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가세요" Z세대만의 '場' 열다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19.09.20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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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최재원 플리팝 공동창업자 겸 디렉터 "Z세대 고유의 패션·문화콘텐츠 담는 브랜드로 키울 것"

"어른들은 가세요" Z세대만의 '場' 열다


“‘러마앓이’ 어른들은 몰라요.”

한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이른 8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는 꼭두새벽부터 10~20대 초반 청소년이 만든 긴 줄이 생겼다. 아이돌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러블리마켓’ 행사장의 모습이다. 러블리마켓은 10~20대 초반 ‘Z세대’(1995~2005년생)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팝업 마켓플레이스’다. 의류·화장품·장신구 등 여러 온라인 패션브랜드를 한 곳에서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다. 3일장, 5일장처럼 2~3개월에 한 번씩 이틀간 열린다.

지난달 열린 42회 러블리마켓에는 2만명 이상 몰렸다. 54개 온라인 브랜드가 참여했다. 참여업체들은 10~20대가 직접 투표로 선정했다. 일부 상품은 10대가 직접 만든 웹툰, 일러스트 등 콘텐츠를 원작으로 한 것들이었다. 10대 학생이 그려 또래 사이에서 인기를 얻은 콘텐츠를 휴대전화케이스나 양말, 티셔츠 같은 상품으로 만들었다.



5년 전 이 행사를 기획한 최재원 플리팝 공동창업자 겸 디렉터(총괄이사·사진)도 1996년생 Z세대다. 그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또래가 모여 오프라인 행사를 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며 “‘러마’(러블리마켓)에 참여하는 10~20대도 옷을 사는 것 이상으로 새로운 경험을 쌓고 공유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 8월 17,18일 이틀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42회 러블리마켓에는 2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온라인 브랜드 54개가 참여했다. /사진제공=플리팝올해 8월 17,18일 이틀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42회 러블리마켓에는 2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온라인 브랜드 54개가 참여했다. /사진제공=플리팝
최 디렉터가 관련업계에 첫발을 들인 것은 중학교 3학년 때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학생들이 좋아할 물품을 파는 온라인쇼핑몰을 만들고 싶었다. 보통의 또래처럼 패션과 꾸미기를 좋아했지만 수줍음이 많은 성격 탓에 학교에선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다. 대신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히 했다. 직접 도매상가에서 빈티지의류를 사다 온라인에서 팔 정도였다. 요청이 늘면서 중학교 3학년 때 첫 온라인쇼핑몰을 만들었다. 줄곧 반에서 1등을 하던 착실한 딸의 변신에 가족들은 걱정부터 했다.

평범한 10대와 쇼핑몰 CEO(최고경영자)를 오가는 ‘이중생활’은 3년여간 지속됐다. 방에 옷을 쌓아두고 매일 수십 개 택배송장을 부쳤다. 3년 새 쇼핑몰은 월매출 100만원에서 최고 5000만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사업이 커지면서 가족들의 걱정도 응원으로 바뀌었다. 장사가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해보기로 했다. 직접 또래 구매자들과 만나는 오프라인 행사를 떠올렸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다른 쇼핑몰들을 모집했다. 서울 홍대 근처 작은 카페를 빌려 연 행사가 첫 러블리마켓이 됐다.



최 디렉터는 러블리마켓을 ‘Z세대’ 고유의 패션·문화콘텐츠를 담을 수 있는 브랜드로 확장하는 게 목표다. 지난달 행사에서도 브랜드 정체성과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만14세 미만과 인플루언서(SNS 유명인)의 입장을 제한했다. 최 디렉터는 “행사 흥행만 따지면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게 훨씬 좋았겠지만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10~20대 또래들이 좋아하는 문화를 직접 참여해 만들 수 있는 ‘장’(場)으로 키워가고 싶다”고 밝혔다.
"어른들은 가세요" Z세대만의 '場'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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