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 WTO 제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2019.9.11/사진=뉴스1
18일 WTO 사무국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양자협의 요청서에서 일본을 WTO에 제소하는 법적 근거로 WTO 협정에서 규정한 11개 의무를 적시했다. 양자협의 요청서는 WTO 제소 절차를 공식 개시하기 위한 문서로 일종의 '제소장'에 해당한다. 앞서 한국은 지난 11일 WTO 사무국과 일본 정부에 이를 전달했다.
핵심 공략 지점은 GATT다. 정부는 일본 조치가 GATT 1조, 8조, 10조, 11조, 13조 위반이라고 제시했다. GATT 1조는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는 최혜국대우 규정이다. 한국만을 특정해 3개 품목에 대한 포괄허가를 개별허가로 전환한 것은 차별 금지 의무에 위배된다는 얘기다.
GATT 11조는 상품 쿼터나 허가제 등 수출입 금지 조치나 수량제한 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다. 정부는 자유롭게 교역하던 3개 품목이 개별허가를 받아야 수출이 가능해진 만큼 이 조항을 어겼다고 했다. 수출제한시 다른 국가와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GATT 13-1, 13-5조도 문제로 꼽았다. 이외에도 일방적이고 갑작스럽게 수출정책을 시행해 무역원활화를 위한 TFA 7조, 8조 의무도 지키지 않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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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일본이 한국으로 3개 품목 기술이전에 일종의 장애물을 만들어 지식재산권 보호에 관해 자국민과 다른 회원국 국민보다 불리한 대우를 해서는 안된다는 TRIPS 3.1조, 4조에 저촉된다고 밝혔다. 또 특허권자가 특허를 이전하고 사용허가를 체결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아 28.2조를 위반했다고 봤다.
더 나아가 GATS 6-1조, 6-5조 규정대로 서비스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조치를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공평한 방식으로 시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GATT 11조 규정에 합치하지 않는 상품무역에 관한 투자 조치를 적용해 TRIMs 협정 2조도 어겼다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은 3개 품목에 대한 수출제한 뿐만 아니라 설계·제조·사용 등 관련 기술을 한국으로 이전할 때마다 개별허가를 받도록 했다"며 "이는 일본 또는 제3국 회사가 한국에 자회사를 세워 제품을 생산하는 일도 제한된다는 점에서 투자 제한 조치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정부는 일본이 각 회원국의 법률·규정·행정절차가 WTO 협정 의무에 합치해야 한다는 마라케시 협정 16-4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양국은 11개 지점을 중심으로 치열한 법적 다툼을 진행하게 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 측 양자협의 요청을 받아들이면 양국은 60일간 논의를 진행한다. 합의를 보지 못하면 한국은 본격적인 재판 절차인 패널 설치를 WTO에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양국 간 입장차가 뚜렷해 양자협의에서 원만한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스가와라 잇슈 일본 신임 경제산업상은 지난 11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WTO 규정에 위배된다는 주장은 전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