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두드림의 기적! 이틀 만에 24명 모두 살아왔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김소영 기자 2019.09.10 15:36
글자크기

현대글로비스 '골든레이호' 전원 구조되기까지…
복잡한 구조·화재로 마지막 4명 구조에 어려움



"사람들이 생존해 있다는 것을 안 뒤 모든 것이 달라졌다.(Knowing that the people were alive made all the difference)"(존 리드 미 해안경비대 대령)

미국 동부 해안에서 전복된 자동차 운반선 내 선원 24명 전원이 극적으로 생환했다는 소식에 구조기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적의 시작은 길이 200m의 거대 선박 후미에서 들려온 두드림이었다.



AP통신 등 외신과 현대글로비스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현대글로비스 소속의 운반선 '골든레이호'에 문제가 생긴 것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8일 오전 1시40분쯤(한국시간 8일 오후 2시40분)이다.

골든레이호는 미 남동부 조지아주 브런즈윅 항의 내항에서 외항으로 현지 도선사에 의해 도선되던 중 수심 11미터(m) 해상에서 선체가 좌현으로 80도가량 옆으로 기울고 이후 선체에 불이 붙는 사고가 발생했다.



배에는 한국인, 필리핀인, 미국 도선사 1명 등 총 24명이 탑승해 있었다. 모두가 잠든 시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해당 운반선은 2017년 건조된 7만1178톤급 선박으로 당시 4000여 대의 차량이 실려 있었다.

미 해안경비대가 구조신호를 접수한 것은 오전 2시쯤. 그리고 약 두 시간 만에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 도착해, 탑승자 20명이 구조대 도착 직후인 오전 4~5시 사이에 헬기와 배 등을 이용해 안전하게 구조됐다.

문제는 남은 한국인 선원 4명이었다. 배의 길이가 200m에 달할 정도로 거대했던 데다, 선박 내부 구획은 미로 같았고 곳곳에 설치된 방수문들은 물샐틈없이 설계돼 있었다. 실종자들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않고는 내부 수색이 어려웠다. 화재 역시 문제였다. 불꽃과 연기는 구조대의 내부 진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인 9일 오전, 분위기 반전이 시작됐다.

한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미 해안경비대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7시13분쯤, 기관실 내 고립된 선원들과의 연락을 위해 선체 주위를 돌며 선체를 두드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세 차례 내부에서 두드리는 반응이 있었다. 구조팀의 라이언 디킨슨 해군 상병은 AP와의 통신과 인터뷰에서 "구조대가 소리를 들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생존 신호인지는 확인치 못했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반응이 내부 생존자들로부터의 '응답'인지 아니면 화물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인지 명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약 4시간 뒤인 오전 11시. 미 해안경비대 측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나머지 실종 선원들이 화물선 내부에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고 오후 1시쯤에는 모두가 살아있다고 전했다.

존 리드 USCG 대령은 생존 신호임을 확인했던 순간에 대해 "화물선 안에서 들리는 소리(tapbacks)를 듣고 당국이 구조작업을 벌였다"며 "생존 신호는 구조 관계자들에게 새로운 동기를 줬고 대형 선박에서 선원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의 위치 파악 이후 구조대원들은 선체에 약 7.5cm(3인치)의 구멍 3개를 뚫어 음식과 물을 공급했다. 아울러 출입구를 만드는 작업도 병행했다.

사고 발생 37시간이 지난 9일 오후 3시. 생존자 4명 중 2명이 구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오후 4시, 한 명이 추가로 구조된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 3명은 선미 쪽 프로펠러 샤프트룸에 있었다.

한 명이 남았다. 그는 엔지니어링실 강화유리 뒤편에 갇혀 있어 구조에 시간이 더 걸렸다.

두 시간가량 지난 오후 6시. 마지막 선원의 구조작업이 완료됐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로써 골든레이호에 탑승했던 선원 24명은 사고 발생 40시간 만에 모두가 극적인 생환에 성공했다.

내부 화재로 인해 배 안의 온도는 48도를 웃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대원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선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승무원들의 피부는 빨갛게 달아 올라 있었고 나오자마자 물로 얼굴을 씻었다.

CNN에 따르면 이날 모든 구조 작업을 마친 뒤 리드 대령은 구조된 선원들과 구조대원들을 향해 이렇게 소감을 전했다. "매우 대단한 일이다. 내 경력 최고의 날이다. 왜냐하면 당신들이 이걸 해냈기 때문이다."

/사진=AFP/사진=AFP


TOP