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달 중 한미가 내년 이후 한국이 부담하게 될 주한미군 주둔비용 협상을 시작한다. 협상 시작도 전 역대 가장 험난한 협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파다하다. 1991년 시작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인상 돼 왔는 지 되짚어봤다.
◇방위비 분담금이란?=엄밀히 말해 최근 미국의 인상 압박 요구가 예상되는 방위비 분담금은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Special Measures Agreement) 체결로 지출되는 '좁은 의미의 분담금'을 의미한다.
미국이 미군 주둔국 등에 요구 해 온 '방위분담(burden sharing)'은 크게 국방비 지출, 다국적 군사 활동, 해외지원, 비용 분담으로 나뉜다. 그 중 비용 분담에 간접지원과 직접지원이 있으며 간접지원엔 무상공여 토지나 공공요금 감면 등이 속한다.
비용 분담 중 직접지원은 다시 SMA와 비(非) SMA로 나뉘는데, 이 중 SOFA에 근거가 없어 '특별히' 체결하는 협정이 SMA다. 크게 미군기지 유지를 위해 고용한 한국인 근로자 임금, 군사건설, 군수지원비다. 사유지 임차료나 카투사, 기지주변 정비 등은 비 SMA에 속한다.
【평택=뉴시스】이영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서 연설을 하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19.06.30. [email protected]
첫해 한국의 분담액은 1억5000만달러였다. 1~2차 SMA 적용기간(1991~1995년) 미군 주둔비용의 약 3분의 1인 3억달러까지 점차 늘려나가기로 합의했다. 당시 한국의 경제력상 미국이 요구하는 액수를 충족시키기 어려웠던 상황을 반영해서다.
그러다가 한미 양측이 매년 협상을 하는 데 대한 부담을 느끼면서 3차 1996년 SMA (1996~1998년)에서는 3년간 전년 대비 매년 10% 증액을 한 번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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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SMA(1999~2001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국내총생산(GDP)과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거시경제 변수가 인상률 산정에 쓰인다. 전년도 분담금에 실질 GDP 변동률과 CPI 변동률의 합을 '인상률'로 곱해 산정하는 방식이었다. 이전까지 달러로 지급하던 분담금을 약 57% 원화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2002년 제5차 SMA(2002~2004년)는 고정증가율 8.8%에 전전년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을 더해 인상률을 정하는 방식을 도입했고 원화지급율도 88%로 상향조정했다.
2005년 6차 SMA(2005~2006년) 부터는 분담금이 6804억원으로 동결되고 전액 원화지급이 결정된다. 현재처럼 외교부가 협상주체가 되기 시작한 첫번째 협상이기도 하다. 한국 내방위비 분담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셌던 환경이 반영됐다.
2006년 체결된 제7차(2007~2008년) SMA에선 전년도 분담금에 전전년도 CPI 변동률을 곱한 값을 전년도 분담금에 더하는 방식으로 7255억원의 총액이 산출된다. 2009~2013년에 적용된 제8차 SMA 역시 물가상승률을 인상률 결정의 핵심 변수로 뒀고 이 기간엔 연도별 인상률 상한선도 4%로 둔다.
2014년 2월 체결된 제9차(2014~2018년) SMA도 이전 산식과 동일하게 이뤄져 9차 적용 첫 해 인 2014년 9200억원의 총액이 산출됐다.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서명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19.03.08. [email protected]
미국 협상팀은 최초 1조4400억원을 요구했었다고 한다. 심지어 10차 협상 기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2배 더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측은 전략자산(무기) 한반도 전개비용과 관련해 '작전지원' 항목을 신설해 한국이 분담하라고도 요구했다.
결국 지난 2월 체결된 제10차 SMA는 처음으로 한국의 국방비 인상률(8.2%)을 기준으로 삼았다. '국방비 인상률'이란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기준을 인상률 잣대로 타결지었고 작전지원 항목 신설도 피했지만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1조원을 넘긴 첫 해가 됐다.
무엇보다 협정 적용 기간이 이례적으로 짧은 1년(2019년 한 해)이란 점이 한국에 불리한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은 총액을 줄인 대신 기간(한국 측 제안 3~5년)을 미국의 제안(1년)에 양보했다. 이 1년의 기한은 미국이 2020년 이후 방위비 분담금 인상 시 큰 폭의 압박을 가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해석돼 왔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한미 협상 수석대표인 장원삼(왼쪽) 외교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티모시 베츠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주한미군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가서명을 하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2019.02.10. [email protected]
특히 지난달 7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에 실질적으로 더 많은 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며 "미국에 대한 지불을 더욱 늘리기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전망이 급격히 확산됐다.
여기에 지난 7월 23~24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방한한 이후 볼턴이 '48억달러'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천문학적' 증액설이 퍼졌다. 미국의 새 정책에 단순히 미군주둔비용 뿐 아니라 ‘동맹국으로서 부담해야 할 비용’을 더 포괄적으로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 차원이 다른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된다.
현재 한국은 11차 새 대표를 공식 선임하지 않은 상태다. 주로 외교부 출신이 맡아 온 협상대표에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11차 SMA 1차 협상은 빠르면 이달 중 개시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증액설에 대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