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본생명式 '저금리 생존 노하우'…퇴직연금·방카 2위 노린다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19.09.16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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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재원 푸본현대생명 대표 "출범 1년, 저금리 먼저 겪은 대만 자산운용 시너지 적극 활용…퇴직연금 이어 방카·TM 2위 공략"

이재원 푸본현대 사장 인터뷰/사진=김창현 기자 chmt@이재원 푸본현대 사장 인터뷰/사진=김창현 기자 chmt@


2018년 9월 15일, 현대라이프생명이 푸본현대생명(이하 푸본현대)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외국계 보험회사로 새출발했다. 그로부터 꼭 1년, 조직 재정비와 자본확충 등의 문제로 적지 않은 진통도 겪었던 푸본현대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푸본현대의 출범 1주년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난 이재원 푸본현대 대표는 지난 1년의 가장 큰 성과로 "조직 효율화를 마무리해 회사가 수익을 내고 더 좋아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을 꼽았다.



실제로 푸본현대는 출범 후 외형과 실적 모두 눈에 띄게 변했다. 조직은 슬림해진 반면 외형은 커지고 내실은 단단해졌다. 총자산은 올해 상반기 기준 14조6000억원으로 1년 만에 1조9000억원 늘었고, 7000억원대에 그쳤던 수입보험료는 1조8496억원으로 1조521억원 급증했다.

당기순이익은 574억원에서 118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일회성 요인인 부동산매각이익을 감안하면 11억원 증가했다. 오랜 걱정거리던 RBC(보험금지급여력) 비율도 대주주의 증자가 이뤄지며 148%에서 221%로 높아졌다.



이 대표는 "조직을 효율화한 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존에 잘하고 강점이 있던 퇴직연금에 공을 들였다"며 "그 결과 지난해 업계 3위였는데 올해는 삼성생명에 이은 2위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푸본현대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상반기 기준 6조7000억원으로 1년 만에 1조1000억원 불었다.

이 대표는 "퇴직연금은 전체시장의 90% 이상이 원리금 보장상품이라 자산운용을 잘해서 경쟁력 있는 수익률을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현재 1년형을 기준으로 공시이율이 업계 평균대비 20bp(베이시스 포인트, bp=0.01%)이상 높고 수익률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푸본현대가 퇴직연금 시장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한 배경에는 대주주인 대만 푸본생명과의 시너지 효과가 큰 몫을 했다. 2015년 당시 현대라이프의 2대 주주로 전략적 제휴를 맺어 온 푸본생명은 지난해 3000억원대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최대주주가 됐고 사명도 바꿨다. 기존 대주주였던 현대자동차그룹(37%)은 현재 2대 주주다.


이 대표는 "대만은 일본과 비슷한 시기에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어 한국보다 먼저 저금리 상황을 겪었다"며 "푸본생명은 자국의 저금리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일찍 해외로 눈을 돌려 전체 자산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푸본현대는 푸본생명의 자산운용 노하우를 적극 받아들여 2015년 만해도 전무하던 해외채권 비중이 지난해 24%까지 높아졌다. 앞으로 푸본생명과 긴밀한 협력하에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배당 이익을 확대하고 대체투자도 선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퇴직연금에 이은 다음 타깃은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상품)와 TM(텔레마케팅) 부문이다. 이 대표는 "우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방카슈랑스와 TM 부문에서 2위권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며 "보장성으로 주력 상품을 바꾸거나 개인영업을 재개하는 등의 전체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은 중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확충 문제는 오는 2022년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푸본생명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이 대표는 "업계 평균 대비 고금리확정형 상품 판매 비중과 부담금리 수준이 높진 않지만 꾸준히 자본확충은 해 나갈 계획"이라며 "대만도 한국이 IFRS17을 도입하고 3년 후에 도입을 약속한 상태라 푸본생명 역시 자본확충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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