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日 백색국가 제외' 시행…수출절차 변화는?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2019.09.1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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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대 의견에도 다음주 중 관보 게재 예정…"WTO 분쟁서 불리할 가능성" 신중함 요구 목소리도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정부가 추석연휴가 끝난 다음주 중 일본을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강행한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관련해 향후 다툼을 불리하게 만들 여지가 있는 데다 일본에 수출하는 우리기업에도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신중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일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 기간 종료 이후 법제처와 규제개혁위원회 등 외부기관 심사를 모두 마치고 현재 내부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개정안은 관련 절차가 끝나고 관보에 게재되는 대로 시행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빠르면 다음주 중 공포·시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산업부는 일본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인 '가' 지역(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현행 '가', '나' 지역으로 구분된 수출지역(최종도착지 기준)을 △'가의 1' △'가의 2' △'나' 3개 지역으로 세분화하고 일본을 '가' 지역에서 '가의2'로 새로 분류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일본이 지난달 28일 한국을 백색국가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시행한 데 대해 맞대응에 나선 격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 기간 마감일인 지난 3일 밤 10시쯤 한국 정부에 "자의적인 보복 조치"라며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그러면서 △고시 개정 사유 △일본을 가의 2 지역으로 분류한 이유 △캐치올(상황허가) 등 한국의 수출통제제도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보복 조치가 아닌, 자체 수출관리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라고 반론하며 개정안 시행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다음주 '日 백색국가 제외' 시행…수출절차 변화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일본을 대상으로 한 포괄수출허가는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구체적으로 사용자포괄허가는 △동일 구매자에게 2년간 3회 이상 반복수출하는 경우 △2년 이상 장기 수출계약을 맺고 수출하는 경우 등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품목포괄허가는 자율준수무역거래자(CP) 최고등급(AAA)를 받은 기업에만 허용된다.

개별허가 절차도 까다로워진다. 일본으로의 전략물자 수출시 수출허가 신청서류가 기존 3종에서 5종으로 늘어나고 심사기간도 기존 5일 이내에서 15일 이내로 늘어난다. 특히 비(非)전략물자라도 무기 제작·개발 전용 우려가 의심만 돼도 '상황허가'(캐치올·catch-all)를 받도록 수출통제가 대폭 강화된다.


따라서 일본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도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경우 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는 CP 인증 기업이 거의 없어 더 취약한 상황이다. 전략물자관리원 관계자는 "전략물자를 일본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의2' 지역에 해당하는 전략물자 수출허가를 받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개정안 시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정부가 지난 11일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 수출규제를 WTO에 제소한 상황에서 맞제외 조치가 '보복조치'로 받아들여질 경우 다툼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도 WTO에 추가 제소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제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전 민변 국제통상위원장)는 "일본의 3개 품목 수출제한과 백색국가 제외 조치는 사실상 같은 사유로 시작된 동일 성격의 '불법적 무역도발'인 만큼 분리해 볼 수 없다"며 "일본과 WTO 분쟁해결절차를 시작하는 상황에서 압도적 우위를 지키려면 백색국가 맞제외 조치 시행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가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건과 일본이 한국에 취한 조치는 근거 자체가 차별적"이라며 "WTO에 가더라도 별개의 건이기 때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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