으로 불가피하게 '몸'으로 투쟁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며 "머리카락은 그냥 두시고 더욱 야멸차게 싸우시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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