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라 신고못하지" 폭행·협박당한 여성 추방 면해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임소연 기자 2019.09.1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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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협박 피해 인정돼 불법체류자 통보의무 면제제도 적용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불법체류자 신분을 약점 잡혀 남편에게 폭행당한 몽골인 여성이 추방을 면했다. 수사기관 등이 불법체류자를 적발하면 출입국 사무소에 통보해 추방절차를 밟지만 범죄 피해를 입은 이들에 대해선 통보를 면제하는 제도 덕이다.

서울 중랑경찰서 관할 지구대는 몽골인 A씨(33)가 몽골인 남편 B씨(32)에게 폭행과 협박을 당한 사실을 인정해 출입국사무소에 불법체류자 통보를 면제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달 15일 오전 6시쯤 중랑구 자택에서 B씨와 다투던 중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B씨는 A씨에게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맞아도 신고 못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부부 싸움이 소란스럽다는 주민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A씨의 관광비자 기간이 만료된 사실을 확인했다. B씨는 취업비자로 입국해 국내에서 활동이 보장된 상태였다.



경찰은 '불법체류자 통보의무 면제제도'에 따라 A씨를 관계기관에 통보하지 않고 B씨로부터 보호 조치를 했다. 이후 A씨는 경찰에 B씨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혀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갔다.

불법체류자 통보의무 면제제도는 경찰관이 수사 등 직무과정에서 범죄 피해자가 불법체류자임을 확인하더라도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지방출입국사무소나 외국인관서 등에 통보하지 않는 제도다.

출입국관리법 제84조 제1항에 따라 불법체류자가 살인·상해·폭행·절도·강간·사기 등 형법·특별법상 일부 범죄의 피해자일 때는 통보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불법체류자 일지라도 범죄 피해자 신분일 때 일반인과 똑같이 피해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난해 마련됐다.


경찰 관계자는 "비슷한 피해를 보거나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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