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은·수은 합병 필요…'혁신투자' 덩치 키워야"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9.09.11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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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아시아나항공 숏리스트 애경·현대산업개발 등 네곳…"조만간 SI 나타날 것"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사진제공=산업은행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사진제공=산업은행


이동걸 KDB산업은행(산은) 회장은 10일 “정책금융기관의 집중화가 필요하다”며 “산은과 수출입은행(수은)의 합병을 정부에 건의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산은 내부에서도 검토하지 않은 전적인 사견”을 전제로 이처럼 밝혔다.

이 회장은 “정책금융도 구조조정해야 할 시점”이라며 “산은·수은 합병으로 훨씬 더 강력한 정책금융기관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혁신·벤처기업 투자는 대부분 몇십억 원짜리인 반면 100억원대 이상의 대규모 투자는 대부분이 외국에서 들어온다”며 “국내 벤처·혁신 투자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은이 1000억원짜리 혁신기업 투자에 나섰다 혹 실패하더라도 끄떡없는 덩치를 갖춰야 한다는 차원에서 수은과의 합병을 고민해 본 것”이라며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 나가야 할 정책금융도 시대에 맞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산은·수은의 예상 합병 효과로 △백오피스 인력 감축 및 영업력 확대 △예산 증대에 따른 IT 역량 강화 △규모의 경제 등을 거론하며 “산은의 회장으로서 합병 아이디어를 논의의 장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산은 등 정책금융기관의 지방이전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20년 후에는 산은의 수익 절반 이상을 국제금융 분야에서 올리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산업을 지원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며 “이런 취지를 고려할 때 산은의 지방이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산은이 해외로 팽창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할 시점에서 지방이전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라며 “지방이전 논의는 일부 지역 정치인 중심일 뿐 대부분 정치권에서도 대세는 아닌 걸로 안다”고 일축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선 “업황이 가장 나쁠 때가 인수자 입장에서는 가장 유리하다”며 “현재 모든 항공사의 사정이 나쁘고, 아시아나도 일본 사업 부진으로 전체적인 적자가 나오지만, 원매자로선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좋은 노선과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어떻게 잘 만들어갈지에 대한 중장기적인 접근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금호산업과 매각주간사 크레디트스위스(CS) 증권이 애경,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대우, KCGI(강성부펀드), 스톤브릿지캐피탈 등 4곳을 적격인수후보로 선정한 것에 대해선 "조만간 (숨은 전략적투자자가)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관전평을 내놓았다.

한국GM 노동조합의 전면파업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연간 8000억원 적자나는 회사의 임금 인상 요구는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미국 GM 본사와의 협의를 통해 10년간 한국시장 존속을 약속받는 등 어렵게 경영정상화 방안을 이끌어 낸 상황을 언급하며 “정상화 초기에 벌어진 파업은 굉장히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과연 한국GM의 정상화를 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만일 GM이 한국에서 철수한다면 다시 산은에 책임을 지라고 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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