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생 이후 여성의 ‘지갑’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9.09.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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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80>저출산과 함께 나타난 39세 이하 여성의 경제력 증대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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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생 이후 여성의 ‘지갑’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저출산 영향으로 지난 40여년간 출생아 수가 감소세를 보이면서 새롭게 나타난 현상은 39세 이하 여성의 경제력이 크게 증대됐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82년생 김지영’으로 대표되는 1980년 이후 출생한 여성의 고용률은 꾸준히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섰고, 39세 이하 전체 취업자 가운데 여성 비중도 대폭 늘어나는 등 15~39세 여성의 취업과 고용 사정이 이전 세대의 여성과 비교해 크게 향상됐다. 이는 1980년 이후 출생한 여성의 ‘지갑’이 두꺼워졌음을 의미한다.

통계청의 ‘인구동향조사(출생)’에 따르면 연간 출생아 수는 1981년 86만7409명에서 지난해 32만822명으로 40여년새 54만명이나 줄었다.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평균 몇 명의 아이를 낳는지를 보여주는 합계출산율은 1994년 1.654에서 지난해 0.977로 60%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와 같은 저출산의 영향으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15~39세 인구는 1997년 2021만1000명을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해 1652만7000명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15~39세 인구 수는 34년 전인 1984년도 수준으로 감소했다.

15세 이상 전체 인구에서 39세 이하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1981년 60.47%로 과반수를 넘겼으나 지난해 37.41%로 쪼그라들어, 이제 15~39세의 청년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인구의 40%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여성의 경제적 지위다. 40여년간 저출산이 진행되면서 여아 출생아 비율은 1981년 48.28%에서 1990년 46.19%로 낮아졌다가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고 지난해 48.69%로 다시 늘어나는 등 등락을 보였지만 15~39세 여성 인구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5~39세 인구 가운데 여성 비중은 1981년 50.4%에서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49.3%로 떨어졌다.


그러나 15~39세 취업자 가운데 여성 비중은 1981년 37.2%에서 지난해 44.3%로 대폭 증가했다. 이는 반대로 39세 이하 남성 취업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39세 이하 여성 고용률도 지난 40여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15~39세 전체 여성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은 1981년 39.16%에서 2017년 50.79%로 늘어나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었고 지난해엔 51.6%로 더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15~39세 전체 여성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임금 근로자이거나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으로 그만큼 15~39세 여성의 경제력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특히 고등학교 졸업 후 본격적으로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나이인 20세 이상 인구의 경우엔 여성 고용률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60%를 넘었다. 지난해 20~39세 전체 여성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은 60.2%를 기록했다.

이상의 결과는 저출산으로 15~39세 인구는 점점 줄지만 여성의 고용과 취업 환경이 개선되면서 15~39세 여성의 경제적 지위와 구매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증대됐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15~39세 여성들은 과거 어느 세대의 여성보다 높은 교육을 받았고 고용과 취업 환경도 개선되면서 자기계발에 누구보다도 관심이 높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 사회에 어떤 시사점을 줄까?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구 구조의 변화는 특히 기업의 장기적인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서 어떤 의미를 던질까?

이는 기업들이 마케팅이나 상품 개발에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도록 요구한다. 예컨대 청년 세대를 대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기업들은 15~39세 여성의 독특한 구매 행태와 습관에 주목해야 한다. 15~39세 여성의 고용과 취업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경제력은 과거에 비해 크게 증대됐고 ‘지갑’이 두꺼워졌다. 기업들은 지갑이 두꺼워진 15~39세 여성의 독특한 취미와 습관 등을 파악해서 마케팅에 활용해야 하고, 금융회사들도 이들의 특별한 위험 선호를 감안해서 이들에게 적합한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한편 15~39세 여성의 고용과 취업 환경이 개선되는 게 저출산 현상과 동시에 나타나고 있지만 두 현상 사이에 서로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단언하기 어렵다. 예컨대 저출산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외국에서도 젊은 여성의 고용률이 증대되고 여성의 취업 비중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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