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원 집주인이 서민?"…서민형안심전환대출 조건 두고 '시끌'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9.09.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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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금액 5억원 이하 디딤돌대출 받은 이들은 '고정금리'라며 제외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직장인 A씨(37)는 2년 전 3억8000만원짜리 주택을 매매하며 정책 금융인 '내집마련 디딤돌대출'을 받았다. 고정금리는 3.2%, 20년 동안 상환하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최근 금리를 1%대로 낮춰주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상품이 나왔단 소식을 접했다. 반색한 것도 잠시, '고정금리' 대출자는 제외한단 자격 기준에 불쾌해졌다. A씨는 "서민이 기준이라면서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은 왜 제외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오늘(16일)부터 시작됐지만 자격 기준을 두고 여전히 논란이다. 기존 고정금리 대출 이용자들은 제외하면서 정작 주택가격은 9억원 이하로 맞추는 등 '이상한 서민 기준'이란 비판이 나와서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나 준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이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출시됐다. 대출금리는 만기 등에 따라 1.85%~2.2%로 받게 된다. 본인과 배우자 소득이 연간 8500만원 이하, 9억원 이하 담보주택 보유, 변동금리나 혼합금리 주택담보대출이면 자격 기준이 된다. 16일부터 29일까지 2주 동안 한국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접수를 받는다.

하지만 이 같은 자격 기준을 두고 적절한 것이냐는 반응이 나오면서 반발 여론이 불거졌다.



우선 고정금리 대출 이용자를 제외한 것에 대한 반발이 가장 크다. 주로 정책 금융인 보금자리론과 디딤돌대출 등을 통해 고정금리로 장기 대출을 받은 이들이다.

직장인 B씨(40)는 2015년에 고정금리 3.3%로 디딤돌대출을 받았다. 주택 가격은 3억5000만원, 이중 1억5000만원을 대출 받아 매달 41만원 정도의 금액을 이자로 내고 있다. 지난해엔 아이를 출산해 '외벌이'로 이를 감당하느라 빠듯한 실정. 그래서 금리를 단 0.1%라도 낮추는 게 아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B씨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받을 수 없다. 고정금리인데다, 디딤돌대출을 받았기 때문. 정책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그는 변동금리 이용자들이 오히려 1~2%대 이자를 받을 수 있단 사실에 속이 쓰리다. B씨는 "기존에 고정금리로 받은 사람들이야 말로 이자 한 푼이 아쉬운 서민인데, 정작 이를 제외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까다로운 기준을 맞추느라 고생했고, 꼬박꼬박 갚고 있는데 정작 변동금리 이용자들보다 이자를 더 많이 내게 됐다"고 허탈해했다.
"9억원 집주인이 서민?"…서민형안심전환대출 조건 두고 '시끌'
그러면서 담보주택 9억원 이하 보유자를 자격 기준으로 둔 것도 논란거리다. 9억원짜리 집을 가진 이를 '서민'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 직장인 C씨(37)는 "디딤돌대출 자격 기준이 주택 가격 5억원 이하인데, 이 사람들은 자격 기준에서 막아놓고 9억원짜리 집을 가진 변동금리 이용자들은 허용했다"며 "이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대출 대상자를 늘려달란 청원글이 올라왔다. 한 청원자는 26일'안심전환대출 대상자 확장 요청'이란 글에서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안심전환대출 대상자에 디딤돌대출이나 보금자리론 이용 대출자들(고정금리)이 빠졌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정책 여력을 고려해 감안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고정금리 대출 이용자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건 감안하고 있지만, 정책 여력이란 게 있어 이번 상품은 변동금리 대상자를 위주로 바꾸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중도상환수수료는 있지만, 기존 고정금리 대출 이용자들은 기존에 있던 상품 안에서 현재 금리 기준으로 대환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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