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원짜리 땅 3.7억 낙찰…'시골땅'에 무슨일?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9.09.1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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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경매 낙찰가율 상위권에 펜션·전원주택·캠핑장 활용가능 부지 다수…강남보다 비싼 땅도

감정가보다 51배 높은 가격에 경매 낙찰된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화상대리 부지 전경. /사진제공=지지옥션감정가보다 51배 높은 가격에 경매 낙찰된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화상대리 부지 전경. /사진제공=지지옥션


#올해 6월 춘천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토지경매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관내 홍천군 내촌면 화상대리에 위치한 1378㎡(약 418평)짜리 임야가 감정가의 51배가 넘는 가격에 팔린 것. 최초 감정가 716만원, 평당 약 1만7000원에 불과했던 이 땅은 4명의 입찰자가 경합한 끝에 3억7100만원에 최종 낙찰돼 올해 진행된 토지경매에서 최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인 5175%를 기록했다.



시골 산기슭의 임야가 경매시장에서 금싸라기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업계에선 이 땅이 팬션, 전원주택, 캠핌장 등으로 개발될 가능성을 거론된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일부 맹지(盲地, 도로와 직접 연결되지 않은 토지)도 포함돼 실제 평당 낙찰가는 더 높다고 본다”며 “계획관리지역에 인접해 향후 개발 가능성 등 잠재가치에 대한 투자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근에 펜션, 캠핑장, 요양병원 등이 소재해 있고 하천(내촌천)이 인접해 있어 레저, 휴양시설 투자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토지경매에서 최초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린 물건도 많다.



700만원짜리 땅 3.7억 낙찰…'시골땅'에 무슨일?
12일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9월 진행된 전국 토지경매에서 낙찰가율 1000% 이상을 기록한 토지는 12곳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지방에 있는 임야, 대지, 전(밭) 등이었다.

전남 영광군 영광읍 학정리 소재 50㎡ 면적 땅은 감정가 609만원이었는데 최종 낙찰가는 2억원으로 낙찰가율 3285%를 기록했다. 전남 고흥군 대서면 상남리에 있는 3560㎡ 면적의 잡종지는 감정가 4628만원에서 20배 이상 뛴 9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토지경매 낙찰이 무조건 대박을 보장하진 않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임야는 취득 후에 용도 변경이 돼야 건물을 지을 수 있고, 논·밭을 취득하려면 매각일로부터 7일 이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법원에 내야 하며 발급 여부는 미리 관할 시·군·구에 문의해야 한다.


또 토지대장을 확인해 공유자간 상속 분쟁 여부나 분묘기지권(토지 위에 있는 분묘의 기지(基地)에 대하여 관습법상 인정되는 지상권에 유사한 일종의 물권) 등이 있는지도 꼼꼼히 봐야한다.

감정가 대비 46배 높은 101억원에 최종 낙찰된 대구 수성구 범어동 소규모(27평) 도로 부지 전경. /사진제공=지지옥션감정가 대비 46배 높은 101억원에 최종 낙찰된 대구 수성구 범어동 소규모(27평) 도로 부지 전경. /사진제공=지지옥션
올해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한 토지 가운데 도심지역 재건축과 연계된 사례도 있었다. 지난 3월 대구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대구 수성구 범어동 소재 면적 91㎡(약 27평) 도로 부지는 감정가(2억1768만원)보다 46배 비싼 101억원에 최종 낙찰됐다. 서울 강남권보다도 비싼 3.3㎡당 3억7000만원대에 팔린 것.

이 땅은 인접한 부지에서 대규모 재건축을 진행하는 조합에 낙찰됐다. 해당 부지에는 2023년 12월말 지하 4층~지상 최고 59층, 5개 동에 아파트 1340가구와 오피스텔 528실 등 대규모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작은 땅이지만 이곳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 추진이 어렵기 때문에 비싼 가격에 팔렸다는 분석이다. 오 연구원은 “땅 위치가 대로에서 단지로 진입하는 통로 핵심 요지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조합 입장에서는 높은 가격에라도 매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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