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김정은, 볼턴과 엮이기 싫어했다"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09.12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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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국가안보 보좌관 경질 관련 "그가 북한에 '리비아 모델' 얘기한 건 큰 잘못"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과 관련, "그가 북한에 대해 '리비아 모델'을 얘기한 것은 매우 큰 잘못"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존 볼턴과 엮이고 싶지 않아 했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경질이 김 위원장의 의중과 무관치 않음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비아 모델은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을 골자로 한 과거 리비아식 비핵화 과정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퇴진한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카다피(전 리비아 대통령)에게 일어난 일을 보라"며 "'리비아 모델'은 좋은 표현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를 지연시켰다"고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리비아 모델 관련 언급 때문에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지체됐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다시피 볼턴 전 보좌관은 '터프가이'로 알려져 있다"며 "나는 그와 관계가 좋았지만, 그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정부 내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대신할 적임자 5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나는 지난 밤 볼턴에게 백악관은 그의 복무를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오늘 아침 나는 볼턴에게 사임할 것을 요청했다"며 그의 해고 사실을 알렸다.


해임 사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대해 강력히 동의하지 않았고, 행정부의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헌신에 고마움을 표한다"며 "다음주 새로운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볼턴 전 보좌관은 사임이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지난 밤 나는 사임을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내일 다시 얘기하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강경한 대외정책을 추구하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대표 인사인 볼턴 전 보좌관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 이란 등에 대한 군사 개입 등 초강경 정책을 조언해왔다. 그는 북한이 제안한 '단계적·부분적 비핵화'에 극렬 반대하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는 과정에도 깊숙히 관여했다.

이달말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볼턴 전 보좌관이 물러나면서 앞으로 북한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유연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판문점 회동에서 2~3주 내 북미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지만, 북한의 미온적인 태도로 아직까지 협상이 성사되지 못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사진=이기범 기자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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