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or어웨이 '협상장소'의 정치학…北美 이유있는 기싸움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이상배 특파원 2019.09.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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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트럼프·김정은, 서로에게 "오라" 메시지…'안방vs적진' 상징성·유불리 갈려, '홈그라운드' 선호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고 1일 보도했다. 2019.07.01.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고 1일 보도했다. 2019.07.01.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3차 정상회담을 위한 북한 방문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전달한 것으로 보도된 '평양 초청' 친서의 존재 여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으나 기자들이 방북 여부를 묻자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아마 그럴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어느 시점에, 더 나중에 어느 시점에는 그럴 것"이라며 "더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미국을 방문하길 원한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먼저 실무협상에서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에 합의해야 연내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속도조절론'을 강조하는 한편 3차 회담이 열리더라도 워싱턴을 더 선호한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6.30 판문점 회동' 당시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각각 서로에게 워싱턴과 평양 방문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치열한 줄다리기 끝에 중립지대인 제3국에서 열린 지난해 6월 1차 회담(싱가포르)과 올해 2월 2차 회담(베트남 하노이)과 달리 북미 정상이 '홈그라운드'를 3차 회담 장소로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셈이다.

북미 정상의 기싸움은 장소가 갖는 상징성과 정치적 함의, 협상 내용의 유불리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어웨이(away)보단 홈(home) 경기의 승률이 압도적인 이치와 비슷하다. 북미 협상은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주고받는 고도의 전략 게임이다. 심리적 요인이 성패를 가름하는 핵심 변수다. 안방 무대에선 협상을 주도하고 기선을 제압하기 용이하다. 협상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안전·보안·의전·경호 등의 현실적 이유도 작용한다. 70년 적대관계인 북미 정상이 '적국'의 심장부를 찾는 유례없는 상황에선 여러 돌발 변수로 안전 문제가 불거질 개연성이 크다.



북미 정상 모두 '홈그라운드'에서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정치적 이점도 또렷하다. 현직 미국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할 경우 김 위원장은 세계 최강 패권국가인 미국 정상과 안방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과 대등한 정상국가라는 홍보 효과도 막대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30일 판문점 회동 직전 "(트럼프) 대통령께서 평양에 오시면 세계 정치 외교사에 거대한 사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내년 11월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비핵화의 실질 진전을 전제로 한 김 위원장의 방미는 선거에 충분히 활용할 만한 카드다. 북핵 문제 해결과 북한 지도자의 사상 첫 방미라는 외교적 성과와 치적을 내세울 수 있어서다.

당장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로 예상되는 북미 실무협상 장소도 관심거리다. 미 국무부는 16일(현지시간) 북한이 협상에 앞서 요구한 체제보장과 대북제재 해제를 포괄하는 '제도 안전' 요구에 대해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회담 장소로는 1·2차 정상회담 직전 실무협상이 열린 판문점과 스웨덴, 평양 등이 우선 거론된다. 실무팀에 협상 전권이 없는 북한의 경우 본국과 소통·통신이 유리한 평양과 판문점이나 북한 대사관 주재국을 선호한다. 미국은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판문점이나 평양보단 제3지대 개최를 원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외교소식통은 "북미가 뉴욕채널을 통해 물밑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북미 선호도가 명확해 이를 절충하다 보면 후보지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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