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떡' 서울 집 마련...한푼 안 쓰고 10.8년 모아야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9.09.1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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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분기 KB아파트 PIR 10.8 2008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文정부 출범 후 2년 늘어

'그림의 떡' 서울 집 마련...한푼 안 쓰고 10.8년 모아야


중산층 소득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10.8년이 걸린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만 2년 더 늘었다. 무주택 실수요자에 서울 아파트 구입이 ‘그림의 떡’이 되는 상황이다.

15일 KB부동산 리브온(Liiv ON)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KB아파트 PIR(Price to income ratio,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서울 지역 집계치는 10.8로 전기대비 0.3 올라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1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PIR은 중간 수준의 소득을 가진 가구가 연소득을 모두 모았을 때 아파트를 매입하는 시기를 가늠하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소득을 다 모아도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KB아파트 PIR은 가구소득은 해당 분기 서울 지역에서 아파트담보대출을 받은 대출자의 연소득 중위값(소득, 가격 등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가격)이며, 주택가격은 아파트담보대출 실행시 조사된 담보평가 가격의 중위값이다.



이 지표가 계속 오른 이유는 정부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가 지속된 가운데 가구소득 증가세는 이에 미치지 못한 까닭이다.

실제로 올해 2분기 서울 아파트 담보평가가격 중위값은 5억500만원으로 전기대비 500만원 하락했으나 대출자 연소득 중위값이 4845만원에서 4690만원으로 하락하면서 PIR이 더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로 시계를 돌리면 이후 이런 현상이 더 명확히 나타난다. 2017년 2분기 서울 KB아파트 PIR은 8.8였다. 당시 연소득을 모두 모으면 8.8년 만에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있었는데 2년 만에 이 기간이 2년 더 늘었다.


정부가 지난해 9·13대책을 발표한 직후 PIR은 10.1에서 9.9로 소폭 하락했지만 이후 집값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다시 PIR이 상승세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올해 1~6월 하락세였던 서울 아파트값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 계획이 알려진 이후 신축 단지 위주로 반등해 7월(0.37%) 8월(0.40%) 두 달 연속 상승했다.

특히 분양가상한제 예고 이후 입지가 좋은 신축 대단지는 강남, 강북 지역에서 모두 신고가를 쓰면서 가격 오름세를 주도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2015년 준공)’ 전용 84㎡(23층)와 전용 94㎡(5층)은 지난달 각각 27억7000만원, 29억2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7월 매매가격보다 1억5000만원 가량 올랐고, 분양가상한제 발표 이전인 5월 시세보다는 2억~4억원 뛴 수준이다.

2014년 준공된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4층 테라스형 매물은 지난달 초 16억5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비슷한 시기에 일반형 매물도 15억2500만원에 거래돼 15억대 시세를 굳혔다.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과 관련 정부 내부에서도 이견이 제기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을 위해 시내 공급대책이 필요하다고 한다고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에 유동자금이 풍부해지면서 희소성 높은 서울 신축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며 “수요가 집중된 서울 등 주요 지역 공급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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