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오창공장 전기차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연구원들이 배터리셀을 점검하는 모습/사진제공=LG화학
여기에 역시 중국 기업인 헝다(恒大)신에너지차가 공격적 인력 채용을 예고하면서 한국 배터리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헝다는 최근 전기차용 배터리를 중심으로 글로벌 8000여명의 차세대에너지 자동차 분야 글로벌 채용에 나섰다.
헝다의 인력 채용 처우는 업계 최고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근무 지역도 중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독일, 스웨덴으로 사전 예고했다. 사실상 인력채용 타깃 지역을 밝힌 셈이다. CATL의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이들이 한국 인력들을 가장 먼저 노리는 이유는 앞선 기술력 때문이다.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는 파우치(주머니) 형태가 각광받고 있다. 일본 업체들이 리튬이온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안전성을 높인 전고체형 배터리 개발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상용화가 요원하다.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도하는게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기업이다.
이 와중에 배터리 시장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지난 2017년 59GWh(기가와트시)에서 2025년 1만GWh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업체들로서는 핵심 기술을 빠른 속도로 확보하는게 관건이다. 그리고 기술을 확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숙련된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벌이고 있는 기술침해 및 특허소송도 본질은 같다.
유럽 후발주자인 스웨덴 업체 노스볼트(Northvolt)는 LG화학 출신 인력들을 데려갔다고 홍보까지 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약 9억유로(1조2000억원) 규모 투자를 받아 배터리 생산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한 바로 그 회사다.
노스볼트는 홈페이지에 "30여명 이상의 한국인과 일본인 기술자들이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의 전직장으로 LG화학을 명시했다. LG화학 출신 직원을 보유한게 회사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 수단이 될 정도다.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 생산라인./=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제조사들이 대부분 배터리 뿐 아니라 화학과 소재 등 다양한 사업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인재유출을 막기 위해 급여체계를 별도로 측정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신 생태계화 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이직을 자연스러운 시선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배터리 관련 사업을 한게 30년 가까이 된다"며 "전세계 자동차 회사를 비롯해 한국 배터리 인력들은 당연히 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차세대 신성장산업 인력 보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반도체와 조선, 원전 등 기존 주력사업분야 인재 유출 사례들이 적잖기 때문이다.
중국 반도체 업체 푸젠진화가 최근 인력채용 공고를 내며 '10년 이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력자'를 찾는다고 밝힌 사례가 있다. 또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이 호황을 달리던 2013년 1370명에 달했던 석사급 이상 핵심 연구인력은 2016년 말 723명으로 급감했다. 이 역시 해외 인력 유출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