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치고 키우고 새로짓고"...불황 속 호황보는 롯데케미칼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19.09.1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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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 호황기 수익은 규모에 비례"…내부 포트폴리오 다듬고 글로벌 생산능력 대폭 확충

"합치고 키우고 새로짓고"...불황 속 호황보는 롯데케미칼


불황이지만 그 속에서 호황을 본다. 기업의 눈이 그렇다. 글로벌 450만톤의 에틸렌 생산채비를 갖춘 롯데케미칼이 생산능력 확대와 사업구조 효율화에 나선다. 불황을 넘어 찾아올 호황에 대한 대비다.

15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회사는 미국 대규모 에틸렌 생산공장 준공에 이어 롯데첨단소재와 합병을 착실히 진행 중이다. 2016년 롯데-삼성 빅딜에서 롯데그룹으로 넘어온 삼성SDI 화학부문의 전신을 통합하는 작업이다.



◇첨단소재 합병, 오일뱅크 합작..사업효율 극대화=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본류(에틸렌·프로필렌 등)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롯데첨단소재는 ABS(아크릴로나이트릴, 부타디엔, 스타이렌으로 이뤄진 수지) 등 합성수지와 폴리카보네이트(PC), 인조대리석, 엔지니어드 스톤 등이 주력이다. 고부가가치 제품들이다.

롯데첨단소재는 국내는 물론 중국과 베트남, 멕시코, 헝가리, 인도, 터키 등에 글로벌 생산법인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합병 후 주력인 PC 생산능력은 연 46만톤으로 글로벌 시장 3위권까지 뛰어오르게 된다.



롯데케미칼은 이 외에도 현대오일뱅크와 합작을 통해 현대케미칼을 설립, 대산공장 내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정유부산물 기반 석유화학공장(HPC)을 짓고 있다. GS와는 비스페놀A(BPA)와 C4 유분 제품을 생산하는 합작사 ‘롯데GS화학 주식회사’(가칭) 설립 계약을 맺었다. 2023년까지 8000억원을 투자해 BPA 제품 20만톤, C4유분 21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는다.

말 그대로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다듬기다.

◇글로벌 에틸렌 시장 터널은 어디까지=다양한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주력이라 할 수있는 에틸렌 시장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에틸렌은 다양한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쓰여 '석유화학의 쌀'로 불린다. 하지만 최근엔 가격 부진과 수요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그간 꾸준히 톤당 1000달러 이상을 기록하던 에틸렌 가격은 올해 4월 1000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6월부터는 아예 700달러 선까지 내려갔다. 추락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다. 최근까지도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에틸렌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데는 북미지역 공급 증가가 가장 큰 영향을 줬다. 북미 셰일가스 대량 생산에 따라 셰일가스에서 뽑아낸 에탄올을 원료로 한 저렴한 에틸렌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겹쳤다. 에틸렌 수요 자체도 정체돼 가격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 소재 롯데케미칼의 미국 에탄크래커·에틸렌글리콜(EG) 공장 전경 / 사진제공=롯데그룹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 소재 롯데케미칼의 미국 에탄크래커·에틸렌글리콜(EG) 공장 전경 / 사진제공=롯데그룹
◇불황 속 미국 투자, 호황 준비하는 롯데케미칼=어려운 상황에도 오히려 증설에 나서는게 롯데케미칼의 역발상이다. 글로벌 화학원료 공급시장은 큰 사이클을 그린다. 불황의 끝에는 호황이 있다는 의미다.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는 배경이다. 3조원을 들인 미국 공장 투자가 대표적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5월 미국 루이지애나 에탄크래커(ECC) 및 에틸렌글리콜(EG)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글로벌 에틸렌 생산량 450만톤을 완성했다. 회사는 여기서 "2030년 매출 50조원, 글로벌 톱7 화학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공장 준공은 내부 원료공급선 다변화 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기존 납사 기반 국내 설비와 천연가스 기반 우즈벡 설비에 이어 셰일가스를 원료로 쓰는 미국 공장이 준공됐다. 기존 원료인 납사와 천연가스 의존도를 높이고 원료공급을 다변화할 수 있게 됐다.

관련업계도 롯데케미칼의 투자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도 당장 시황의 영향을 받겠지만 업사이클(상승기)엔 막대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며 "석화사업 호황기 수익은 규모에 비례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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