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사우디發 '오일쇼크' 공포… 기름값 오르나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김성은 기자, 안재용 기자, 세종=민동훈 기자, 안정준 기자, 김남이 기자, 강민수 기자, 김수현 기자, 한고은 기자 2019.09.17 06:30
글자크기

[사우디 피격, 오일쇼크](종합)

편집자주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시설이 무인기 추정 공격으로 불타고 있다. 당장 배럴당 50달러 후반이던 유가가 70달러선까지 올라섰고 100달러 전망마저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과 디플레, 브렉시트 공포까지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가운데 유가 폭등의 검은 연기는 어디까지 번져갈까.

다시 유가 100$ 공포… 사우디발 '먹구름'
[사우디 피격, 오일쇼크]



전세계 5% 원유 공급 중단 여파

무역전쟁 이어 또다른 경제 악재



"제조업·소비지출 모두에 타격"

美, 배후 지목 이란과 관계 주목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사우디아라비아가 드론(무인기) 추정 공격으로 원유 생산이 절반가량 중단됐다. 이로 인한 공급차질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로 국제유가가 다시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무역전쟁 등으로 이미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세계 경제가 더 큰 압박을 받게 됐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CNBC 등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향후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앞서 지난 14일 아람코 석유시설 두 곳이 공격 당한 직후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5~10달러가량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날 장을 열자마자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모두 15% 넘게 치솟는 등 시장의 공포심이 그대로 반영됐다.

그레그 뉴먹 오닉스원자재 CEO(최고경영자)는 "이번 문제가 단기간 내로 해결되지 않으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선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며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이번 공격으로 전세계 공급량 5%인 하루 약 570만배럴 원유가 갑자기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유가를 비롯해 세계경제도 패닉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NBC는 "국제 유가 급등이 글로벌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란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례없는 규모의 단일 원유생산 시설이 가동을 멈춘 데 따른 공포심이 크다는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이미 글로벌 경제가 압박을 받는 가운데 원유 가격 상승이 또다른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 "고유가는 제조업 성장 둔화와 소비자 지출 등에 모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분간은 사우디나 미국이 보유한 전략비축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만큼 유가 급등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1차 분수령은 사우디 석유시설 복구 시점이다. 시장에선 아람코가 며칠 내로 일부 시설을 재가동할 수 있지만, 완전 복구까지는 수주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복구가 완료되더라도 고유가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는 건 아니다. 미국이 이번 공격의 배후를 이란으로 지목하면서 미국과 이란간 갈등을 비롯해 드론을 띄운 곳으로 추측되는 이라크, 여기에 사우디와 이란간 직접적 갈등까지 터지면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략비축유 공급 승인과 함께 군사대응도 시사하면서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미 투자은행(IB) JP모간은 향후 3~6개월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80~9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사우디와 이란은 그동안 대리전쟁을 펼치며 서로 원유 공급 및 유가 등은 건들지 말자는 암묵적 합의를 했지만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와 이란간 관계가 완전 뒤바뀌게 됐다"면서 "사우디 역시 이란을 배후로 강력히 의심하면서 정치적 긴장감이 극도로 치솟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기준 기자

"진주만 공습 같았다"…유가 어디까지?
[사우디 피격, 오일쇼크]

사우디 하루 석유 생산의 '절반' 차질

브렌트유 선물 장중 사상최대폭 뛰어

"시설복구 속도 따라 수$~수십$ 변동…

문제 장기화 되면 한·중·일 등 고통"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주말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피격 소식에 유가가 월요일 개장 직후 치솟았다.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거래 3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향후 아람코(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의 시설 복구 속도가 더디면 100달러선까지 오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11월물은 개장 몇 초 만에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19.5%(11.73달러) 오른 71.95달러까지 치솟았다. 상승폭은 1988년 달러화 브렌트유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후 가장 컸다. 브렌트유와 함께 3대 원유 중 하나로 꼽히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10월물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15.5%(8.49달러) 오른 63.34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역시 2008년 이후 약 11년 만에 최대폭이다.

이후 오름폭은 다소 줄어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이날 오후 12시46분 기준, 전일 대비 10.01%(6.03달러) 오른 배럴당 66.25달러에, WTI 선물은 같은 시간 8.92%(4.89달러) 오른 59.74달러에 거래됐다.

[MT리포트] 사우디發 '오일쇼크' 공포… 기름값 오르나
JTD에너지서비스의 존 드리스콜 수석 전략가는 "세계 주요 석유 공급업체의 가동 중단 규모가 전례없이 컸던 데다 미국, 사우디, 이란과 관련된 지정학적 교전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가격 움직임이 컸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4일 사우디 동부 해안에 위치한 아브카이크, 쿠라이스 등 석유시설 두 곳이 공격을 받으며 화재가 발생했다. 당초 예멘 후티반군이 드론(무인기)의 10대를 동원해 공격했다고 나섰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예멘 반군이 이 공격을 수행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공격 주체나 수단은 논란이 지속중인 가운데 블룸버그는 당시 공격을 '진주만 공습'에 빗대 상황이 긴박했음을 전했다. 화재는 진압됐지만 시설 가동이 중단되면서 사우디 산유량의 절반이 넘는 하루 570만배럴의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이는 전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에 따르면 지난 8월 사우디는 하루 평균 985만배럴를 생산했다.

EIA에 따르면 이 같은 손실 규모는 1990년 8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쿠웨이트 침공 당시(430만배럴)나 1979년 이란혁명 때 발생한 석유 손실 규모(560만배럴)를 능가한다.

역대급 규모의 생산 차질이 예상되면서 유가도 불안정하다. 유가 상승폭 전망은 적게는 몇 달러 많게는 수십 달러에 이르는데, 결과는 사우디 석유 시설이 얼마나 빨리 복구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MT리포트] 사우디發 '오일쇼크' 공포… 기름값 오르나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계자를 인용해 사우디가 16일까지 공급 중단 생산량의 3분의 1(약 200만배럴)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사우디 정부 측이 자체 재고를 푸는 방안도 논의 중이며, 아람코는 17일 중 복구 상황에 대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아람코가 생산량을 완전 복구하는 데 며칠이 아닌 몇 주가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CNN에 따르면 미국 정치 컨설팅 회사 '유라시아그룹'의 아이함 카말(Ayham Kamal)은 "피해가 빠르게 복구될 수 있는 문제라면 배럴당 2~3달러 수준, 피해가 상당 수준일 경우 배럴당 10달러의 인상분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래피단 에너지그룹의 밥 맥넬리 대표는 15일 로이터에 "혼란이 7일 이어진다면 배럴당 최소 15~20달러가 오르고, 30일 이어진다면 가격이 세 자리수(100달러 이상)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오닉스 선물의 공동대표 그레그 뉴먼도 "단기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되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반해 충격이 단기에 그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운 좋게도 이번 공격은 전세계 석유 비축량이 평상시보다 많고 미국 석유시설들은 허리케인 피해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할 때 발생했다"며 "세계 경제 둔화는 글로벌 에너지 수요를 완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미국 원유 탐사 기업 베란데라 에너지 파트너스의 매니시 라지 재무최고책임자는 NYT에 "미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들이 충분한 원유를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원유 거래에서 즉각적 붕괴를 예상치 않는다"며 "사우디는 그 자체로도 향후 60일간의 수출 의무를 충족시킬 재고를 갖고 있기에 가까운 시일 내 수급 불균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동 지역 공급 안정성에 대한 문제 때문에 가격이 오를 것이란 예측도 있다. ANZ 리서치는 "시장이 상당한 규모의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가격에 반영할 것"이라며 "브렌트유 가격은 단기적으로 시장에서 배럴당 70달러선에서 시험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에 따르면 투자회사 CMC마켓의 마가렛 양 시장 분석가는 "미국과 사우디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며 "고유가 추세가 지속된다면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아시아에서 석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나라들이 고통을 느끼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MT리포트] 사우디發 '오일쇼크' 공포… 기름값 오르나
김성은 기자

상수에서 변수된 유가…유류세 또 깎나
[사우디 피격, 오일쇼크]유류세 인하 종료후 휘발류 ℓ당 '1494원→1525원'…기재부 "유가 지켜보겠다" 재인하 카드 여지

[MT리포트] 사우디發 '오일쇼크' 공포… 기름값 오르나
저물가 상황을 고려해 지난달 말 유류세 인하 카드를 기한만료로 거둬들인 기획재정부와 정부 당국은 사우디발 유가급등을 심각히 지켜보고 있다.

사우디와 미국이 비축원유를 풀기로 했지만 당장 시장 거래가격이 배럴당 5~10달러씩 급등하고 중장기적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가중될 경우 배럴당 100달러대 유가도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서다.

기재부는 배럴당 60달러 이하라면 시장 수급을 지켜보겠지만 그 이상이라면 특단의 조치를 꺼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올 들어서는 국제유가가 국내 물가 변동 방정식의 상수처럼 여겨졌지만 지난 주말 사우디 사태가 불거진 이후로는 중대 변수가 됐다는 설명이다.

16일 기획재정부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싱가포르 초기 거래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 거래 대비 19%(11.73달러) 상승한 71.95달러까지 상승했다. 뉴욕 거래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5% 오른 63.34달러까지 올랐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드론 10대가 사우디 동부 해안에 위치한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 석유시설 두 곳을 공격하면서 전세계 일평균 산유량의 5%에 해당하는 570만 배럴 규모의생산시설 가동이 일시 중단된 탓이다.

국제유가 급등이 유류세 인하 종료조치와 맞물리면서 휘발유 등 국내 주요 유류 가격도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지난달 말 유류세 인하조치 종료한 후 국내 유류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유류세는 지난해 11월 6일부터 15% 인하되다 올해 5월 7일~8월 31일 7% 인하율이 적용됐다. 지난 1일 정상세율로 돌아온 후 리터당 휘발유 58원·경유 41원·LPG 14원 가량 세금이 추가로 부과됐다.

주유소 판매가격도 상승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휘발유 리터(ℓ)당 판매가격은 1525.07원으로 첫째 주 대비 8.17원 올랐다. 8월 마지막 주(1494원)와 비교하면 31.07원 상승했다. 8월 마지막 주에 이어 3주 연속 상승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배럴당 60~70달러였던 유가는 지난 주말까지도 배럴당 55~60달러 수준에서 움직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는 휘발유가 23.4로 4번째, 경유는 13.8로 11번째다. 즉 저유가는 안정적 국내 물가 흐름을 뒷받침하는 '상수'였다.

그동안 국내 물가흐름을 좌우한 주요변수로는 유류세 한시 인하, 무상교육 등 정책효과에 더해 달러당 1200원대를 찍은 원화 강세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율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0.38%)를 기록한 배경이다.

하지만 유류세 한시인하 종료에 더해 국제유가까지 꿈틀대면서 국내 유류가격도 급등이 예상된다.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던 국내 물가흐름에도 일단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국제 유가가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유가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부터는 국내 소비자물가에 본격 반영될 전망이다.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 격'이지만 유류세 한시인하 종료도 체감물가에 이미 반영되기 시작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유류세 한시인하를 종료한 덕에 향후 물가를 비롯한 국내 경제상황 전반을 보며 정책수단을 가져갈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국제유가 급등 흐름이 지속될 경우 재차 유류세 인하카드를 꺼내들거나 이명박 정부 시절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유가환급금' 제도 등을 검토할 수도 있다.

일단 정부는 유류세 재인하를 논의하거나 다른 정책수단을 꺼내들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휘발유 가격 상승폭이 세금 인상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가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아직까지는 미지수여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 이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으나 아직 유류세 재인하를 검토하거나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며 "소식이 전해진지 얼마 되지 않았고, 유류세가 가격 요인만으로 조정되는 것은 아닌 만큼 상황을 지켜본 후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 17일 김용범 기재부 차관 주재로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등 관련기관 합동거시금융경제회의를 연다. 사우디아라비아 피격으로 불안해진 국제유가와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는 차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 동향과 국제유가 관련 특이사항 관련해 정부차원 메세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용 기자, 세종=민동훈 기자

사우디 '드론' 테러에 비상걸린 항공·화학업체
[사우디 피격, 오일쇼크]항공유 구매에 5조원 쓰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유가 상승에 직격탄

[MT리포트] 사우디發 '오일쇼크' 공포… 기름값 오르나
‘드론 테러’로 시작된 유가 불안에 항공·정유·화학업체들이 떨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항공사만 연료 구매에 연간 5조원 이상을 쓰는 항공사는 유가 상승에 따라 수천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드론 테러’로 시작된 유가 상승은 항공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연간 3300만배럴의 기름을 쓰는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달러가 오르면 약 39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5달러만 올라도 손실액은 2000억원으로 커진다.

올 상반기 대한항공이 연료유류비에 지출한 비용은 1조5412억원으로 전체 회사 운영에 들어간 비용(운영비용) 중 25.6%가 유류비였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올 상반기 연료 구매에 쓴 돈이 8506억원이다. 전체 운영비용의 28%로 대한항공보다 기업 운영에서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 저비용항공사(LCC)의 유류비 비중은 약 30%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항공사의 연료구매비용은 5조1250억원이다. 기름값이 5%만 올라도 256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특히 항공업계는 일본 노선 승객 감소에 2분기 적자까지 겹친 상태여서 유가 향방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예상 외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는 유류할증료와 관련 파생상품거래 등으로 유가 변동 위험을 관리하고 있으나 갑작스러운 상승에는 취약하다”며 “규모가 작은 LCC가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MT리포트] 사우디發 '오일쇼크' 공포… 기름값 오르나
정유·화학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원유가 핵심 원자재인 정유·화학 업계에서는 다운사이클(불황)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도입 비중이 높은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통 정유, 화학 제품의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뛰면 제품에 마진을 더 붙이거나 유지해 이익을 키우거나 보존할 수 있다”며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탓에 제품 수요 자체가 둔화된 상황이라 지금은 사우디 드론 테러로 유가가 급등해도 마진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번 달 안에 사우디 사태가 마무리돼 유가 상승 폭과 기간이 최소화되는 것이다. 정유·화학사 관계자는 “유가 상승국면이 이번 달 안에 마무리되면 오히려 3분기 실적 방어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가 장기간 급등할 경우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원재료 가격의 지속적 상승과 제품 수요 둔화를 동시에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정유와 화학 업을 함께 운영하는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물론 정통 화학사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상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중동 정세 악화로 유가가 10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과 사태의 조기 수습으로 상승폭과 기간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혼재한다”며 “앞으로의 유가를 예단하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남이, 안정준 기자

사우디 석유시설은 왜 타깃이 됐나
[사우디 피격, 오일쇼크]

지난 4개월간 사우디에서만 테러 6번

"세계 원유 공급 취약성 보여주는 증거"

테러단체 저비용으로 세계 흔드는 효과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두 곳에 벌어진 드론(무인기) 추정 테러를 두고 유전 공급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사우디 유전 드론 테러는 세계 원유 공급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며 세계 최대 석유시설을 일시적으로나마 교란시키는 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 D.C. 소재 독립 위험컨설턴트 밀레나 로드반은 "사우디의 중심 시설에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히는 데 공군 혹은 고도로 발전된 로켓까지도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앞서 14일 드론(무인기) 10대가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시설 2곳을 이 공격해 불이 났고, 아람코는 당분간 해당 시설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사우디 하루 원유 생산량의 절반이자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5%인 약 570만배럴의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됐다. 공격 직후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예멘 반군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고, 미국은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네 달 동안 사우디 석유시설 또는 유조선에 가해진 테러는 이번을 포함해 최소 여섯 번에 이른다. 후티 반군은 6번의 테러 중 4번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밝혔다. 통신은 "지난 5월과 6월 벌어진 호르무즈 해협 인근 유조선 피격과 사우디 송유관 드론 공격은 유조선 이송에 큰 타격을 주진 않았으나, 원유 공급의 취약성에 대한 경고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엔 후티 반군의 드론을 무인 자폭기로 이용한 테러로 예멘군 행진에서 고위 장교를 포함해 6명이 사망했다.

사우디 송유관 및 정유시설은 후티 반군 이전에도 여타 테러단체의 표적이 되어왔다. 2006년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알카에다는 이번 공격이 발생한 아바이크 석유시설에 자살폭탄 테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1996년 다하란의 아람코 본부 인근 주택단지에서 발생한 트럭 폭탄 테러로 5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이버 테러 역시 취약지대다. 사우디 정부는 2012년 8월 정체불명의 세력이 바이러스를 퍼뜨려 아람코의 컴퓨터 네트워크를 망가뜨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원유 및 정제유 생산량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지만, 이는 아람코가 언제든지 사이버 공격에 노출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로드반은 "사우디의 석유 인프라는 후티반군뿐만 아니라 다른 테러단체에도 매력적인 목표물"이라며 "값싸고 배치하기도 쉬운 드론으로 세계 석유시장을 혼란에 빠트리고, 투자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며, 사우디군의 방어가 취약함을 드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민수 기자

사우디 피해로 '석유패권' 가까워진 美
[사우디 피격, 오일쇼크]

사태 장기화할수록 美 가격결정권 강해져

전세계 원유공급 안정 위한 해결자로 등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펜실베니아에 있는 셰일오일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AFP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펜실베니아에 있는 셰일오일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AFP
"이제 유가를 움직이는 건 미국이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요 석유시설이 드론 공격으로 피해를 입으면서 미국이 전세계 공급 차질을 해결할 유일한 해결자로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태로 미국과 중동간 '석유패권' 경쟁이 미국으로 완전히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이 산유국 제재를 풀거나 자체 생산량을 늘려 충격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람코 석유시설 두 곳의 가동 중단으로 미국이 얼마나 전략비축유를 방출할지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시장에 잘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현재 6억9500만배럴의 전략비축유가 있으며 이는 미국이 143일 동안 원유를 수입하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버틸 수 있는 양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원유 수출 제재 등을 가했던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숨통도 쥐고 있는 만큼 사태 장기화 시엔 이들에 대한 제재 완화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제재로 양국은 하루 300만배럴가량의 수출길이 막힌 상태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가가 됐다. 시장에선 미국이 전세계 원유의 15%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측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예산심의에서 "기록적인 국내 석유 생산으로 그렇게 많은 매장량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며 "비축량 절반을 매각하자"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제 유가가 더 낮아야 한다며 계속 OPEC이 원유 생산을 늘려야 한다며 압박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OPEC의 맏형이 사우디의 생산량 절반이 줄어드는 건 그만큼 미국의 원유 가격결정권이 커지는 계기가 됨을 의미한다.

지난 2011년부터 생산에 들어간 셰일오일도 미국의 석유패권 확보에 도움을 줬다. 셰일오일은 미국 전체 석유생산량 증가분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하루 2만배럴도 생산하지 못했던 셰일오일 생산 규모는 5배 이상 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가를 괴롭힌 (중동의) 지정학적 잡음을 셰일오일이 모두 걷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7년 동안 OPEC은 매년 1%씩 시장점유율을 잃었다"면서 이제는 미국 중심으로 원유시장이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이 되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러시아와 사우디를 합친 것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수현, 강기준 기자

전략비축유 부자 美, 얼마나 꺼낼까
[사우디 피격, 오일쇼크]세계 최대 6억9500만배럴… 트럼프 "시장 안정될 만큼 충분한 양 공급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사진=AFP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시설 두 곳이 무인기(드론)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유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격을 근거로 전략비축유 방출을 승인했다"며 "시장에 잘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텍사스와 여러 다른 주에서 현재 허가 과정을 밟고 있는 송유관 건설 승인을 신속히 처리할 것을 모든 관계 기관에 통보했다"고 했다.

캘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필요할 경우 전략비축유를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에너지부는 만약 우리가 세계의 에너지 공급을 안정화해야 한다면 전략비축유를 이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전략비축유는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때를 대비해 미 정부가 비축해놓은 원유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현재 비축량은 6억9500만배럴로, 이는 미국이 143일 동안 원유를 수입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버틸 수 있는 양이다.

전략비축유 방출은 오직 미국 대통령만이 명령할 수 있다. 대통령이 전략비축유의 긴급 방출을 명령하면 에너지부는 전략비축유를 매입하거나 빌릴 미 석유업체를 선정하고 13일 이내에 석유 공급을 시작할 준비를 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예산 심의에서 "기록적인 국내 석유 생산으로 인해 그렇게 많은 매장량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며 "비축량의 절반을 매각하자"고 밝힌 바 있다.

미 대통령이 전략비축유 방출을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1년 조지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은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사막의 폭풍작전(Operation Desert Storm)'을 개시한 직후 전략비축유 2100만배럴을 방출했다. 2005년에는 '아들 부시'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멕시코만을 강타해 이 지역 원유 정제시설 가동이 중단되자 2080만 배럴을 방출했다. 2011년 6월에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아랍의 봄과 리비아 정전 사태에 따른 여파를 해소하기 위해 3064만배럴의 전략비축유 판매를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전략비축유 방출량은 밝히지 않았다. 이는 사우디 석유시설이 얼마나 빨리 복구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사우디 정부는 아직 복구 시기에 대한 공식 일정을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아람코는 수일 내 망가진 정유시설 중 3분의 1은 가동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복구가 완료되더라도 긴장감은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전략비축유 방출 승인과 함께 군사 대응도 시사했기 때문이다. 미 에너지부에 몸담은 바 있는 헤지아이리서치의 조 맥모니글 에너지 담당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지금까지 원유 시장에는 거시 및 무역갈등 이슈만 반영됐을 뿐 지정학적 위험은 거의 반영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이 국제석유기구(IEA) 회원국들과 잘 조정된다면 원유 가격 급등을 완화할 수 있겠지만 이는 또한 커지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디플레 복병 '사우디 테러'

[사우디 피격, 오일쇼크]소비자물가 하락 요인 반전…교역조건 악화에 기업·가계 체감경기 위축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사진=AFP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사진=AFP
디플레이션 논쟁 한복판에서 유가상승이라는 대형 돌발변수가 등장했다.

16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사우디 사태로 국제유가 상승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수출입물가에 영향을 미치는데 원유를 100% 수입하는 한국이 물가 측면에서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수출입물가는 생산자물가,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0.04%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가능성을 일으켰다. 지난해 같은 기간 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와 무상급식 등 정부정책, 국제유가 하락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렸다.

물가하락과 재고급증이 불러올 디플레 위험이 고조된 상황에서 나타난 사우디 사태는 일단 경기전망을 불투명하게 한다. 단면적으로 국제유가가 오를 경우 국제유가 하락에 의한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세는 주춤해질 전망이지만 그 불똥이 자칫 경기침체를 가중시키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떨어진 데에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도 상당히 컸다"며 "만약 국제유가가 오르게 되면 반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세가 주춤하면 디플레 논쟁은 잠잠해질 수 있지만 정반대상황도 가능하다. 국제유가 상승이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경우다. 특히 동절기 난방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다른 부문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추게 된다.

생산원가가 높아지면서 기업 채산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석유화학, 석유정제업, 운수업 등이 대표적이다. 원유를 수입해 휘발유, 경유, 나프타 등으로 정제해 수출하는 일부 업종에서는 수출가격 인상을 통한 채산성 개선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제경제 전체로는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가격 부담으로 소비, 투자여력이 줄게 된다.

교역조건 악화도 장기화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1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말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2017년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20개월 연속 하락했다. 교역조건지수는 수출가격이 수입가격보다 덜 오르거나, 수입가격보다 더 크게 떨어질 때 하락한다.

그동안은 반도체 단가 하락에 따른 수출가격 하락 영향이 컸지만, 국제유가 상승이 엎친 데 덮치면서 교역조건 악화가 더 길어질 수 있다. 상품 한 단위를 수출해 들여올 수 있는 상품의 양이 줄어든다는 것은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짐을 의미한다. 기업과 가계의 체감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을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사우디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전망과 관련 "아직 사태 초기 단계라 파장이 어느 정도 일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고은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