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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부심은 '여행'과 '자부심'의 합성어로, 여행 다니는 것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다. 여행 부심이 있는 이들은 여행에 무관심한 주변인들에게 여행을 적극 권유 혹은 강요한다. 또 자신의 여행 스타일을 특별한 것으로 여겨 다른 여행 스타일을 폄하하기도 한다.
오씨는 "유럽여행에 대한 로망이 없고 여행 자체에 취미도 없다. 취업 준비로 시간적 여유도 없는 상황"이라며 "주변에서 '유럽 꼭 가봐라.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한다. 관심 없다고 하면 '안 가봐서 하는 소리'란 답이 돌아온다. 좋은 소리 듣는 것도 한두번인데, 계속 강요할 거면 돈부터 좀 보태줬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직장인 강모씨(28)도 '여행 부심'이 지긋지긋하다. 그는 "이직 전 쉬는 기간에 지인들이 하나같이 '여행이라도 가라'고 했다. 가까운 해외 다녀왔다고 말해도 '시간 있을 때 장거리 여행 가야지'라며 오지랖을 부리더라. 집에 있으면 이해가 안 간다며 답답한 사람 취급하는데 영화, 집안일, 공부 등 혼자서 여유로운 시간 갖는 것도 평생에 흔치 않은 기회란 걸 모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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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 자녀를 둔 직장인 김모씨(34)는 "아이와 국내여행만 다녔는데, 아이 친구 엄마가 국내여행은 다 똑같지 않냐며 왜 해외여행 안 가냐고 자꾸 물었다. 국내여행이 편해서 좋다고 하니 '여행을 안 다녀봐서 그렇다', '해외에 많이 안 가봐서 좋은 걸 모르는 거다'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며 "내가 느끼는 편안함과 만족감을 왜 자신들 기준으로 평가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여행 부심'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여행보다 일상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는 것. 한 누리꾼(ghkd****)은 "여행 가서 남는 게 사진과 추억이라면, 여행 안 가서 남는 건 시간과 돈"이라며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개인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 남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학원생 정모씨(28)도 "여행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지만 여행 준비가 귀찮아서, 체력이 안 좋아서 등 개인적인 이유로 여행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알고 있다"며 "서로의 방식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여행 다니는 사람을 사치하는 인간으로 보지 말고, 여행 안 다니는 사람을 답답하게 보지도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