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츠 마이 스타일" 김현종, 어떤 스타일이길래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9.09.1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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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장관과 갈등설… 야당 공세도 이어져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사진=이기범 기자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사진=이기범 기자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외교가와 정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갈등설이 불거지면서다.

16일 강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4월에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다툰 적이 있다는데 사실이냐'는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부인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두 사람간의 갈등은 외교가에서 퍼져 있는 소문이었는데, 강 장관이 이를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두 사람의 갈등은 앞서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때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차장이 외교부에서 작성한 문건에 오타와 비문이 섞여 있는 등 미흡하다며 담당자를 큰 소리로 질책하자, 강 장관이 '우리 직원에게 소리치지 말라'는 취지로 맞받아쳤다는 내용이다. 이에 김 차장이 영어로 "It's my style(이게 내 방식이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두 사람은 한참을 영어로 티격태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측은 두 사람의 갈등설에 대해 "일을 하다 보면 조금씩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서로 의견이 달라 같이 일할 수 없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영어로 티격태격? 비외무고시 출신 장관 무시?

김 차장은 주일본 대사관에서 3등서기관으로 근무한 아버지 김병연 전 노르웨이 대사를 따라 유년기를 일본에서 보냈다. 이후 중학교 때부터 대학원까지는 모두 미국에서 마쳤다. 자연히 영어가 그에겐 매우 편리한 언어다.

김 차장은 미국 엘리트 코스를 그대로 밟았다. 미 동부 명문 윌브럼앤드먼슨(Wilbraham & Monson Academy)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아이비리그 대학인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학사·석사, 법학 박사를 받았다. 미 변호사 자격을 딴 뒤 그는 미국로펌 통상분야 전문변호사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 유명 로펌에서 일했다.

이후 홍익대 경영학과 조교수, 세계무역기구(WTO) 수석변호사, 통상교섭조정관, 한·일 FTA 수석대표 등을 지냈고, WTO DDA(도하개발어젠다) 다자협상 서비스분야 의장, 경제사회이사회 부의장, 아시아국가 그룹 의장, 삼성전자 해외법무사장 등을 역임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제2차 회의에 참석해 회의 자료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제2차 회의에 참석해 회의 자료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일각에선 김 차장이 직제상으로 강 장관 아래인데 강 장관을 향해 맞서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김 차장이 직제상으로는 차관급으로 강 장관 아래다. 하지만 김 차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장관급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내며 미국·EU·아세안 등 45개국을 상대로 FTA 협상·타결을 주도했다. 문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일해 실제 영향력도 웬만한 장관급이라는 평가다. 이에 김 차장은 강 장관과 맞서는 데 별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이 외무고시 출신이 아니라 반기를 드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김 차장도 정통관료 출신이 아니다. 김 차장이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임명됐을 당시 화제를 모았는데, 김 차장이 개방형 공무원제도를 통해 발탁된 후 장관급으로 임명된 첫 케이스였기 때문이었다.

◇'직설적 강경파' 김 차장?

김 차장은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인물로 여겨진다. 보통 외교나 국제 교섭 등에서는 상대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예'와 '아니오' 등 직설적 표현을 삼가고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김 차장은 직설적인 표현을 자주하는 강경파 인물로 여겨진다.

직설적 표현을 사용한 강경한 태도는 일본과의 무역 갈등 때 잘 드러났다. 김 차장은 지난 8월2일 일본이 한국을 수출 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강행하자 브리핑에서 "우리에 대한 공개적인 모욕"이라면서 "윈스턴 처칠은 생전에 '싸워본 나라는 다시 일어나도, 싸우지도 않고 항복한 나라는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시사했다.

그는 일본을 장애물이라고도 표현했다. 김 차장은 같은 날 "일본은 우리의 평화 프로세스 구축 과정에서 도움보다는 장애를 조성했다"며 "앞서 일본은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반대했고,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이 진행되는 와중에서도 제재·압박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 국민의 전시 대피 연습을 주장하는 등 긴장을 조성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사진=이기범 기자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사진=이기범 기자
김 차장은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다음날인 지난달 23일 브리핑에서는 "국가적 자존심 훼손" "외교적 결례"라는 표현을 써 일본을 비판했고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시행에 들어간 지난달 28일엔 일본을 향해 "적대국"이라는 표현을 써서 비판했다. 그는 "아베 총리는 우리를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고 두 번이나 언급하며 우리를 적대국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본 언론 등에서는 김 차장이 개인적으로 일본에 원한을 가지고 강경대응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특파원 출신 마키노 요시히로 아사히신문 편집위원은 월간지 문예춘추 9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 일본 정부 관계자들을 움츠려 들게 만드는 사람이 김 차장"이라며 "일본에 대한 강경한 의견을 계속 문 대통령에게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은 단편적으로만 김 차장을 바라본 것이다. 김 차장은 일본과의 무역 갈등 초기만 하더라도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7월17일 브리핑에서 김 차장은 "한·일 양국이 공유하는 공통의 가치에 비춰볼 때, 두 나라는 19세기에 사쓰마와 조슈가 그랬듯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공세… "위험한 인물" "상관 노릇"

김 차장과 강 장관의 갈등설이 불거진 뒤 김 차장에 대한 야당의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문 대통령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이 분은 정무적 외교 전문가가 아니고 변호사 출신 통상 전문가로 한 마디로 표현하면 리스키(위험한)한 인물이고, 평범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정 의원은 김 차장의 업무 스타일 관련 "요즘 외교관 사이에서 강 장관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며 "후임 장관으로 김 차장이 장관으로 올까봐 그렇다더라"라고 덧붙였다.

한국당 소속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김 차장 공세에 나섰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김 차장에 대해 "기라성 같은 장관이나 외교관을 제쳐놓고 이 사람이 상전 노릇하고 있다"며 "자신은 '미국을 잘 안다, 요리할 수 있다'고 하는 것 같은데 오히려 미국 조야에서는 (그가) 한·미동맹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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