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31일 열린 스웨덴과 이란의 친선경기에서 이란 응원단이 '이란 여성을 경기장에 들여보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AFP
1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들은 지난 3월 남성으로 위장해 축구 경기장에 들어가려다 체포된 사하르 호다야리(30)라는 여성이 법원 앞에서 분신을 시도한 지 일주일 만인 9일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1981년부터 경기를 보고 흥분한 남성 관중이 여성에게 욕설, 추행을 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여성의 스포츠 경기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 명문화된 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당국의 철저한 집행에 따라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를 관람하고 싶은 여성들은 남장을 하고 경기장에 들어가곤 한다.
축구 경기장에 들어가려다 체포된 뒤 재판을 앞두고 분신 사망한 사하르 호다야리(30) /사진=트위터
이란 스포츠계와 정치계도 추모의 메시지를 내놨다. 그간 여성도 축구장에 입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전직 이란 축구 국가대표 알리 카리미는 "호다야리의 죽음에 항의하기 위해 축구장 방문을 보이콧하자"고 트위터를 통해 촉구했다. 이란의 여성 의원 파르버네 살라흐슈리도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며 호다야리를 추모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이란의 성차별적 관습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필립 루터 국제 앰네스티 중동·북아프리카 조사자문국장은 "호다야리에게 일어난 일은 이란 당국이 여성 인권을 무시한 것의 영향을 보여준다"며 "그의 유일한 '죄'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삶의 모든 영역에 뿌리내린 국가에서 태어난 것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