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3차 정상회담으로 가는길…1·2차 때와 다르다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19.09.10 17:23
글자크기

[the300]새 계산법, 비핵화 접근법 이견조율 핵심

【판문점=뉴시스】박진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갔다 다시 남측으로 넘어오고 있다. 2019.06.30.   pak7130@newsis.com【판문점=뉴시스】박진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갔다 다시 남측으로 넘어오고 있다. 2019.06.30. [email protected]


멈춰있던 북미 비핵화 협상 시계가 다시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달 하순 미국과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만남은 좋은 것”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표시하면서다.

북한은 9일 밤 11시 30분경 발표한 최선희 1부상의 담화를 통해 미국에 이달 하순경 실무협상 형식으로 만날 것을 제의했다. 북한이 대화 재개 의사를 밝힌 것은 북미 정상의 ‘6.30 판문점 회동’ 이후 72일 만이다.



북미 정상이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한 7월 중순 실무협상 재개는 당초 계획에서 상당히 늦어졌지만, 양측의 대화 의지는 계속 이어져왔다는 것이 다시 확인됐다. 일각에선 조심스럽게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북한은 미국의 전향적인 입장변화를 지속 촉구하고 있다. 최 1부상은 "미국 측이 어렵게 열리게 되는 조미 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담화 발표로부터 약 8시간 뒤인 10일 오전 6시53분과 7시12분 두 차례에 걸쳐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를 쐈다. 실무협상에서 비핵화의 상응조치로서 ‘체제안전보장’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관측이다.

대미(對美) 협상을 총괄하는 최 1부상의 입을 통해 북미대화 재개에 관한 입장표명이 나온 만큼 실무협상은 무리 없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 1부상의 주도 하에 협상전략을 구상해 대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북미 양측이 1·2차 정상회담 때와 다른 ‘새로운 계산법’을 조율할 수 있을지 여부다. 첫 정상회담을 통해 신뢰를 만들었고 2차 회담을 통해 각자의 협상안에 대한 이견을 확인했다면, 이번에 이뤄지는 협상에서는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해야하는 과제가 있다.


◇이번에도 ‘평행선’ 달리면…북미협상 비관론↑

【평양=AP/뉴시스】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과 북측 관계자들이 평양에서 각국 외교관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 부상은 이날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03.15【평양=AP/뉴시스】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과 북측 관계자들이 평양에서 각국 외교관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 부상은 이날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03.15
2차 회담 결렬 이후 북한식 계산법과 미국식 계산법 사이에 조정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론과, 충분히 조정가능하다는 낙관론이 교차하는 상황이다. 북미가 이번에도 평행선만 달린다면 비핵화 동력과 국제사회의 기대감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탐색전 성격의 1·2차 회담을 넘어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는 3차 회담으로 가기 위해서는 첨예한 이견차가 드러났던 ‘비핵화 접근법’이라는 복잡한 고차 방정식을 양측이 풀어야 한다.

미국은 비핵화의 최종상태(End State)를 우선 설정한 뒤 전체적인 로드맵을 그리는 포괄적 합의 방식을, 북한은 먼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출발점으로 삼아 ‘행동 대 행동’으로 상응조치를 맞교환해 나가는 단계적 비핵화를 원하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최근 10차례에 걸쳐 단거리 미사일 도발에 나선 것을 보면, 당초 대북제재 해제에서 앞으로는 체제안전보장에 중점을 두고 협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 계산법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이면에 이런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여 왔다.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 문제는 아직 논의할 때가 아니며, 제재 완화 등 경제적 보상 수준에서 상응조치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란 관측이다.

북한은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정이 다급해지는 연말까지 속도 조절을 하면서 협상력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무협상이 순항(順航)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실무협상이 재개돼도 합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북한이 여전히 미국에 대해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라고 하기 때문에 고위급회담 개최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