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썸머, 영화 투자배급업 철수하나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2019.09.1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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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구조 악화로 사나이픽처스·월광 지분매각, 재무구조 개선...윤종빈 감독등 대규모 평가손실 불가피

스튜디오썸머 (66원 ▼2 -2.94%)가 재무구조 악화 영향으로 영화 투자배급업 철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튜디오썸머는 지난 17일 계열사 사나이픽처스와 영화사 월광의 주식 각각 820주(41%)를 카카오엠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매각금액은 사나이픽처스가 94억3000만원, 영화사 월광이 82억원이다. 양도 후 스튜디오썸머는 두 계열사의 주식 380주씩(19%)을 보유하게 된다.

스튜디오썸머의 사명변경 전 기업인 행남사는 지난해 11월 사나이픽처스와 영화사 월광을 인수하면서 영화 투자배급업에 뛰어들었다.



두 회사는 '군도:민란의 시대'를 시작으로 '검사외전' '보안관' '공작' 등을 공동 제작했다. 특히 윤종빈 감독과 한재덕 사나이픽처스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공동 2대 주주가 됐다.

행남사는 영화 부문 총괄로 이재필 전 CJ ENM 부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했고, 사명을 스튜디오썸머로 변경했다. 지난 3월 첫 투자배급 작품인 영화 '돈'이 개봉해 총 338만9038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스튜디오썸머의 첫 투자배급 작품 영화 '돈'스튜디오썸머의 첫 투자배급 작품 영화 '돈'


하지만 지난 7월 회계처리 기준 위반 행위로 검찰에 고발되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서 영화 투자배급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문제가 된 회계처리 기준 위반은 2016~17년에 발생한 것으로, 현재 최대주주가 인수하기 이전에 발생했다. 또 8월 356억6700만원 규모의 장외파생상품 거래 손실이 발생했다. 당시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갑작스레 급락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

결국 보유 현금자산의 대부분을 손실 본 스튜디오썸머는 사나이픽처스와 영화사 월광 주식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상 정상적인 영화 프로젝트 투자 진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스튜디오썸머가 이번 매각대금으로 기한이익이 상실된 전환사채를 조기상환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상반기 기준 미상환 전환사채 총액은 126억원이다.

또 스튜디오썸머는 지난 3일 투자사업을 분할해 썸머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신설회사는 유동성 파생상품부채 143억8800만원을 비롯해 총 239억원의 부채를 이전받게 된다. 기존 사업인 도자기 및 김 제조업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인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장외파생상품 거래 손실로 인해 영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자금이 부족하게 됐을 것"이라며 "빠르게 사업 구조조정 및 재무구조 개선을 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한편 사나이픽처스와 영화사 월광을 스튜디오썸머에 매각한 뒤 다시 유상증자에 참여한 윤종빈 감독과 한재덕 대표는 상당한 손실이 예상된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주당 2649원에 각각 85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두 사람의 주식은 1년간 보호예수돼 있다. 거래 정지 전 주가가 1770원으로 두 사람의 유증 가격보다 낮고, 회사 매각 이후 낸 양도세를 포함하면 수십억원의 손실이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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