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부분은 돼지고기값의 향방이다. 그동안 중국 돼지고기값 급등을 남의 얘기로만 지켜봤던 우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국내 돼지고기 공급과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장기간 지속될 경우 공급이 줄어들어 가격이 폭등하거나 반대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돼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돼지고기값은 지난해보다 낮은 상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16일 기준 100g당 삼겹살(국산 냉장) 평균가격은 2013원으로 1년 전 2206원보다 8.7% 가량 하락했다. 평년(2139원) 대비로도 5.9% 낮은 수준이다. 도매가격 역시 떨어졌다. 대한한돈협회 기준 이달(16일까지) 돼지고기 도매 가격은 1kg당 평균 4497원으로 지난해 9월(4940원)보다 약 9% 하락했다.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은 "당장 공급 여력이 충분하고, 더 확산되지 않는다면 시장 영향은 미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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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가 지난해 말 국내 돼지고기 재고량을 추정한 결과 총 5만8058톤으로 전년대비 70% 이상 많다. 올해도 1~7월 돼지 등급판정 마릿수는 전년(992만마리)보다 2.8% 증가한 1019만마리였고, 8월까지 돼지고기 총 수입량은 31만4000톤으로 사상 최고의 수입량을 기록했던 지난해에 비해 4.7%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 소비되지 못한 수입물량이 냉동 창고에 쌓여있어 하반기 공급 과잉에 따른 돼지고기 가격 하락을 예상했다.
양돈업계 관계자는 "구제역보다 (ASF가) 심각한 건 사실"이라며 "구제역은 백신이 있었고 그간 발생 이력이 있어 억제할 방법이 있지만 ASF는 이동통제를 하는 것 이외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간 이 같은 위기가 계속되면 도축, 출하하지 못해 공급이 줄어 가격이 폭등할 수 있고 반대로 소비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돼지고기값은 떨어지고 닭고기 등 다른 육류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림, 사조, 이지바이오 등 국내 양돈사업을 하는 업체들은 기존 방역 체계를 강화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도드람양돈농협도 내부에서 TF(테스크포스)팀을 준비하고 있고 비상상황에 대비, ASF 방지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